간신히 자신만 밝힐 수 있는, 광도 1촉 정도인 ‘촛불’로 인해 정국이 급물살치고 있다. ‘과반신화’를 이룬 무소불위 이명박 정부와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자처해왔던 조중동까지 ‘광화문 촛불’에 의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이라는 미국 쇠고기 광우병 사안이 이토록 한 달여 이어지는 ‘촛불항쟁’으로, 100만에 이르는 시민들을 광장으로 내몰게 된 이유는 뭔가? 출범초기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이 부른 ‘자책골’이었다. 정작 그 ‘칼의 소리’는 듣지 못한 채 ‘칼자루’만 휘둘렀다. ‘영어몰입’,‘기업프랜드리’ ‘강부자’ 등 정권창출에 대한 국민들 분노와 피로감은 너무 컷다. 작년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고유가와 물가, 경기침체 국면으로 민생파탄 징후가 엄습해오고 있다. 이명박 스스로도 밝혔듯이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 만 살려 달라고 ‘모든 것을 감수’하고 뽑아줬는데, 하는 작태를 보니 ‘싹수가 노랗다’는 생각이 들었고...갈수록 빡빡해지는 서민생활과 무대책 여기에 책임전가까지. 결국, 우리 모두가 속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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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쇠고기 파동은 시회적 가치의 파괴
그렇다면 ‘경기’만 좋아지면 다시 다 자기 지지층이 되는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항쟁’ 의미가 여기에 있을 거다. 이명박 정부의 패착은 시민 주권과 풀뿌리 민생 연대라는 사회적 가치 파괴에 있다. 우린 지금 ‘사이비 실용’으로 위장된 무차별 폭격 속에 자신 생활기반과 삶의 가치 붕괴를 목도하고 있다. 쇠고기 문제가 남녀노소를 떠나 뜨겁게 달궈졌던 이유도 이 정부가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는 분노에서 스스로의 삶을 되찾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봐야한다. 그 협상과정을 보면 매국매판 정부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돈과 권력으로 ‘시장‘에 ’국민‘을 팔아먹은 것이다. 더 잘살기 위해선, 국민이 선진국에 들어가기 위해선 ’그 이상‘ 의 수입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정부는 억울해(?) 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정책보호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게 생명 위해성이 높고 항상 마주하는 밥상까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 론을 보라. 독약이든 뭐든 일단 그것을 받아드려 교역적 이점을 누리려는, 그리고 그 부담은 국민이 감수하라고 떠들어대는 이 정부를 누가 신뢰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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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실용’적이지 못한 미국 쇠고기
미국쇠고기 파동은 단지 외교통상 정부당국의 실정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권력을 사유 자본화하고 시민사회 가치와 공동체 문화 파괴를 서슴치 않는 반 생태적인 이명박 정부정책의 연장선에 있으며 국가사회 비전과 철학의 빈곤이다. 정권출범 전후로 늘 ‘실용’을 써 먹더니 이젠 ‘소통’을 내세우고 있다. 실용도 그렇고, 소통도 우리 시대가 만들어 놓은 ‘가치연대’에 있다. ‘실제로 쓸모’ 있다는 ‘실용’도 가용되는 사물과 사람에 따라 다르다. 지금 경우라면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에겐 ‘실용’적이지 않다. 가장 무용한 먹 거리 일뿐. 단순 셈법으로 그것 내주고 더 큰 것 받아오면 그들이 말한 ‘성공’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과연 ‘실용’이고 ‘선’인가? 그리고 ‘소통’인데, 참 답답하다. 가장 소통이 안 되는 집단이 정치집단이다. 그 중 노무현 정부의 국민 참여와 소통기제를 그저 앉아서 깡그리 뭉개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소통’을 들고 나오니....더 할 말이 없다. 지난 촛불집회에선 ‘미국 소와 소통하고 있는 이명박은 물러가라’ 하더라. 2008년 6월 ‘촛불항쟁’이 정권타도나 대치국면이 아니라, 이 파란의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연대와 국민소통 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본질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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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는 민주사회 건설을 위한 문화항쟁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는 민주사회 공동체 건설을 향한 ‘문화항쟁’에 가깝다. 어떻든 한 번쯤 아이들 손 붙잡고 구경 가고 싶어 하는. 절대권력 공간 ‘광화문’에서 거리낌 없이 마음껏 활보할 수 있었던, 그런 시민들 삶의 진정성과 연결된 ‘국민적 축제’였다. 또한 이념과 정파를 떠나 온전히 자기를 들어내고자 하는 ‘결단’이기도 했다. 시시비비를 추정하기 보다는 대부분 시민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부심과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거기에는 ‘자기성찰’과 ‘공동체 연대’가 존재한다. 나와 아이들, 우리 가족, 나아가 이웃의 삶을 함께 지켜내고자 하는 것이 참으로 숭고하면서 시종 흐뭇하였고 결연하기까지 했다.
그런 개개인의 촛불이 밝히지 않았다면 이렇게 큰 불길이 폭력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평화로 나아갈 수 없었다. ‘좌파’든 ‘우’든 그것은 지나는 파장 일뿐 중심은 내가 켠 ‘촛불 한 자루’에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왔으며, 조성된 상황에 끌려 다님 없이 더 넓은 반향과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투쟁적’ 보다는 ‘정신적’, ‘전선과 지도’ 보다는 ‘흐름과 네트워크’, 그리고 촛불로 상징되는 ‘자기수호 가치와 성찰’ ‘선한 이웃과 연대’ ‘평화와 승리의 확신’ 등은 그 집회 정신문화 마력에 무한정 빨려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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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사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촛불을 통한 만인 수평적 네트워크가 참된 민주주의 싹 일거다. 혹자는 광장, ‘거리의 정치’라 하지만 현실정치는 거대한 ‘촛불바다’에 뜬 일엽편주였다. 이명박 퇴진 구호도 ‘야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정신 차려’ 그래서 어린아이도 새파란 청소년도 ‘합창’ 할 수 있었다. 정치도 근본적으로 자결과 자존, 정의라는 문화적 토양 속에서 힘을 갖는다. 국민을 업신여기는 사이비 권력을 두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 는 말들이 얼마나 선명한가. 그것이 독재자들 입에 발린 허사가 아니고 기억창고에 묻어 놓은 교과서 한 쪽 아니라, 지금 이곳에 자주독립, 민주시민 문화 선언으로 일구는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의 터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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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을 내려도 촛불은 끌 수 없다
이러한 민주적 문화적 항거를 이명박 정부는 제반조처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촛불은 이미 정치적 흥정 대상을 넘어섰다. ‘될 때까지 모이자'다. 뭐가 될 때까진가? ’재협상 선언‘인가? 재협상 된다손 치더라도 그러한 정치적 결정이 촛불시민의 함성과 요구를 담보해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촛불을 계속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민주권력 정체를 세우는 일뿐만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사는 민족 국가공동체 ,공유의 사회문화 가치와 연대하는 긴 여정의 길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민초가 주인인 이 민중 민주주의 역사의 길을 마구 파헤치는 정치적 패악을 막아내는 것 또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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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뽑아놓고 우리가 ‘폐기’하는 역사적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우리 일상의 촛불, 공동체 촛불은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 그 일상의 문화와 공동체가 바로 지역일터다. 우리가 청와대와 권력에 기생하는 무리들에게 촛불을 든 것은 그들에 의해 우리 자유와 생명을 억압하고, 우리 삶의 터전을 파괴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적 공간을 빌어 촛불은 광화문에 모여들었지만, 그 불씨를 담고 키워나갈 수 있는 생명의 무대는 지역이다. 만인의 수평 네트워크로 타오른 촛불문화 항쟁이 수많은 지역으로 퍼져 더욱 영롱한 불씨를 담고 오색찬란한 무지개 빛으로 모아올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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