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대기업 광고의 실종입니다. 대기업 광고는 롯데우유(조선), 삼성생명(중앙), AIG 생명보험(동아) 각 하나씩일 뿐, 나머지는 분양 광고, 여행사 광고, 책 광고, 약 광고, 가구 광고 등 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던 광고들이 지면을 장식한 것입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이 ‘벼룩시장’으로 전락한 조중동 이라며 환호했음은 자명합니다.
정연주 KBS 사장이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으로 재직할 당시 조중동을 싸잡아 규정했던 ‘조폭신문’의 그 폭력성에 짙게 배인 세뇌와 곡필아세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소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작동시키기 위한 촛불들과 누리꾼들의 ‘힘’이 꺼지지 않고 행진을 계속한 결과 입니다. 조중동 구독거부 운동과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탄력이 붙은 것입니다.
발행부수는 곧 언론 권력
건평 221평, 대지 1539평, 임야 2209평, 전체 3748평. 07년 공시지가 86억 3천만 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비싼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조선일보 방상훈사장. ‘우리는 매일 250만(발행부수)이다’며 힘자랑을 서슴지 않는 사람. 자랑할 만합니다.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하루 150만부를 발행하고, 살아 있는 언론의 양심 프랑스의 르몽드가 50만부를 발행하는 것에 비하면 실로 대단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힘을 경배하는 조폭에게 주먹이 최고이듯이, 조중동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발행부수였습니다.
한국에서 발행부수란 광고 수주와 직결되며, ‘글빨’로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언론권력 역시 발행부수로 순위를 판가름하기 때문입니다. 발행부수를 놓고 조중동 끼리도 피터지게 싸우는 이유는 여기에 연유합니다. 그리고 인터넷과 누리꾼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면을 대대적으로 증면했는데, 이 역시 광고 장사를 위한 멍석 깔기에 다름 아닙니다.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장사에 여념이 없는 언론사, 조중동. 지금은 사라진 갑판신문은 그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줬습니다. 내일 아침 나갈 신문 기사를 저녁 갑판 대에 미리 올려 정치권력이나 대기업 총수들과 ‘기사’를 사이에 두고 흥정하고 뒷거래 했던 추악한 역사의 기억을. 이 역시 발행부수가 ‘판돈’의 규모를 좌우했음은 물론입니다.
언론 자유와 조중동 구독거부 운동
그런 조중동이 뒤늦게 촛불과 누리꾼에 의해 된서리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오죽 급했으면,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조중동 구독거부 운동과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해 칼럼에서 ‘또 다른 독재현상’ 운운하며 장탄식을 늘어놓았을까요. 조중동의 개혁을 요구하는 누리꾼과 촛불들의 언론 개혁운동이 조중동의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는 그의 칼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과거 군사독재 권력의 ‘보도지침’에 대해서는 가장 솔선수범했던 신문들이 막상 시민들의 개혁 요구에 직면해서는 언론 자유를 외치고 있는 현실.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알다시피 언론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와 함께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멀리 소크라테스로부터 17~18세기 이래 밀턴, 볼테르, 밀 등 숱한 계몽 사상가들이 순교를 무릅쓰고 자유사상을 외쳤던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습니다. 바로 공익의 실현과 역사의 진보를 위해서는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필수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인간 진보의 역사는 자유를 향한 진보의 역사이고, 자유를 향한 진보의 역사는 바로 언론의 자유를 위한 역사였던 것입니다.
일제에 부역했던 전력에 대해 민족 앞에 사죄 한마디 없이 ‘민족지’를 떠들듯이, 광주민중항쟁을 폭도들의 난으로 곡필하고 역대 독재 권력에 아부하며 신용비어천가를 불러대고 미선이 효순이 마저 욕보인 과거에 대해 사죄 한마디 하지 않는 조중동. 왜? 그들은 힘의 논리를 따르는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프레임은 갈등과 왜곡과 분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이번 촛불대행진에서 보여준 왜곡 보도 태도를 빗대어 누리꾼들은 조중동을 우리 사회의 광우병(CJD)이라 부릅니다.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광우병)의 약자가 절묘하게 조중동(Chosun Joongang Dong-a)과 맞아 떨어지고, 광우병에 걸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기사를 작성하는 것 역시 똑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조중동에 의한 한국 언론 죽이기
이렇게 스스로 자살골을 넣어 가며 죽어 가는 조중동.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중동에 의한 ‘한국 언론 죽이기’는 세 가지 영역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첫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발행부수와 광고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족벌신문사들의 무한 경쟁입니다. 여기서 승리하면 살고 패하면 죽임을 당합니다.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 같은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며, 돈 없고 발행부수가 적은 언론의 집단 사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둘째, 기사를 살리고 죽이고 키우고 축소하고 비틀며 끝내는 ‘처형’시키는 일이 데스크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유와 경영과 편집이 사주 일족에 의해 재단 당하고 기자와 부장 국장은 사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오야봉과 꼬붕의 충성과 의리만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권력과 광고주들의 협박과 회유, 사주의 인사 조치와 금일봉 등의 무기가 언론인의 직필의식을 파괴함으로써 빚어지는 기사 왜곡으로서의 언론 죽음입니다. 편집권의 자주성을 노조를 통해 어렵게 유지하려는 작은 움직임도 경영과 자본의 힘으로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행태가 대표적입니다.
죽은 언론 살리기의 주체는 ‘독자’
분단과 독재의 오랜 질곡을 넘어 주권과 민주의 촛불이 넘실거리는 새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전근대와 근대의 아날로그를 내던지고 웹 2.0의 디지털 시대로 쏜살같이 내달리는 지금. 한편에선, 김대중 죽이기에서 노무현 죽이기를 지나 촛불 죽이기를 위해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지금.
우리 사회는 냉전에서 평화공존으로, 독점에서 평등으로, 독선에서 민주로, 소통에서 연대로 나아가는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이렇게 주권이 살아 꿈틀 거리고 국민의 권력이 자유롭게 행사되는 진짜 민주공화국의 건설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의식 구석구석과 깊은 곳 까지 뿌리내리고 있는 구시대적 해악을 걷어내는 작업입니다.
구시대적 해악을 생산해 내는 대표적 집단이 바로 조중동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의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환골탈태하는 대신, 냉전과 독재와 독선과 갈등의 힘이 지배하는 구시대적 가치를 되살려 내고 그 위에 기생하는 것을 생존전략으로 삼으며 발버둥치는 조중동.
폐간운동은 반대합니다. 개과천선,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살려야 합니다. 언론의 참된 주체는 독자, 곧 수용자이며 따라서 죽어 가는 언론 조중동을 살리기를 위한 언론 운동의 주체는 조중동 내부의 기자와 외부의 수용자 운동-조중동 구독거부와 광고주 불매운동-의 결합이라는 차원에서 새롭게 정립되고 모색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하여, 조중동에 의해 오염된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관과 정체성이 바로 세워지는 그날까지 죽은 언론 살리기를 향한 촛불은 항상 밝혀져 있어야 합니다.
하여, 정연주 KBS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감사원과 국세청의 특별감사와 MBC를 민영화하여 방송을 장악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워장의 시대착오적 음모에 맞서 제2의 촛불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열린시민교육센터 안산아침논단 박호열사무국장
최영석 기자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