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함성, 그리고 거버넌스

촛불! 나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겠다는 소망을 실은 빛
그리고 함께 밝히면 함성이 되어 변화와 발전을 바라는 욕망의 거대한 물결로 분출되는 힘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고 희망의 등불이기도 하다.
촛불문화제 거리의 민주주의는 초등학생부터 공부경쟁에 내몰린 청소년, 취업준비에 여념없는 대학생, 자식걱정에 나서길 꺼렸던 주부, 노인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거리와 중앙광장에 나오게 하는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미친소 먹기 싫은데 수입하면 대통령 나쁘다고 한다. 중고등은 이명박 아웃이라고 하고 쥐박이라고 2메가라고 폄하한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정권퇴진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른들은 기름값, 물가폭등, 생활상의 요구와 결합하여 나라걱정에 시름한다. 그러면서도 함께 같이 있으니 즐겁고 흥겹다. 놀고 마시는 걸 넘어 의미있는 축제가 되니 말 그대로 광장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여과없이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청광장, 광화문거리에서 우리 모두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뚜렷하게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들 답답하였던 정치사회 현실속에서 촛불을 치켜들면서 그 해법을 같이 찾고 배우고자하는 길에 서있다. 그걸 직접민주주의라고 하고 또 대의민주제를 보완하고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참여라고도 한다. 87년의 6.10항쟁이후 각자의 영역에서 민주역량을 키워온 결과이기도 한 50만, 100만 촛불들의 행진은 정부도 변화하고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는 작은소망부터 국가 미래전략까지 망라한 다이나믹 코리아의 진면목이다.

함성 ! 그 참여의 힘은 국가발전의 기반이 되고 동력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국민의 소리가 책임있는 영역에 여과없이 가감없이 수렴될 수 있어야 한다.
거리의 함성속에서 어떤 세력도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기성정치권, 기존권위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제대로 발전시키리라고 기대했던 참여정부에 대한 아쉬움, 이제 100일 넘은 이명박정부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라며 국민을 직원 취급하는데서 뿔이 나고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어서다.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질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기만한 과거를 한꺼번에 단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소망을 직접 나서서 챙기는 100만의 촛불로 모이고 또 전국방방곡곡에서 민심이 천심임을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의당 주권을 가진 국민임에도 쇠고기 굴욕협상에 원인제공한 민주발전에 대한 소홀과 무관심에 대해 자성하는 표현일 수도 있다.


거버넌스 (?)

쇠고기 협상으로부터 촉발되어 인사문제, 영어몰입교육, 0교시수업, 대운하문제, 공기업민영화, 비정규직-화물연대 생존투쟁까지 가마솥이 들끓고 있다. 이 모든 사회문제는 거의 예외없이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문제 그 자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정부정책이 없으면 사회문제가 줄어든다고 해석할 수 도 있다. 그 핵심에는 대통령이 있다. 그의 생각과 의지가 사회문제를 더 촉발하고 심화시키고 있다. 입으로는 국민과의 소통을 발표하고 몸으로는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고 하지만 가슴과 머릿속에서 현 상황을 받아들이려면 그 동안 살아온 계산법으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이야기 할 때는 그 필수조건으로 국민의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가 온몸과 마음을 국민과 나누어야 한다. 소통은 계산이 아니라 국민과의 관계이다. 국민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도 있고 정책도 있다는 성찰이다. 헤드쉽이 아니라 섬기는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 修己治人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런것이 모여서 소위 현대적인 의미로 거버넌스라고 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 출발한 거버넌스 담론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한 행정(행정학)이 오히려 사회문제가 되었다는 반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0년여 논의되고 행정과 지방자치에서 실현되고 있다. 전자정부, 정부혁신프로그램, 지식관리, 미래예측등 정책형성과 집행과 평가과정에 대한 대화와 협의가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우리나라의 문제를 7-80년대식 해법으로 풀려고 하니 국민이 답답해진 것이다. 그 상징적인 모습이 광화문 명박산성 콘테이너인데 그걸 아이디어라고 자랑까지 했던가? 충무공 이순신께서 내려다 보시고 한 말씀이 ‘ 우리가 외적에게 지켜낸 나라에서 저렇게 옹졸한 일이 벌어질 줄이야’ 라고 한탄하실만 하다.

서울시장시절 청계천과 버스전용차로제를 하면서 시민과 이해관계인들과의 대화와 타협이 중요한 것임을 충분히 체득할 수 있었을 텐데도 무엇이 그를 점점 더 힘들게 할까 궁금하다.
지키려고 하면 독단이 되고 놓으려고 하면 소통이 된다. 소통이 진짜 실현되면 막혔던 물줄기와 마음이 시원하게 뚫릴텐데 왜 재협상하지 않는지 오히려 걱정된다. 촛불과 함성속에는 상황과 경제를 잘모르고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만약 국민이 틀렸다면 정부는 왜 그런지 설명하고 납득을 구해야 할 것이고 맞다면 즉각 재협상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국민과의 소통이요 올바른 리더쉽이며 거버넌스라는 시대적 패러다임에 동참하는 길이다. 미국에서 설령 쇠고기와 자동차를 연계시키더라도 우리 국민의 대한민국 정부는 쇠고기는 국민건강권으로 자동차는 협상력으로 관철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 주식의 절반가량이 외국자본 아닌가? 그것도 미국중심의 자본일텐데 뭘 걱정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만일 이명박 정부가 촛불문화제와 관련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해소에 소극적인 것이 무능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 또한 국민에게 클린하게 설명하고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 소위 투톱을 바꾸고 자유선진당과 연대해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호미로 막을걸 가레로 막는 결과가 올 수 도 있다.

또 더 나아가 소위 조중동의 논조에서도 보듯이 촛불 문화제가 정치투쟁으로 발전하고 색깔논쟁, 보혁대결로 치닫게 되도록 수수 방관하여 과거로 돌아가고자 획책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명박정부가 역사에 길이 오점으로 남을 거라고 오히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의 물줄기를 누가 되돌릴 수 있는가. 오직 국민의 선택만이 역사를 만들고 반복시키고 지탱할 수 있음을 부디 이명박 정부가 헤아려 주길 바란다.

그래서 정말 소통도 되고 거버넌스라는 선진국의 국가운영으로 발전해서 국민을 즐겁게 해주길 소망한다. 정말 소망이란 단어는 이럴때 쓰는 거란걸 새삼 느낀다. 우리사회에서 소통하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대통령이 깨닫는다면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 아름다운 국가로 발전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프롤로그, 팁

과거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법가사상으로 통일되었다. 진나라는 백가쟁명의 여러 사상중에서 가장 실용적인 법가를 국가 정책으로 채택하고 중국을 통일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중앙집권과 권력의 힘에 실용적으로 봉사했던 법가는 도그마가 되어 다른 사상을 탄압하다가 괘멸하고 만다.

이명박정부가 내세운 경제 실용주의는 국민의 살림살이가 중요한 것이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미에서는 올바른 것이지만 경제만능주의로 빠지는 것은 위험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 속에 독선이 있고 독단이 있다.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명언이지만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배운 국민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국민을 배부른 소크라테스로 만들려면 참여민주주의, 전자민주주의를 달성하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국민과의 대화없이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정책을 관행대로 집행해서는 안된다.

국민은 바다이며 정부는 조각배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선장이 노를 열심히 짓는 것이 아니라 나를 따르라고 목청만 높이고 있다. 선장이 가리키는 손끝 저 너머에는 암초가 수없이 많은 형국이다. 그래서 국민의 바다는 깊은 심해의 해류로 선장이 지시하는 곳에 암초가 많으니 배를 위험이 적은 자유로운 망망대해로 돌리려고 한다. 촛불 행진이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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