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주노동자 대책은

태국서 3년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티파폰(여·35)씨는 계약이 연장된다면 한국에 남기를 원한다. 태국보다 임금이 높은 한국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 고국에 돌아가는 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모은 돈으로 집도 짓고 상가를 지어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그의 작은 소원이다.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타나폰(가명·여·33)씨도 음식과 문화가 낮 설은 이국 생활이지만 가능한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게 꿈이다.

단속을 피해 숙소를 옮겨 다니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고국을 떠나올 때 집을 새로 지어주겠다는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녀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기숙사 생활이 어렵다. 자신이 매월 받는 월급으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어 온 노동자들과는 환경이 다르다. 생활비도 만만찮게 들어가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태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들어온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서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한국에 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건넨 빚도 빚이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의무감에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송출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이들이 한국서 차별받지 않고 우리나라 산업의 한 축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우선 불법체류를 양산하고 한국에 오기 전부터 빚을 지고 들어오는 송출비리부터 근절해야 한다. 송출비리는 우리나라 정부와 인력을 송출하는 현지 정부가 서로 협력하고 노력해야만 가능하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현지 정부는 브로커들이 개입할 수 없도록 사전취업교육기관 수를 줄이는 등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제도적,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현재 한명의 상주인력으로는 원만한 송출업무를 보기 어렵다. 현지 모니터링과 감시역할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부터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송출국가가 비리근절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극단적인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간 협약에 따르면 송출비리가 적발되면 송출을 중단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지 정부의 개선 의지가 없거나 송출비리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에는 송출중단도 비리근절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도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관련 3회에 한해 사업장 변경,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시행, 결혼이민자가족의 사회통합지원, 외국인보호소 시설개선 등 인권개선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인권보호를 위한 원칙과 비전이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연수생 제도의 위헌으로 고용허가제가 지난 2004년 8월 시행됐지만 고용주의 일방적 계약, 사업장 이동회수 제한(최대 4회), 매년 계약 갱신, 계약기간 제한(3년) 등 인권침해 요소도 여전하다는 것이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유엔인종차별철폐조약위원회는 “이주노동자가 국적을 이유로 차별없이 그들의 노동권을 효과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고용계약의 연장 등을 포함한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엠네스티도 2006년 보고서에서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금지하기 때문에 현대판 노예제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용허가제로 인한 불법체류자 양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빚을 안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빚을 갚고 귀환해서 고국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계약기간을 넘기고 불법체류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를 단순히 단속과 강제 추방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산재문제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외국인 이주노동자 재해는 3천967명으로 2006년 3천406명보다 16.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사업주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임금삭감 및 장기체불, 강제노동, 일방적 해고, 언어와 신체적 폭력, 여성노동자 성폭력 등이 존재하고 있다.

대전 외국인 이주노동자종합지원센터 김봉구 소장은 “정부는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 등을 손질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와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는 결국 이들을 위한 일인 동시에 우리를 위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견 버리고 다문화시대 대비해야>
■여성결혼이민자 대책은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여성들의 대부분은 한국에 가면 잘 살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 남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한국말도 모르고, 문화는 더더욱 모른다.

이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 장밋빛 꿈은 사라지고 만다. 언어소통이 안돼 남편과의 대화는 단절되고 사회, 문화적인 차이와 음식 등 한국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여성결혼이민자의 가장 큰 문제는 패키지 투어 형태로 초고속 진행되는 국제결혼이다. 결혼중개업체의 소개로 현지에 가는 총각들은 맞선부터 결혼하기까지 4-5일이면 끝난다.

서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교환은 사실상 어렵다. 결혼중개업체들은 중간에서 결혼만 성사시키면 된다는 상술 때문에 거짓 정보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결혼중개업체를 통해야 한다. 베트남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국제결혼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업체는 가능하다.

문제는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불법결혼업체와 브로커다. 한국에 시집 온 한 베트남 여성은 “맞선 자리에 가면 택시운전사를 한국에서 잘나가는 운송업체 사장이라고 소개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실태조사를 한 결과 31%는 결혼전 배우자의 정보가 사실과 달랐다고 응답했고 이외 배우자의 재산, 성격, 소득 등의 순으로 나왔다. 현지 정부가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 중개업체에 대한 대안마련 없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총각들은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만이 이 같은 화를 면할 수 있다.
한국 총각들의 인식전환도 시급하다. 일반적으로 외국 여성과 결혼하는 총각들의 경우 결혼 지참금을 현지 여성에게 주고 신부를 데려온다는 “매매혼” 의식을 갖고 있다. 한국의 대부분의 남편들은 적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까지 지참금을 건넸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 취재결과 신부 가족의 경우 대부분 지참금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국에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은 “결혼식이 끝나고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식장에서 받은 폐물을 브로커에게 모두 빼앗겼다”며 “한국말을 몰라 이 같은 사실을 남편에게 말하지 못했고 말을 배운 뒤에는 이미 브로커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어와 우리의 문화를 모르는 이주여성은 남편과의 소통은 물론 가족과의 대화도 단절된다. 급기야 한국 풍습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시댁과의 갈등을 빚게 된다. 이주여성과 남편이 다함께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과 컴퓨터 강좌가 마련되고 있다. 매매혼적, 여성을 상품화하는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국제결혼업체들은 현수막을 통해 “초.재혼. 나이 상관없음, 장애인 가능, 후불제, 염가제공, 도망가면 책임 짐”등 여성을 상품화 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도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위해 “베트남 여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순결한 처녀입니다” “베트남 여성은 몸매가 환상적입니다”라는 홍보물을 버젓이 내걸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해 7월 한국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이 신속히 법률을 제정해 국제결혼 브로커들의 활동을 규제하고 외국인 여성들이 국제결혼 브로커, 인신매매자, 그리고 배우자에 의한 착취와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추가정책과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도 그동안 기초생활보장제 및 모부자복지법, 국제결혼중개관리법 등 다양한 정책을 제정하고 있지만 결혼이민자들이 인권을 유린당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다문화 가정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미래교육과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과 차별 또한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문제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조건들이 확보돼야 한다”며 “더욱이 외국인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고 우리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이고 공동체적 사고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통해 송출비리 감소 … 비리 발생 원인 차단이 급선무>

“송출비리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 올해는 그 숫자가 줄어들었습니다. 문제는 현지 정부가 송출비리 문제를 일반적으로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태국 현지에서 인력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태국정부가 인력을 관리하고 공단은 송출비리 모니터링을 통한 감시역할로 송출비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인력이 한국에 오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한 사람 가운데 상위순번부터 자격이 주어진다. 신청자의 학력은 대부분 중졸이거나 농촌 출신이다. 현재 태국에는 태국정부가 인가한 사전취업교유기관이 27곳에 달한다. 송출비리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기관이 많아 현지 정부의 인력이 미치지 못하는 틈을 타 브로커들은 구직명부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에 빨리 가게 해주겠다고 접근, 비리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현지 정부에 사전취업교육기관을 줄여줄 것과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요청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도 사정은 비슷하다. 베트남 하노이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54개성에서 예비테스트를 거치다보니 부정비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베트남 정부에 예비테스트를 없앨 것을 최후 통첩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 가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항공비용을 포함해 699불이지만 중간에 브로커들이 개입해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다”며 “비리근절을 위해 현지정부에 사기건수 등을 요구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베트남 정부에 송출중단도 고려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현지서 인력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도 고작 1명에 불과해 한국정부가 송출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의지가 있는지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기준 기자  gijun@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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