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개발사업 위주의 공기업 설립을 서두르기 보다는 도시계획 전문기구를 만들어 도시개발 방향의 밑그림부터 구체화하도록 추진속도를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산시는 우선 112억원을 출연해 오는 11월까지 지방공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 관련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지역특성에 맞게 도시를 계획적으로 개발하고 이익금은 낙후지역 등에 재투자해 시 재정능력도 키우겠다는 게 설립 취지인데 시는 2012년까지 자본금 규모를 2천5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는 지방공사가 설립되면 사동 90블럭 개발사업과 돔야구장 건설 등 현재 정체상태에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방공사는 사기업에 비해 전문성과 시공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급한 개발논리는 오히려 난개발이나 부실공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공사가 5~10년 뒤에도 장기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보할 수 있느냐도 불투명하다. 설립 초기엔 90블럭 개발사업 등 굵직한 개발사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겠지만 지역내 개발물량이 바닥이 나거나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공기업의 조직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난개발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또 민간기업과 사업영역이 중복되다보니 민간기업의 경영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고 퇴직공무원의 자리를 보전해 주는 공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공직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지방공사의 고위직 임원으로 낙점됐다는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장기적인 지역개발 청사진 보다는 현행 법규상 매각이 쉽지 않은 90블럭 토지 등 꼬여있는 대형 개발프로젝트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충분한 타당성 검증없이 지방공사 설립을 서두른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도시의 장기적인 균형개발을 위해선 지방공사 설립을 서두르기 보다 도시계획 전문기구부터 만들어 난개발이나 중복개발 등의 부작용이 없는지 점검하는 ‘선 계획, 후 개발’ 쪽으로의 사업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산YMCA 류홍번 사무총장은 “사업성과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무리하게 지방공사를 설립하면 마구잡이식 개발 등 후유증을 부추길 수 있다”며 “도시 전체에 대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도시계획 기능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회도 ‘신중론’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획행정위원회 강기태 위원장은 “지방공사는 수익성 뿐만 아니라 공익적 기능도 갖춰야 한다”며 “설립의 필요성과 시기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