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9일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안산지역 4개 선거구에서 이화수(상록갑), 박순자(단원을) 후보가 당선되면서 지역 정치판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친박연대 후보로 당선된 뒤 입당한 홍장표(상록을) 의원까지 합하면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3석을 쓸어담았다.
새천년국민회의부터 열린우리당까지 15~17대 총선에서 10년 넘게 지역구를 독식했던 민주당은 천정배(단원갑) 후보만이 4선에 성공하는 체면치레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의 한나라당 바람이 총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결과다. 하지만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반발도 끊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정당 지지도가 높았던 한나라당에서 특히 심했는데 4개 선거구 중 3개 선거구의 후보가 지역적인 연고가 없는 외부인사로 채워지다 보니 ‘낙하산 공천’, ‘철새 정치인’ 시비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정당 지지도에서 여야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공천 후유증이 심화되다보니 정책선거 분위기는 아예 실종됐다. 18대 총선에서의 안산지역 투표율은 고작 39.7%로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당선자의 대표성에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2) 공천 노린 시·도의원 줄사퇴 … 시의회 파행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노린 시·도의원들의 사퇴가 예년에 없이 줄을 이었다. 당시 시의회 의장을 포함해서 시의원 3명과 도의원 2명 등 5명의 지방의원이 임기 도중에 의원직을 버렸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스스로 사퇴한 것인데 이 때문에 이들의 처신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를 두고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안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임기 도중에 사퇴한 시도의원들에 대해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선거비용 환수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법원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지방의원들의 무분별한 중도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재선거) 비용을 시민들이 세금으로 떠안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제기됐다.
또 총선 직후 5월, 당시 민주당과 무소속이던 시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하면서 시의회가 여야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했다. “개인적 소신이다”, “정략적 입당이다”팽팽하게 맞서면서 6월 정례회는 야당 의원들이 집단 불참하고 한나라당 의원만으로 개회되는 초유의 파행을 겪기도 했다.
3) ‘섬김’과 ‘투명’, ‘평등’의 행정 높은 평가
문턱을 낮추고 주민을 섬기려는 행정 서비스들이 처음 도입됐고 이런 실험들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 1년 365일 24시간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해 주는 ‘원더풀 25시 민원감동센터’가 올해 3월부터 본오3동과 호수동에서 처음 운영에 들어갔는데, 시민을 섬기는 행정의 모델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 여권발급 업무도 24시간 서비스를 시작했고, 복잡하고 까다롭던 공장 설립단계도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대폭 간소화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박주원 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섬김이 대상’을, 한국투명성기구로부터는 ‘투명사회상’을 받았다. 공직사회의 인사시스템을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려는 노력도 눈의 띤다. 새로 도입한 시승제와 청렴승진인증제가 대표적이다.
특히 거주 외국인의 인권까지도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초석을 다진 것은 지방행정에 ‘평등’의 가치를 실현한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인권보호조례는 내년 초 제정되는데 지방자치단체로는 안산시가 처음이다.
4) 시 재정출연 공기업 고위직 인사 채용 시비
안산시가 재정을 지원하거나 출연하는 공기업의 경우 고위직 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전문성과 공정성 시비를 불렀다.
안산지역에 냉난방을 공급하는 공기업인 안산도시개발(주)는 신임 사장의 자격을 두고 ‘정치적 보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신임 사장이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MB 외곽조직’에서 활동했던 인물이어서 전문성 보다는 정치적으로 배려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안산시가 수십억 원의 예산을 출연해 만든 환경재단인 ‘에버그린21’ 역시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 최고임원으로 볼 수 있는 상임이사에 창립 직전 명예퇴직을 신청한 전직 안산부시장이 전격 임용됐고 본부장 자리도 전 국장급 인사가 특별채용됐기 때문이다.
특히 시는 에버그린21의 경우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핵심 임원은 환경전문가로 채용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시의 일관성없는 인사행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퇴직공무원 집합소냐” “정치권 인사의 정략적 배치냐”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5) 적정부지 못찾은 추모공원 1년 넘게 표류
안산시가 지난해 8월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종합장사시설, 즉 추모공원을 짓는 사업이 올해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1년 내내 표류를 거듭했다. 적정한 부지를 선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만㎡의 부지에 공원형 종합장사시설을 짓고 유치 지역 주민에게는 600억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혐오시설’로 보는 해당 주민들의 반발에 적정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2012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부지 선정이 장기 표류하면서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지난 11월 반월공단 내 원시공원과 시화호 한 가운데에 있는 섬인 대부도 외지섬 두 곳을 포함한 7곳의 후보지에 대해 시가 입지 타당성 용역에 들어갔고 늦어도 내년 초에는 최적의 후보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어서 내년에는 이 사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타당성 조사용역에서는 입지 후보지별로 교통 및 시설 접근성 등을 분석중인데 대부도 외지섬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6) 끝내 매듭 풀지못한 광역철도망 구축사업
신안산선 노선 확정이나 전철 4호선의 지하화 쟁점, 수인선 안산구간의 지중화 건설 등 굵직한 광역철도망 구축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거나 사업방식이 일부 변경되면서 얽혀있는 현안들을 속시원하게 풀지는 못했다.
신안산선은 원래 지난해 말까지 노선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총선 이후 해당 지자체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다시 불거지면서 정부가 내년에 다시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기로 해 사업착공이 장기 지연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졌다. 안산지역 내에서도 구체적인 유치 노선을 두고 상록구와 단원구로 서로 갈려 의견차가 여전히 팽팽하다.
전철 4호선의 지하화 사업은 지난 5월 안산시가 포스코건설 등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지만 토지소유권을 가진 철도공사와의 협의 등이 성과를 내지 못해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수인선 안산구간의 지중화 건설은 본오아파트~한대앞역까지 2.72km를 2.64m로 굴착한 뒤 지상 노선으로 열차를 운행하는 방식으로 잠정 확정돼, 지하화나 반지하화가 아닌 사실상 지상화로 급선회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샀다.
7) 대형 개발프로젝트 잇단 추진 성과는 미진
2007년부터 안산시가 추진해 온 대형 개발사업들이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초지동 와~스타디움 옆 돔야구장, 사동 90블럭과 신도시 37블럭 개발사업, 화정천 생태화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 11월 착공에 들어간 화정천 생태화사업을 빼고 나면 나머지 사업들은 대부분 목소리만 컸을 뿐 성과는 극히 미진했다. 사동 90블럭 37만㎡ 챔프카 부지의 개발사업은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던 리먼브라더스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끝내 파산하면서 한발짝도 진척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GS컨소시엄이 당초 기본협약과는 달리 상업시설을 줄이고 수익성이 큰 주거단지를 확대하는 수정안을 제시해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돔야구장도 관련법과의 충돌 등으로 아직 제자리 걸음이고, 화정천 생태화사업은 착공은 했지만 앞으로 500억원이 넘는 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재정적 압박이 고민이다.
특히 이들 대형사업들은 해당 부지에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것을 전제로 하다보니 지역 내 주택시장과 도시의 환경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8) 경기침체 극심 … 생존위기 내몰린 공단 업체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거진 세계적 경기침체로 지역경기가 위기에 처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조업체나 하청업체의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밤 늦게 연장근무를 하는 특근이 사라지고, 급여를 받지 못하고 직장을 쉬는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업체도 갈수록 늘고 있다.
반월공단의 경우 9월 이후 문을 닫거나 이전한 업체가 40곳이 넘고, 부동산마다 공장을 팔겠다고 내놓은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폐업은 안했지만 텅 비어있는 공장도 이미 100개가 넘는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지역 상공업계가 조사한 각종 지표들도 지역 업체들의 상황이 매우 절박함을 보여준다. 안산상공회의소가 관내 제조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내년 1/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5포인트로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IME 때보다도 더 악화됐다. 이런 체감경기 지표는 102포인트를 기록했던 1년 전과 비교해 고작 절반 수준이다. 주문량이 급감하고 모 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올 연말~내년 초에 관내 제조업체의 60% 정도가 휴업을 결정했다.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까 관내 기업들의 시름이 깊다.
9) 안산도시개발 민영화 결정에 시민반발 확산
정부가 지난 10월 ‘제3차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지역난방공사의 자회사인 안산도시개발을 민영화하는 것을 확정해 발표했다. 안산지역에 냉난방을 공급하는 공기업의 소유지분을 민간기업에 매각해 경영권을 넘기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지역 내에서 극한 반발이 계속됐다. 민간기업에 경영권이 넘어가면 ‘가격 통제력’이 떨어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안산시의회와 지역 정치권도 이런 우려를 인식해 “안산도시개발의 민영화 반대, 경영권의 안산시 환원”을 정부에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난방공사가 소유한 안산도시개발의 지분 51%를 민간기업에 일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거두지 않고 있어 내년부터 냉난방 요금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정부가 민간에 지분을 팔더라도 일괄매각이 아닌 분할매각 하도록 안산시가 협상력을 갖거나, 인수 업체와의 컨소시엄 등을 통해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등의 경영권 확보에 시가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10) 공단 오염도시에서 환경 생태도시로 도약
공단을 배후로 하는 안산시가 올 한해 오염도시의 굴레를 벗고 친환경적인 도시로 변화하려는 많은 노력들을 쏟았다.
3월 희망제작소와 기후보호도시 만들기 양해각서 체결, 4월 바다와 미래 창립, 6월 기후보호도시 선언, 7월 환경재단 에버그린21 발족, 9월 환경부와 환경생태도시 협약 체결 등 ‘친환경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숨가쁜 한해를 보냈다. 산업화로 성장한 도시에서, 이제는 자연과 공생하는 도시로 탈바꿈 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꾀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원도 적극 개발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해나가겠다는 노력도 가시화됐다. 탄소줄이기 운동은 올해 처음 아파트단지와 가정을 중심으로 범시민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도시 정책을 너무 선언적인 의미로만 접근하거나 보여주기식 행사 위주에 치우치는 경향도 있어 구체적인 정책들을 생산하고 실천과제를 제시해야 하는 숙제도 남겼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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