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20일 일하고 쉼터에 왔는데 회사에 꼭 들어가고 싶어요. 한국말도 못하고 돈도 없어 한국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도와주세요! 부탁합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란톨라(34.남)씨는 지난해 10월 아산소재 한 자동차 부품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입국했지만 회사 사정으로 인해 떠돌이 신세가 됐다.

란톨라씨는 지난달 2일 3일간의 교육을 끝마치고 계약키로 한 회사를 찾았으나 이 회사는 이미 하청 주문이 끊겨 신규직원을 고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 출신 손전도, 랭동, 우홍창씨와 레이날도(필리핀)씨는 고용허가제 규정에 따라 회사 퇴사 후 2개월 안에 일할 사업장을 찾지 못해 결국 체류기간이 4개월에서 1년 이상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처럼 관내 기업들이 공장가동 중단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여파가 외국인들에게 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외국인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참석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얼굴에는 시름으로 가득했다.

이날 센터 관계자는 보고를 통해 “지난해 10월 이후 사업장 이동을 위한 상담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해고 1순위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했다.

특히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1개월도 되지 않아 해고가 돼 2개월 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안타까운 사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센터 자료에 따르면 쉼터를 찾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10월 1024명, 11월 914명, 지난달에는 946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상담의뢰 건수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 관계자는 “쉼터를 찾는 노동자들이 증가한 이유는 경제위기로 인한 사업장 인원 축소 및 사업장 도산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1차 감원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며 여기에 난민신청자가 늘어나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모든 사람이 인권과 근로를 보장받아야 하며 특정 국가 출신이라고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정책 수립과 집행에 이들의 딱한 사정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에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센터 방문에 앞서 거주외국인 지원시설인 안산이주민센터와 ‘코시안의 집’에 들러 결혼이주민 여성과 아이들을 격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장기준 기자  gijun@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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