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순찬(59·사진) 상록구청장은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자신에게 엄격한 공직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그이지만 ‘행정의 최일선’에 서면서 자세를 다시 곧추세웠다.
구청장 취임을 축하하려 지인들이 거리에 내건 펼침막을 당장 떼어낸 것도 그 자신이다. “자만하지 말고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낮은 자세를 지켜야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에서다.
올 1월 상록구청장에 취임한 이후 보낸 한달여가 말 그대로 화살처럼 지나갔다. 관내 13개 동주민센터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밑바닥 소리에 귀를 열었다. 민원현장엔 직접 찾아가봐야 마음을 놓는 성격탓도 있지만, 그저 ‘책상물림’만 하는 것과는 애시당초 거리가 먼 품성 탓이다.
구 행정에는 주민과의 눈높이를 맞추고 ‘육감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하려 힘쓰고 있다. 직원들과도 소통의 문을 활짝 열어뒀다. 책임을 묻되 자율을 보장하는 것이 능력을 120% 발휘하는 원동력이라 믿는 때문이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 발품을 파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무형 리더’라는 평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막힘이 없고 힘이 넘치는 그의 말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다.
◇ 구청장은 주민을 최일선에서 만나는 행정기관의 리더다.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중 일선 기관장으로 일하는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아는데 소감은.
= 1971년 공직에 첫 발을 디뎠으니 벌써 37년이 흘렀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교통행정과장, 지역경제과장, 기획예산과장을 거쳐 복지환경국장, 행정지원국장을 맡으면서 주로 본청에서 일해왔다.
산업지원사업소장으로 일하기도 했지만 주민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기관장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원현장에 몸을 던진 만큼 주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행정을 하고 싶다.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주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 취임 한달여가 지났다. 어떤 생각이 드나.
= 전임 구청장이 워낙 일을 꼼꼼하게 해놔서 순리대로 마무리만 잘해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구민들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항상 찾아서 일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올해 중점적으로 펼칠 특색있는 시책이 있다면.
= 지난해 한대앞역~용신1교까지 약 2.8km를 자연친화적인 테마공간으로 꾸며 주민들에게 너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엔 용신1교~용신3교까지 약 2.7km 구간을 더 늘려 ‘황토십리길 조성사업’을 알차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골길, 황토길 등 주제가 있는 테마공간을 만들고 꽃 터널과 아름다운 조형물도 갖춰 ‘웰빙 명소’로 만들겠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5월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황토십리길 맨발로 걷기행사도 마련할 생각이다.
또 매달 한차례 구청 전 직원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B.B.W-Day’를 운영하겠다. 버스(Bus), 자전거(Bicycle), 걷기(Walking)로 출퇴근 하는 것인데 에너지도 절약하고 지구온난화 예방의 중요성을 공직자가 실천하는 효과도 있다.
공감대가 넓어지면 주 1회로 확대 시행하고 이를 범시민운동으로 넓혀가고 싶다.
도로변 사거리나 가로등 모퉁이 자투리 땅에는 작지만 예쁜 화단을 만들어 사계절 아름다운 상록구를 만들겠다.
◇ 열린행정이 강조되는 시대다. 상록구의 찾아가는 행정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 시민의 육감을 만족시키는 행정서비스를 위해 전 직원이 노력중이다. 상·하반기로 나눠 시민 불편사항이 무엇이고, 작지만 꼭 필요로 하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해 주겠다.
특히 계약행정은 관련 절차를 스피디하게 처리해주고 있다. 준공계를 접수한 뒤 준공검사와 대가지급까지 종전 22일 정도 소요되던 기간을 5일 이내로 단축했다.
처리속도를 높이면 고객의 만족도 향상은 물론 비리나 부정의 발생 개연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세정업무는 전화민원 상담에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중이다.
납세자 전화번호와 지방세 정보, ARS를 통합관리하는 것인데 이런 시스템은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3월까지 프로그램 시험가동을 마치면 세무행정의 신뢰도와 서비스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 안팎으로 경제사정이 정말 어렵다.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구청의 각종 사업을 상반기 중에 90% 이상 발주하고 이에 소요되는 자금의 60%를 조기에 집행하겠다. 대상사업을 파악해 보니 238개 사업에 84억4천여 만원 정도가 된다.
3월까지 1분기에만 192개 사업에 74억 원 정도를 발주할 계획이다. 또 관련 예산집행에 차질은 없는지 꼼꼼하게 진도율을 관리해 지역경제가 조금이나마 활기를 띠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분명 위기와 난관에 처해있다. 하지만 모두가 힘을 합하면 IMF를 슬기롭게 이겼던 것처럼 이번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민들의 고통이 더 크다.
= 재원은 빡빡하지만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 장애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생활안정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등록장애인 등 최저 가계안정을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6만2천여 명을 차질없이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규모는 기초수급자 생활안정에 204억 원, 저소득 장애인에 30억 원 등이다.
구청 직원들부터 사랑나눔에 팔을 걷겠다. 직원 1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상록구청 해피 봉사단’은 언제든지 무료급식소와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저소득 소외계층을 보듬는 따뜻한 봉사활동에 나설 것이다.
또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부받아 재활용하는 ‘아나바다 금요장터’를 상설 운영해 아름다운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과 나누도록 하겠다.
◇ 함께 일하는 상록구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340여 명에 달하는 상록구 공직가족을 한 명 한 명 모두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항상 소통의 길을 트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일의 능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믿고 따르는 화목함과 결속력이다.
자율을 충분히 보장하면서 책임을 부여하는 근무여건을 만들겠다.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겠다.
업무에 있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행정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는 지름질이다.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면 교육이나 학습을 통해 함께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
◇ 평소 활동력이나 주변인과의 관계에 있어 폭이 넓은 것으로 안다. 때문에 퇴직 후 ‘정치’에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선도 있는데.
= 오랫동안 공직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생긴 오해다. 정치에는 뜻을 둔 적도, 그럴 마음도 전혀 없다. 취임 직후 지인들이 축하 펼침막을 거리에 내걸기도 했는데 당장 떼어내라고 지시했다.
시민을 위해 일하는 일선 공직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않고 살아왔다. 상록구청장으로서 시민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자세로 일할 생각이다.
◇ 구민들에게 하고싶은 다짐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평생의 신념으로 살아왔다. 지난 37년간 부끄러움없이 공직생활을 해왔다고 자평한다. 공직을 떠나는 날까지 이런 신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겠다.
최일선 기관장으로서 귀와 마음을 항상 열어놓겠다. 민원이 있는 곳이면 누구보다 먼저 발품을 팔아 달려가고, 어려움을 쏟아내는 목소리에는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겠다. 실무형 구청장으로서 주민이나 공직가족 모두와 항상 소통의 길을 트겠다.
■ 이순찬 상록구청장은 …
1971. 8 공무원 임용
1994. 5 의회사무국 전문위원
1997. 1 교통행정과장
1999. 10 지역경제과장
2000. 11 기획예산과장
2004. 5 복지환경국장
2006. 2 산업지원사업소장
2006. 11 행정지원국장
2009. 1 상록구청장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