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우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장

반월·시화산업단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의 국가산업단지다.
이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18만4천400여 명으로 국가산업단지 총 고용인원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연간 생산액은 45조2천900여 억원으로 국가산업단지 총 생산액의 14%를 점유하고 있다.(2008년 12월 말 기준)

한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자, 지역 경제 발전의 토대로서 절대적이다. 그래서 반월·시화단지의 직접적 성장을 이끌어야할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의 사명감과 책임은 더욱 크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적 경제불황의 파고는 반월·시화단지 중소기업들에게 험난한 항해를 알리는 출발 신호이다.

반월·시화단지를 이끄는 새 선장으로 취임한지 100여 일을 맞은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진기우(陳起佑·48·사진) 본부장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공장의 담을 허물고 서로의 장점을 배워야 합니다. 상생(相生)과 협력(協力)만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키’입니다”
진 본부장에게서 반월·시화단지가 시련을 헤쳐나갈 ‘희망의 돛’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 공장의 담 과감히 허물어야

그는 단호하다. 서울지사장 시절부터 6년 넘게 서울지역본부를 맡아 온 그에게 반월·시화단지 중소기업의 생생의 길이 무엇인지를 묻자 “공장의 담을 허물어야 한다”는 말이 주저없이 돌아온다.

공장끼리 연계해서 각자가 잘하는 부분을 교환해야 서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먹이사슬’처럼 얽혀있던 기업들의 실타래를 풀어 동반자 관계로 변화해야 상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올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사업에 힘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월·시화단지 내 부품관련 선도기업과 협력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연구개발과 기술교류에 나서도록 8억5천여 만원을 지원해 적극 돕고 있다.

현재 2개의 Sub-미니클러스터가 구성돼 운영중인데 전기전자부품 업종에선 선도기업인 대덕GDS를 중심으로 20개 중소기업이, 자동차부품에선 태양금속공업을 축으로 30개 중소기업이 상생협력 관계를 맺고 생산기반에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경쟁관계로만 여겼던 섬유업체들이 ‘공동 브랜드’로 최악의 불황에 맞서는 모습도 상생의 대표적 사례다.

관내 대동텍스(주), (주)동인섬유, (주)황해염직, (주)에스엠제이, 대경섬유, 삼우실크, 남경섬유, 실크코리아, 선일염직 등 9개 업체는 ‘BESBAY’라는 공동브랜드로 스카프, 의류 등을 생산해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상표 등록에 이어 올 3월 말엔 BESBAY(주)로 법인 등록을 앞두고 있다. ‘BESBAY’는 세계적 섬유 브랜드와 어깨를 겨루는 ‘안산 대표 브랜드’를 꿈꾼다.

섬유업계의 공동브랜드 사업을 클러스터 특성화 사업으로 정해 지원하고 있는 진 본부장은 “기업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의 단순가공에서 벗어나 여럿이 뭉쳐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면 경쟁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 ‘머리’로 만들어야 부가가치 높인다

그는 명쾌하다. 반월·시화단지가 불황의 험한 파고를 헤치고 순항할 수 있는 항해의 키는 “머리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손으로 만들던 ‘핸드메이드(Hand made)’ 시대에서 기계로 생산하는 ‘머신메이드(Machine made)’ 시대로 변했지만, 이제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갖춰야 살아남는 ‘브레인메이드(Brain made)’ 시대가 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머리로 만들고, 머리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진 본부장은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지혜도 반월·시화단지가 경쟁력을 갖기 위한 숙제라고 했다.

그는 “경기가 어렵고 불황일수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면서 “오히려 이럴때 투자를 확대해 지속가능성을 살려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고 이는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가 지식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고급 기술인력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산업 위주로 경제질서의 흐름이 변했다고 믿는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제조업 집적 밀집형인 반월·시화단지를 업종별로 전문화되고 섹터별로 특화된 고부가가치 산업단지로 변화시킬 생각이다.

여기엔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유지보수나 단순 하청가공과 같은 저부가가치 생산방식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당장 5~10년 뒤엔 전문성과 특화성에 기반한 체질변화에 성공했느냐의 여부가 반월·시화단지의 경쟁력을 가늠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때문에 반월·시화단지가 신기술산업의 메카단지가 되기 위해서는 산학연관을 연계시켜 R&D 등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는 ‘클러스터사업’, 노후화된 인프라를 개선하는 ‘구조고도화사업’, 에너지를 재자원화하는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발바닥이 붓도록 뛰고 또 뛴다

그는 우직하다. 모든 것들이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 만큼 한시도 일손을 쉬지 않는다. 취임 직후 130여개 업체를 직접 찾아다니며 어려움이 무엇인지 귀를 열었다.

숫제 ‘발바닥이 붓도록’ 뛴 결과, 입주기업과 지자체, 대학,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반월산단과 시화산단의 운영위원회가 지난 2월 새로 창립했다.

이해관계자들이 한데 모인 운영위원회는 산업단지의 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유지관리하고 불합리한 제도가 무엇인지 개선방향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대게 된다.

반월산단 운영위원회에는 안산시, 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안산공과대학과 우성염직 등 7개 기업체가 참여하고 있고, 시화산단에서는 안산시, 시흥시, 산업단지공단, 수자원공사, 경기공업대학과 대모엔지니어링 등 6개 기업체가 모여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또 대기업 입주를 제한하는 규제들을 완화하고, 외국인근로자 복지시설을 짓고, 단지 내 주차시설을 확충하고, 중복적인 환경단속으로 인한 업체들의 부담이 없게 하려면 정부부처와 행정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의 개선을 적극 건의하는 것에 역점을 쏟고 있다.

청정표면처리(도금)센터 건립도 의욕적으로 추진중이다. 사업규모가 영세하고 악취배출의 주원인이 되는 도금업체를 첨단화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단원구 성곡동 680번지 일대 15,810㎡ 부지에 360여 억원을 들여 공동폐수처리장 등을 갖춘 청정도금센터를 짓는 것인데, 현재 센터로의 이전을 희망하는 도금 및 PCB업체가 어느 정도인지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다.

진 본부장은 “경기악화로 상당수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지만 상생협력을 통한 기술개발과 아이디어로 불황을 이겨내려는 의지와 자신감을 확인하고 있다”며 “반월·시화산단이 갖고 있는 혁신역량과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입주 기업체의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 진기우 본부장은 …

-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경제학 석사)
- KAIST 벤처최고경영자과정 수료
- 산단공 경영지원과장, 인사팀장
입주지원팀장
-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사장
- 클러스터추진처장, 서울지역본부장
- 국무총리 표창
- 한국산업단지공단인 대상 수상
-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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