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안산불교연합회 회장 보림스님

아파트와 상가가 빼곡한 월피동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보문선원은 신도를 위한 기도의 도량이자 나눔의 공간이다. 수행을 위한 포교불사이면서 밝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열린 쉼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보문선원의 주지 보림(寶林) 스님은 진흙속에 피어도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만드는 고운 연꽃을 닮았다. 포교 불모지였던 안산에 2000년 법당을 건립한 뒤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몸과 마음이 병들고 힘든 사람들을 보듬고 있다.

소외된 이웃과 어르신, ‘코리안 드림’을 위해 안산을 찾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보림 스님은 마음의 안식처이고 몸을 기댈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다. 낮은자를 먼저 살피는 자비 실천과 활발한 봉사활동으로 지난해 12월엔 조계종의 제20회 포교대상 시상식에서 사회포교분야 원력상을 받았다.

불기2552(2008년) 3월 총무원 호법부 조사국장에 임명되고 올해 1월 안산불교사암연합회 회장에 추대됐다. 몸이 힘들 법도 하지만 부처님 사상을 통해 대자대비(大慈大悲)하는 보림 스님의 의지는 더 넓고 깊어졌다.

◇ 맞춤형 전법행으로 자원봉사 꽃피워

보림 스님이 월피동 다농마트 옆 현대쇼핑 상가 5층에 보문선원을 개원한 것은 2000년 10월. 포교당을 열자마자 곧바로 지역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돋보기와 안경을 보시하는 일을 시작했다.

“눈이 어두워 고생하는 어르신들에게 광명을 보시하자”는 뜻에서 신도들과 함께 ‘밝은세상보기’라는 봉사회를 만들어 시작한 일이다. 처음 나눠준 돋보기가 500개 정도였던 게 요즘엔 1년에 5,000개가 넘는다.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지역에서까지 돋보기 보시를 요청해 올 정도다.

외로운 어르신들을 초청해 위로하는 경로잔치도 포교당 개원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일제 강점시대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됐다가 영구 귀국해 사동 고향마을에 모여 살고 있는 사할린동포를 포함해 경로잔치에 모시는 어르신이 매년 2,000~3,000명을 웃돈다.

또 무료로 영정사진을 찍어주고, 김장을 담가 소외이웃들과 나누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비심을 갖고 항상 이웃을 바라보고 도울 때 나에게도 자비가 돌아온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깨우기 위해 법당에만 안주하는 포교를 과감히 버린 것이다.

안산을 처음 찾았을 때, 2천여 명은 족히 모일 수 있는 넓은 공연장을 갖춘 성포공원 앞 상가에 도심 포교당을 연 것도 이런 ‘맞춤형 전법행’을 실천할 요량에서다. 그래서 매년 돋보기 나눠주기 행사와 경로잔치의 무대가 되는 성포공원은 보림 스님에게는 ‘탁 트인 야외법당’인 셈이다.

◇ 국경 뛰어넘는 자비로 인종의 편견 깨

불우한 이웃 못지않게 외국인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는 것에도 보림 스님의 열의는 남다르다. 2005년 같은 상가 3층에 외국인을 위한 법당인 ‘마하보디사’를 개원했다. 안산지역 공단에서 일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2007년, 마하보디사가 옮겨 간 뒤에는 이 곳을 어려움에 처해있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안산 이주노동자 열린 쉼터’로 꾸몄다. 침대와 주방, 교육실까지 갖추고 있는 열린 쉼터는 이주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면서 한글과 컴퓨터 등을 배우는 공부방도 되고 있다. 직장을 잃어 갈 곳이 없거나 어려움에 처한 외국인은 인권과 건강을 보호하고 취업도 도와준다.

이주민들의 국내 정착을 돕고 있는 불교계 지원단체들의 모임인 ‘마하 이주민 지원단체협의회’의 발족을 맨 앞에서 이끈 이도 바로 보림 스님이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데 전국 사찰별로 진행하던 지원활동의 물줄기를 한 방향으로 모아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지원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피부색이나 인종, 국경을 뛰어넘어 만민(萬民)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야 참된 삶을 이룰 수 있다”는 불교의 자유평등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외국인노동자의 생활과 인권, 복지를 살피는 이런 헌신적인 삶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조계종의 제20회 포교대상 시상식에서 사회포교분야 원력상을 받기도 했다.

◇ 일체유심조 … 화합의 씨앗 뿌려

1993년 성중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후 마음에서 한 번도 내려놓지 않은 법구경은 ‘일체유심조’(一切唯心造)이다.

“모든 것이 마음이 만들어 낸 것에서 비롯되는 것을 안다면 부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지위가 높은 자와 낮은 자, 피부색이 같은 자와 다른 자가 서로 반복하고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내 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일체만법이 오직 이 한 마음에 있는데 서로 화합하고 나누는 삶을 살아야죠”

올 1월 안산불교사암연합회 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된 뒤 기독교 등 다른 종교계와도 화합하는 큰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종교인이 화합하면 시민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때문이다.

지난해 말 천주교 수원교구 생명환경연합이 발간하는 소식지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되 다름을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행복의 열쇠다”라는 글을 기고한 것도 종교계 지도자로서 화합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사정이 어려울때일수록 서로를 보듬는 화합이야 말로 이웃을 바라보고 돕는 나눔의 열매를 맺는 씨앗이 된다는 게 보림 스님의 믿음이다.

지난해 3월부터 총무원 호법부 조사국장도 맡고 있는 보림 스님은 “가슴속에 깊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정신, 있는 자가 나눠주고 도와주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가장 행복한 사회”라고 말한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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