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동 능길초등학교를 찾아서

안산시 신길동 소재 한 초등학교. 불과 지난 학기 때까지만 하더라도 19학급 750여 명의 학생이 다니던 학교에 지금은 6학급 150여 명의 학생들만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학생수가 줄면서 22명이던 선생님도 현재 7명으로 그 수가 아이들이 줄어 든 것과 비례해 줄었다.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도시지역 폐교 위기의 학교로 생각될 수도 있다. 다름 아닌 지난 2월 통학구역이 변경됨으로써 학생 중 80%정도가 집단 전학을 가면서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 우려했던 능길초등학교(교장 김복순). 3개월여가 지난 지금. 걱정했던 거와는 달리 능길초등학교는 다른 어떤 학교보다 웃음과 즐거움이 넘친다.

◇ 가족 같은 학교

4층 건물, 교실 수도 4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학급수가 6개, 그렇다면 그 나머진 비워 있다는 건데... 아차! 이건 극히 단순한 생각이었다. 6개의 학급은 한 두 층에 몰아 있겠지? 이런, 이것 역시 예상을 빗나갔다.

그 어떤 교실도 비워 있는 곳은 없었고 6개의 학급은 1~3층에 각각 나눠서 분포되어 있었으며, 4층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능길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 전체를 자신들의 다양한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교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여유 공간이 많다보니, 많은 교실들을 ‘동아리 방’, ‘나의 꿈실’, ‘이야기 나눔터’, ‘신나는 공부방’,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 보조교사가 상시로 거주하는 ‘ENGLISH ROOM’ 등,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춘 시설로 꾸며져 있었다.

특히, 능길초등학교의 도서관에는 아이들 수보다 100배나 많은 1만 5천여 권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있다. 또한 ‘ENGLISH ROOM’은 교실을 새로 리모델링 해 왠만한 영어캠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만들었다.

이렇게 학교 안에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아이들은 행복하고 즐거울 수밖에 없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 합쳐봐야 150여명, 다른 학교 한 학년의 수에도 못 미치는 인원이다.
그래서인지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은 자기 반 학생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이름을 거의 다 알고 있다.

학생 수는 적지만 선생님과 아이들, 6학년 형, 누나와 1학년 아우들이 서로에 대해 알기에, 능길초등학교는 가족 같은 학교인 것이다.

◇ 세대공동체 평생배움터

능길초등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엄마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14개의 특기적성 교육을 ‘세대공동체 평생교육’으로 마련,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 할 수 있게 만들어 졌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All Happy!!’라는 슬로건을 2009학년도 교육 목표로 삼고 추진되는 세대공동체 평생교육은 ‘시조창’, ‘국악’, ‘요가’, ‘오카리나’, ‘종이접기’, ‘한자교실’ 등 총 14개의 프로그램이 능길초 선생님들과 외부 강사에 의해 진행된다.

방과 후 프로그램이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자 학기 초 학생들의 집단 전학으로 자칫 어두운 분위기가 환한 웃음 꽃 피는 행복한 학교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 능길초등학교 김복순 교장

“올 학기 초, 아이들의 집단 전학은 한편으로는 마음 아픈 일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학교가 지역 사회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기 초의 일에 그냥 낙심만 하고 있었다면 오늘 같이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라는 이미지를 갖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김복순 교장은 이런 어려움이 있었기에 선생님들과 모든 직원들이 더욱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실 80%이상의 학생이 빠져 나가자, 정말 모든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떠난 아이들보단 남아 있는 아이들이 더욱 소중했고 교장으로서 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 처음이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능길초등학교는 김복순 교장을 비롯한 모든 교직원들은 아이들 등·하교 길에 교통안전 지도활동을 펼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아이들과 가까워지게 됐고 교장실은 모든 아이들을 위해 개방하게 되었다.

또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세대공동체 평생배움터를 운영하고 학교가 더 이상 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닌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공공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그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학생 수가 줄어 규모는 작아 졌지만, 학교의 모든 시설이 아이들과 지역민들이 행복해 지는데 사용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김복순 교장은 예전처럼 학교가 아이들로 넘쳐날 거란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남아있는 아이들이 더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초등학교의 멋진 추억을 만들어 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학교’를 만들어 가는 것이 김복순 교장의 꿈인 것이다.

신길동 주민들이 학생들과 함께 요가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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