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시의회에서 돔구장 건립안의 의결여부를 앞두고 시가 여론몰이에만 급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보다 안건 통과를 밀어붙이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론형성 과연 공정할까 = 지난달 29일 열린 ‘돔구장 건립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추진위는 최근 한달 사이 받았다는 시민 16만5천여 명의 돔구장 찬성 서명을 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서명을 받는 과정에 행정기관이 상당부분 개입하거나 관여한 정황이 적지않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문인수 의원은 “지난 5월 통장 정기모임에서 돔구장 찬성 서명부가 일괄 배부돼 각 동별로 조직적인 서명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6월 통장 회의때는 타당성 근거로 시가 강조해온 '돔구장 건립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요약한 자료가 회의안건에 첨부됐다.

일선 학교에서까지 학생들을 상대로 서명이 진행돼 말썽이 됐고, 공공근로자 안전교육장과 시가 주관한 대규모 행사장 등 다중이 모인 곳에선 어김없이 서명부가 돌았다. 시는 “추진위가 알아서 한 일이지 시가 통장협의회 등에 찬성 서명을 받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해명이지만 적어도 행정기관이 ‘알고도 묵인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9일 열린 추진위 출범식을 앞두고는 일부 동주민센터가 행사 개최를 알리고 참석을 독려하는 핸드폰 문자를 직접 발송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여론형성 과정이 공정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추진위측은 그러나 "3만2천석 규모의 돔구장이 건립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서명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이른바 '관제동원' 논란을 일축했다.

설득 노력 찾기 어려워 = 여론이 양분된 상황이라면 적극적인 설득과정이 필요하지만 이런 노력 보다는 ‘여론몰이’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유명 연예인을 돔구장 홍보대사로 서둘러 위촉하고 추진위 발족식에 인기 연예인들을 대거 동원한 것을 두고 “개봉을 앞두고 팬 사인회 등을 열어 사전 흥행몰이를 하는 영화제작사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5월 임시회에서 돔구장 안건이 부결된 직후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던 시의 태도가 무색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공직내부에서조차 “안건이 아직 통과가 안됐는데 홍보대사를 서둘러 위촉하고 위촉식을 시청 회의실에서 하는 것은 ‘여론몰이용’ 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일부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2일 KBO와의 양해각서 체결 과정도 왠지 짜임새가 없어 보인다. 2007년 10월 KBO와 기본협약을 맺을 땐 당시 한국시리즈가 열리던 잠실야구장에까지 직접 가서 KBO 총재와 기본협약을 체결하는 장면을 TV로 생중계하며 떠들썩하게 홍보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서류만 서로 오고가는 수준에 그쳤다. 왠지 서둘렀다는 느낌이 짙다. 시는 하지만 “홍보대사 위촉이나 추진위 발족식에 연예인을 초청한 것은 추진위가 자체 진행한 일이고 KBO와는 프로야구팀 유치 등을 적극 지원받기로 협의를 마쳤다"며 '여론몰이용'이라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안건 심의 앞둔 시의회 압박 = 돔구장 안건이 아직 시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지만 관련 준비와 절차는 예외없이 진행중이다. 이미 지난 4월 27일 안산도시공사와는 돔구장 사업을 위한 기본협약서를 맺었고, 이를 추진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위한 타당성 검토 용역도 시 담당부서가 발주해 진행중이다. 7월 정례회에서 안건 통과를 단정하지 않고는 밟기 어려운 절차들이다.
이의 배경을 안건 심의를 앞둔 시의회 ‘압박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5월 임시회에서의 안건 부결 결정을 존중해 대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당론=찬성’이라는 논리로 밀어붙이거나 적어도 이런 분위기로 시의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시의회로서는 타당성 논란에 대한 보완이 없는데 한달 만에 태도를 바꿔 안건을 승인해 주기가 곤혹스럽다. 시의원 사이에 “한달 만에 안건을 재상정한 것은 시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다. 불안요소와 리스크에 대한 검증과 보완이 없는데 승인을 해주려해도 ‘명분’이 없지 않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돔구장 건립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정치적인 잣대로 나누는 것을 우려하는 지적이 많다. 속도를 조율해가며 충분한 검토를 거쳐 추진하자는 ‘신중론’을 ‘돔구장 반대’ 논리로 몰아세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A의원은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통과 협의의 부재다. 일방통행식 사업추진으로는 갈등을 해소하고 시민합의를 끌어낼 수 없다. 소수의 결단과 정치적 잣대로 시의원의 ‘소신’있는 판단을 압박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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