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산악인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산이라면 거의 다 올라봤다는 40대 후반의 중년 여성이 있다.
여성 산악인이라고 하기에 처음 그녀를 만나보기 전까진 피부가 까만, 그리고 조금은 건장한 체격(?)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산악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가냘픈 그래서 잘 못 찾아온 건 아닌가 할 정도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산을 좋아하는 권현숙(47·사진)씨. 그녀와 산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자 처음에 겉으로 보여 지던 모습과는 달리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산이 왜 좋으냐고요? 산에 올라보면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산이 좋아 권현숙씨는 10여 년 동안 대한민국 산이라는 산은 거의 다 올라 봤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년여 전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알프스 산악회 회원들과 백두대간의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

남과 북의 분단으로 그녀의 백두대간 등반은 반으로 뚝 잘려 나갔지만 지리산을 시작으로 태백산까지 거리로 따진다면 663km의 산길을 걸은 셈이다.“힘드냐고요? 산을 오르고 그 산길을 가다보면 힘이 생깁니다”사실 권현숙씨는 고잔 신도시에서 ‘해송 참치’라는 횟집을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고 사동에 ‘실과 바늘 이야기’라는 수예점을 열고 ‘수놓기’, ‘뜨개질’, ‘십자수’ 등을 지도하고 있다.

이렇게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그녀가 시간을 내서 산을 찾는 건, 산이 항상 그녀에게 새로운 힘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한의 백두대간 등정 42개 구간 중 이제 10여 개 구간이 권현숙씨를 기다리고 있다. 산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그녀는 나머지 구간의 등반을 서두루지 않는다.

“산은 왜 이리 늦게 왔냐고, 또 자주 오라고 하지는 않아요. 항상 같은 맘으로 받아주고 이해해 주죠. 아주 오래된 벗처럼, 때론 엄마 처럼요” 늘 변함없이 대하는 산이 좋아서 그렇게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권현숙씨는 말한다.

쉬는 날이면 짐을 꾸려 산으로 향하는 그녀를 가족들이 이해해 주는지 궁금해 졌다.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의외로 간단했다.“저 보고 멋쟁이라고 하던데요. 호호호” 남편과 이제 갓 군대를 제대한 아들은 엄마가 산을 오르는 것에 대해 열렬히 응원하는 팬이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산을 오르는 그녀가 그 누구보다도 열정을 갖고 살기 때문이란다.백두대간을 마치고 나면 그녀는 또다시 백두정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위 아래로 큰 등반을 했으니 그 이후엔 좌우로 세밀한 산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산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보니 당장이라도 베낭을 매고 산으로 달려 갈 듯하다. ‘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행복해 진다는 권현숙씨, 그녀는 분명 산을 사랑하는 산(山) 사람이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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