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조례 제정, 안건 재상정과 위상, 표결 공개여부…??

안산시의회가 안산시의 돔구장 추진 관련 안건인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 처리를 두고 세 가지 혼돈에 빠졌다. 조례 입안에서의 어이없는 오류, 안건 재상정에 따른 의회 위상, 표결 공개여부가 그것이다.

상위법 위반 조례 입법

우선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을 위반한 조례안 공포는 의회 위상 문제뿐 아니라 법안 처리에 있어 신중하지 못한 검토가 얼마나 큰 재앙을 주는지 절실히 보여줬다.

지방자치법 제35조 5항에서는 지방의원이 지방공기업법에서 정한 공사와 공단에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안산시의회가 안산도시공사 설립을 위해 제정한 조례 제12조에서는 비상근 이사로 소관 상임위원장을 당연직으로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명백한 상위법 위반 조항이다.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법 제78조에서는 의원이 겸직할 수 없는 직종에 취임했을 때에는 의원직에서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지난달 24일까지 당연직이라도 이사로 취임했던 안산시의회 강기태 기획·행정위원장은 퇴직되어야 한다.

이러한 치명적 문제는 법안을 검토하고 심사하는 시의회와 안산시·경기도의 법제관련 부서에서도 발견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안산도시공사와 같은 지방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내 남양주, 평택, 하남시의 설립 조례를 봐도 임원 조항에 지방의원에 대한 당연직 임명에 관한 내용은 없다. 심지어 임원의 겸직금지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안산시 조례의 경우 겸직금지 조항에서는 ‘상근이 아닌 이사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조항으로 인해 비상근 이사 즉 당연직 이사에 대해서는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이렇듯 다른 지자체의 조례안과 비교해 명백히 다름에도 이 안건에 대한 법안 검토가 전혀 안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안산시의회는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이 조례에 대한 수정안을 이번 정례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하고 있다.

안건 재상정에 따른 의회 위상 문제

또 다른 문제는 지난 5월 임시회 본회의에서 찬반 동수로 부결 처리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이 별다른 검토 없이 같은 내용으로 재상정됐다는 것이다. 이는 안산시가 시의회가 의결한 내용은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의회 내에서도 위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상임위에서 결국 강행 처리된 이 안건 심사에서 처리 반대 의견을 보였던 민주당 문인수 의원도 이 문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문 의원은 “돔구장에 대한 찬성, 반대를 떠나 의회 위상이 실추되는 자존심 상하는 문제”라며 “이로 인한 모든 결정과 책임은 결국 의회가 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만약 지난번 부결 처리된 안건을 스스로 뒤집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지난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회 내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심각히 고민하는 모습은 거의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당연히 표결에 부쳐질 이번 안건에 대해 공개, 비공개가 더 큰 사안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개 의정’ : ‘소신’

의회에서 한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합의점에 다다르지 않을 경우 표결을 결정 수단으로 삼는다.

모든 의정 활동은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때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의원들간 민감한 사안에 대한 협의나 결정은 협의를 통해 종종 비공개로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 임시회 본회의에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 처리는 무기명·비공개 표결로 진행됐다. 찬·반 의견과 관련 자신의 뜻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당, 국회의원 등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방의원들의 특성상 공개될 경우 소신 표결이 어려워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번 정례회에서는 공개 표결이 예측되고 있다. 아직 비공개 표결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론 결정과 공개 표결을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과 여론의 압박 때문이다.

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는 인사나 의회 내 선거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무기명 비밀 표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밖에 사안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이 아닌 지방의회 회의규칙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안산시의회 회의 규칙을 보면 ‘표결할 때에는 의장이 의원으로 하여금 기립 또는 거수하게 하여 가부를 결정 한다’고 되어 있으며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의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가명 또는 무기명 투표로 표결 한다’고 되어 있다.

현 규칙상에는 표결에 있어 무기명 표결이 위반되거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정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서는 공개 표결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공개 표결과 비공개 표결의 경우 완전히 그 결과가 달라지는데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의원으로서 소신을 밝히는데 있어 방해 요소의 유무가 판단이 기준일 것이다. 당론으로 이 문제를 결정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마당에 공개 표결의 경우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에 지방의원들의 입지는 너무나 좁다. 바로 정당공천제의 사슬에 묶인 지방의원들의 현실이다.

문제는 공개·비공개 논란의 중심이 과연 시민의 ‘알 권리’와 ‘의사결정의 투명함’에 초점이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의회는 이러한 세 가지 혼돈 속에서 10일 정례회 본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최영석 기자 photojk@woorians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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