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장면을 안산에서 찍은 극장상영용 예술영화 <청아>가 화제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대흥엔터테인먼트도 안산에서 둥지를 텄고 메가폰을 잡은 김한정호 감독도 안산에 거주하고 있어 <청아>는 '안산 영화인의 힘'이 만들어 낸 '안산 영화 1호'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영화 <청아>는 지난달 27일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앞으로도 계속 안산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김한정호 감독을 만나 영화 제작배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아름다운 안산과 함께 한 영화 <청아>

▲ 영화 <청아> 김한정호 감독.

“영화를 찍으면서 만난 안산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 그 자체였어요.”

영화 <청아>의 메가폰을 잡은 김한정호 감독은 안산에서 영화의 대부분을 촬영하면서 안산의 아름다운 풍경에 쏙 빠져들었다. 다른 지역에서 합류했던 스태프들도 안산의 미(美)에 매료됐다고 그는 귀띔한다.

김한정호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영화 <청아>를 통해 안산을 새롭게 보여주고 싶은 의지가 강하게 뭍어있다. “안산은 단원 김홍도로 대표되는 예술의 도시죠. 그런데 실제 외부에 비춰지는 이미지는 부정적인게 사실이에요. 이 영화를 통해 안산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아름다운 석양과 수많은 공원들은 그 어느 도시에서도 찾기 힘든 감동 그 자체죠.”

◆“안산시의 소극적 태도 아쉬워”

하지만 <청아>를 안산에서 촬영하면서 느낀 아쉬움도 많다. 무엇보다 안산시의 소극적인 태도가 못내 섭섭하다. “안산시민 뿐만 아니라 일반 관공서에서 보내주는 협조는 정말 대단했어요. 하지만 정작 안산시는 왠일인지 거의 관심을 안보여 서운하기도 해요. 다른 도시에서 촬영했어도 이 정도로 무관심했을까 생각하게 돼요.”

그는 촬영 분량으로 따지면 고작 3분 정도 밖에 안되지만 바다 장면을 찍기 위해 전남 완도의 청산도를 방문했을 때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관공서 직원들까지 나와 배를 구해주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준게 지금 생각해도 놀랍고 고맙다. “안산이 문화 예술의 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실제 관심은 별로인 것 같아요. 영화인들이 경기도 일산을 새로운 영화의 메카로 보고 몰리는 것도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9월 시작해 3개월간의 촬영기간 동안 안산시민의 관심에는 김한정호 감독도 놀랄 정도다. “촬영장을 지켜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배우의 연기에 감동하기도 하는 모습에서 안산시민들이 얼마나 영화에 대해 관심이 높은지 알 수 있었죠.”

반면, 오해로 인해 어려웠던 적도 있다. 안산에서 일어난 ‘조두순 사건’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 영화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언론으로부터 외면 당한일도 있기 때문이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내용 중 주인공 청이가 아버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파는 내용이다 보니 오해를 샀죠. 하지만 작품 속 설정은 철저히 작품으로만 이해해야 하는데…아무튼 잠시였지만 오해가 섞인 시선에 조금 마음이 상하기도 했죠.”

◆호수 바라보다 떠오른 <청아>

그의 나이 올해 39살. 영화에 미쳐 지낸지는 16년이다. 서울예술전문대(현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졸업하고 내내 영화에 투신한 김한정호 감독은 영화계에 뛰어든 것이 슬프기는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한다. 그가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만도 수십편. <꽃잎>, <악어>, <쁘아종>, <인연> 등 많은 영화에서 조연출로 활동하다 처음 메가폰을 잡은 게 지난 2003년 영화 <쇼쇼쇼>다. 영화 <청아>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김한정도 감독이 설명하는 <청아>의 기획 배경이 조금 재밌다. 그와 <청아>를 함께 만든 제작사 대흥엔터테인먼트의 채문성 대표는 절친한 사이다. 연초에 충주호에서 낚시를 하다가 김한정호 감독은 문득 심청전에서 심청이가 뛰어든 인당수가 떠올랐다고 한다. 곧장 효심으로 대표되는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는 영화 제작을 채 대표에게 제안했다. 김한정호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채문성 대표가 안산에 지역 최초의 영화기획사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영화 속 특별한 장면 기대해 주세요”

“시나리오 작업부터 느낌이 정말 좋았죠. 촬영을 마친 지금 시나리오의 120%이상 결과물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감독인 제 자신도 기대가 될 정도죠.”

김한정호 감독은 <청아>에는 영화계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장면이 있다고 귀띔한다. 그는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특별한 장면’이 있어요.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라며 장난기어린 웃음을 건넨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영화와 안산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스친다. 내년 4월로 잡아놓은 다음 작품도 안산에서 찍을 계획이란다. 그리고 <청아>의 후반작업이 끝나면 내년 국제영화제 등에 출품한 뒤 4월 극장 개봉에 앞서 안산에서 최초의 시사회도 가질 계획이다. “촬영에 협조해 주고 응원해 준 안산시민들에게 제 영화를 가장 먼저 공개하고 싶어요.”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청아>는 지독하게 슬프고 아프지만 결국 희망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그의 말처럼, 문화 불모지로도 불리는 안산의 지독하고 슬픈 현실을 <청아>가 희망과 행복이 풍요로운 도시로 채워주리라는 기대감이 벌써 커진다.

최영석 기자  photojk@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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