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과 함께 소통하며 호흡하는 예술인 집단이 있다. 다문화 도시로 일컬어지는 안산에서도 최전선인 원곡동에서 이주 노동자들과 주민을 연결하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는 예술인 집단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이하 리트머스, 대표 유승덕)’다.

▲ 원곡동 지역에 자리잡고 지역민과 소통하는 예술인들의 집단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리트머스)' 유승덕 대표가 원곡동 외국인주민센터 인근에 위치한 리트머스 전시장 입구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산과 염기를 측정하는 시험지를 뜻하는 리트머스는 실험과 도전을 상징한다. 60여명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때로는 발칙하고 기발한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원곡동 지역의 이주 노동자들의 특이한 문화를 잡아 축제로 발전시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그들이 직접 체험해 만든 원곡동 가이드맵 ‘욜라뽕따이’는 이러한 실험정신에서 출발한다. 이 가이드맵에서는 원곡동에 있는 세계 각국의 음식과 볼거리를 소개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음식과 가격을 자세히 안내하는 등 원곡동 구석구석에서 찾은 보물들을 소개한 것에서 이들의 지역 그리고 주변인들과 함께 소통하려는 노력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것 뿐만 아니다. 매일같이 중국동포들의 장기판이 벌어지는 원곡공원에서 착안해 지난해 예술인과 함께하는 장기대회를 개최해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이주 노동자와 즐거운 축제의 장을 열었다.

또한, “홍대 근처에만 클럽데이가 있는 게 아니다”라는 발상으로 같은 해 개최된 원곡동 클럽데이에서는 각국 음식점에서 직접 섭외·준비한 각국의 전통 공연단들이 원곡동 각지에서 공연을 펼쳤다.

▲ 리트머스는 지역민,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호흡한다. 사진은 지난해 여름 원곡동 일대에서 펼쳐진 다문화 축제 '욜라뽕따이' 모습. <사진 : 리트머스 제공>

언뜻 축제 기획사 같은 이들의 움직임이지만 단순히 축제를 기획하는 것이 활동의 전부가 아니다. 그들의 독특하면서도 지역 상황을 총괄하는 예술 활동과 전시회는 이미 여러사람들에게 정평이 나 있다. “예술인들은 작업실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는 이들의 실험정신과 도전정신, 그리고 지역과 함께 소통하는 예술 정신은 원곡동이라는 독특한 다문화 지역의 특성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리트머스는 지난 2007년 유승덕, 김월식, 양정수 작가가 예술 대안공간을 만들자는 공감대를 통해 창립하게 되었다. 당시 안산에 자리잡게 된 것은 원곡동에서 이주민 지원활동을 하던 백기영 작가가 “이왕이면 흥미로운 공간인 다문화 도시 안산에서 시작하자”는 제안 때문이었고, 이에 동의한 작가들이 지금의 터에 리트머스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제는 60여명의 예술가들의 함께하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예술단체가 되었다.

▲ 지난해 '리트머스'가 원곡동에서 펼친 국제 레지던시 협업과정 중 네팔작가 수잔과 리트머스의 김월식 작가(자장면 먹는 이)가 중국음식을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다문화 지역의 이주 노동자와 주민들의 이목과 관심을 이끈다. <사진 : 리트머스 제공>

원곡동 외국인주민센터 근처에 작은 전시장과 사무실이 전부지만 그들에겐 꿈이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활동을 펼치고 싶다. 창립 3년째를 맞는 리트머스는 그래서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말 사단법인으로 등록을 마쳤다. 지역 예술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다.

도약을 준비하는 이들의 ‘발칙하고 독특한’ 상상력과 예술혼은 안산의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석 기자  photojk@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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