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참여자
장경열 안산시 민간협력담당
류홍번 안산YMCA 사무총장
김용승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이현선 안산 좋은마을만들기지원센터 사무국장

장경열 : 안산시는 2008년 3월 좋은마을만들기 지원센터를 개소하면서 이 사업을 민간에 위탁했다. 민관이 하나의 거버넌스를 형성해 민관협력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은 관(官)이 주도해 이 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지자체와는 차별화된 점이다. 이런 차별성이 높이 평가돼 지난해 민관협력 우수사례 공모대회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주민이 주체라는 기본 취지에 맞게 생활환경 개선과 공동체 의식 형성, 복원 사업 등을 공모를 통해 추진해 왔다. 주민자치대학과 마을코디네이터 교육 등을 통해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확대했고 이를 이끌어갈 인재 육성에도 좋은 성과를 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공모사업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이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참여 속에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뜬구름 잡는 사업이 아닌가?”라는 시선도 많았지만 체계적인 유형화 단계를 거치면서 각 동네마다 이 사업을 신청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 성과를 냈다.

류홍번 : 환경 개선을 통해 주민의 삶을 개선했다고 본다. 석수골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화정동은 주민 화합과 공동체 의식이 확산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대외적인 도시 이미지도 크게 좋아져 이 사업을 벤치마킹하려는 자치단체도 줄을 이었다. 특히 민관협력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좋은 모델이 됐다. 마을단위로 지도자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전 지역으로 확산된 것도 눈에 띄는 성과다.

이현선 : 마을만들기를 ‘정원 가꾸기사업’ 쯤으로 생각했던 인식이 확 바뀌었다. 지원센터는 좋은마을을 만들기 위해 공모사업을 통해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전파하고 있는데, 사업비만 교부하는 차원이 아니라 일상적인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을디자인대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주민과 디자인을 함께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권역별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마을단위로 진행하는 첫 시도여서 좋은마을을 만들어가는 즐거운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김용승 : 처음에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무엇인지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사동 쌈지공원 만들기 사업의 방향을 자문하면서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주민들의 인식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우리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도면으로 설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활속에서 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인식을 바꾼게 가장 큰 성과다.

◆ 마을만들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남은 과제가 있다면.

류홍번 : 이 사업은 행정기관과 시민단체, 전문가(학계), 주민 등 4개 주체가 하나가 되어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몇몇 참여단체를 빼면 전면적인 확산이 늦어진 게 사실이다. 행정기관 내에 디자인과 도시계획 등을 담당하는 연관부서와의 협력도 다소 미흡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행정기관의 협의체가 구성됐으면 좋겠다. 또 지원예산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장경열 : 행정기관 내 관련부서의 협조체계는 정말 필요하다. 또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을의 문제점을 찾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공모를 신청하더라도 체계성이 떨어지다보니 선정에서 탈락하는 사업들도 많았다. 지원센터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모든 사업을 지원하기엔 한계가 있다. 한양대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고 마을디자인대학을 확대해 공모에서 탈락한 사업이더라도 취지가 좋으면 다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용승 : 한양대도 마을디자인대학을 계기로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과 마을만들기 작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서투른 면이 있지만 안산시 미래 발전 청사진에 한양대가 동참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이 사업은 한 평 쌈지공원을 조성하는 것에서 시작해 이제는 ‘거리’를 바꾸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도시재생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행정기관과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이 사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다소 분리돼 있다는 느낌이다. 워크숍 등을 통해 운영위원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넓혀야 한다.

이현선 : 안산은 신도시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과 네트워크가 우수하고 이를 토대로 민관협력 우수모델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다. 이제는 지역의 대학교, 건축사회와 같은 지역 전문가그룹이 참여해 더 큰 동력을 가지게 됐다. 지원센터는 좋은마을을 만들고 싶어하는 열정을 한데 모으는 중심체로서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 좋은마을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단체)별로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또 어떤 방법으로 지원해 나갈 것인지.

류홍번 : 지난 3년을 1기로 본다면 앞으로는 2기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교육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올해는 2기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마을단위 개발방향에 대해 마스터플랜을 짜더라도 지구단위계획에 막혀 진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비법정계획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과 행정기관과의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마을만들기 사업의 힘은 주민에게 있다. 지금 차질없이 준비해 나가면 3~4년 후에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도시재생운동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 하리라 믿는다. 그렇지 못하면 단순히 재개발 붐에 밀려 이 사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

장경열 : 마을만들기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확대하는 것에 시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얻는게 필요하다. 주민들이 믿고 따라오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 동기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이런 동기유발 모델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 기존 공모방식의 사업선정은 그대로 유지하되 지원내용에는 일부 변화를 줄 생각이다. 지금은 최대 3천만원 범위 내에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완료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업계획 수립, 공동체 형성 등 지속적인 사업추진의 단초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김용승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도시의 친환경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가그룹이 너무 시민단체 활동가로 편중돼 있다는 느낌이다. 학계 전문가와의 균형을 맞추도록 전문가 참여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마을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는 이미 주민들의 머릿속에 있다. 이를 구체화해 표출하고 표현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을디자인대학을 중심으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 마을디자인대학은 안산YMCA, 지원센터와 함께 한양대가 주민자치위원, 풀뿌리 주민조직 등을 대상으로 이 사업의 주도적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

이현선 : 주민 뿐만 아니라 참여기관을 포함해 이 사업에 대한 교육의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현재 공모사업과 교육사업이 대표적인 사업인데 현재 예산과 인력에 있어 한계가 많다. 좋은마을을 위한 지속적인 비전 만들기 활동이나 마을단위 계획 및 연구조사 활동이 빠져서는 ‘깨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협력관계에 있는 행정, 단체, 전문가들과 역할분담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연구조사, 홍보를 위한 예산과 인력이 절실하다. 다른 지역 지원센터는 평균 3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전라북도 마을만들기협력센터는 4~5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정리 : 안산신문 강형민 편집국장>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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