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올레길은 시화호를 끼고 수려한 갈대밭과 흙길을 걷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게 않게 즐길 수 있다. 본오아파트 옆 놀이터에서 시작해 '승지골'에 이르는 5.98km 구간으로 3시간이면 쉬엄쉬엄 걸을 수 있다.

‘놀멍 쉬멍’ 걷는다는 올레길. 안산의 올레길은 역사를 이야기하며 걷는 도보 여행길로 개발되었다. 전 문화해설사 강명희씨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장준석씨가 개발한 이 길은 안산지역 독립운동가 염석주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재구성되었다. 지난 14일 어르신 IT교육모임인 ‘은빛둥지’회원들과 인터넷 걷기 동호회 ‘인도행’회원 등 30여명이 처음으로 이 길을 걸었다. 특히 염석주 선생을 지역의 독립운동가로 재조명하는데 앞장서온 ‘은빛둥지’ 회원들에게 이 길을 걷는 마음은 남달랐다.

‘은빛 올레길’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길은 본오아파트 옆 작은 놀이터, 염석주 선생의 생거지에서 시작된다. 출발점에서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인절미 섬이 첫 목적지이다. 지금은 시화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이름만 섬으로 남아있지만 일제시대 염석주선생이 밤에 몰래 배를 타고 건너가 독립운동가들과 비밀회의를 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본오동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에는 생명을 준비하는 봄의 흙냄새로 가득하다. ‘인도행’ 우정순(원곡동) 회원은 “딱딱한 포장도로를 벗어나 부드러운 흙길을 걸으니 기분이 좋아진다”며 흐뭇해했다.

인절미섬을 돌아 조금 더 남쪽으로 걸어가면 지금은 가동을 중단한 음식물처리장을 지나 안산갈대습지공원으로 들어선다. 습지공원에 다다르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은빛 갈대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시화호가 왜 이 길이 ‘은빛 올레길’인지 온 몸으로 보여준다. 또한 시화호 주변에는 한해 150여종 15만마리의 철새가 찾아 들어 길을 걷는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길은 갈대습지공원을 지나 수변공원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개장한 수변공원은 산책로와 주민운동시설, 생태관찰시설 등이 어우러진 테마형 공원으로 시화호와 나란히 조성되어있다. 수변공원 끝자락에 있는 승지골은 염석주 선생이 최용신선생의 야학당 건립을 위해 목재를 벌채한 곳으로 이 길의 마지막 목적지이다. 은빛둥지 라영수회장은 “염석주 선생은 상록수의 주인공 최용신의 정신적 물질적 지원자였을 겁니다. 최용신 선생이 설립한 야학당이 공간부족으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친구 박용덕 선생과 뜻을 모아 야학당을 증축했다”고 설명했다.

△ 은빛둥지 회원들과 시민들이 새로 만들어진 안산 올레길을 따라 고즈넉하게 걷고 있다.

본오동에서 시작한 길은 승지골 앞 수변공원에서 끝난다. 출발점부터 따지면 이곳까지 총 길이는 5.98km.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첫 여행길에 참가한 윤아병(본오동 거주)씨는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우리 안산에도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가 계셨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산길을 걷는 게 아니라 평지를 걷는 길이라 누구나 가볍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많은 사람이 이 길을 걷게 되기를 희망했다.

지역에 묻혀있던 역사와 아름다운 시화호를 엮어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걷기 여행코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은빛 올레길’의 출발은 순조로워 보인다. 하지만 길이란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 의해 완성되는 법이다. ‘안산 은빛 올레길’이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반질반질 다져지기를 기대해본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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