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록마을을 아름다운 꽃밭으로 만든 입주자대표회의 권영덕 회장(맨앞), 김미경 부녀회장(두번째) 등 단지 자치단체 봉사자들이 활짝 웃고있다.

오밀조밀 얼굴을 맞대고 꽃잔디와 철쭉, 연산홍이 눈길 닿는 곳마다 피어있다. 마치 350여 세대 작은 아파트 단지가 꽃밭에 불쑥 솟아난 것 같다.

꽃밭을 가꾸고 있는 이들은 입주자 대표회의와 부녀회, 노인회 등 마을 자치단체 회원들이다. 아파트마다 진행하는 일회성 마을가꾸기 사업이 아니라 5년간 꽃나무 심기를 계속해 왔다. 5년 동안 어림잡아 1만주 이상의 꽃나무를 심었고 들어간 비용도 3천5백만원이 넘는다.

입주자대표회의 권영덕(52) 회장은 “부녀회기금인 알뜰장터, 단지내 광고비, 재활용 쓰레기 판매금을 모아서 조경사업에 사용한다.”며 “부녀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 한 일”이라며 공을 부녀회로 돌렸다. 하지만 부녀회 김미경(47) 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솔선수범해서 주민들의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라고 오히려 권 회장을 추켜 세운다.

이처럼 권 회장이 주민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들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업체선정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비리 때문이다. 하지만 권 회장은 이런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업체 대표와는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업체선정은 관리소장이 여러 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 동대표 회의에서 개봉해 결정하는 방식을 고집해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권 회장은 “용역업체를 바꾼다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업체 사장을 만날 이유는 없다. 오직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가 선정할 때 유일한 기준”이라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입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동대표회의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주민들과 대화의 자리도 항상 열어놓고 있다. 이런 노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한한 신뢰가 되어 되돌아왔다. 자연스럽게 상록마을은 사3동 한마음배구대회에서 준우승과 응원상을 차지하는 등 단합이 잘되는 아파트로도 유명해 졌다.

상록마을 주민들에게는 한가지 소원이 있다. 상록마을과 숲속마을 사이에 난 도로에 야생화와 토종나무를 심어 이 주변을 생태체험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숲속마을과 상록마을을 나누는 6차선 도로는 이용하는 차량이 거의 없고 가까운 곳에 우회도로가 있어 공원으로 만들어도 교통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미 숲속마을 주민들과는 논의를 마치고 안산시에도 이런 내용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상록마을은 올해로 입주 1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한 마을잔치를 준비중인데 탤런트 정웅인씨를 비롯해 입주때부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10년지기 이웃들의 흥겨운 잔치가 될 것이라며 그때도 꼭 놀러 오란다. 좋은 아파트, 살기좋은 마을이란, 가격이 비싸고 겉만 번듯한 아파트 브랜드가 아니다. 그 해답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다는 것을 상록마을 주민들은 보여준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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