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청 육상부 이영숙(46) 감독은 17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대기록을 갖고 있다. 바로 이 감독이 육상선수의 나이로는 환갑이라고 할 수 있는 30살에 세운 ‘11초49’라는 여자육상 100M 한국신기록이다. 이제 이 감독은 그의 한국신기록이 그녀가 지도하는 안산시청 제자들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트랙을 질주하는 선수들을 다그친다.      

△안산시청 육상부 이영숙 감독.

이영숙 감독은 대학(이화여대 체육과)을 졸업한 해인 지난 1988년부터 안산시청 육상부와 연을 맺으면서 2002년 38살의 나이로 선수생활을 은퇴할 때가지 여자육상의 새 역사를 손수 써 내려 왔다.

선수 시절엔 자신이 매 경기마다 작성한 기록들이 바로 한국신기록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서 대학을 거쳐 안산시청 소속 선수로서 전국체전 10연패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또한 82년부터 96년까지 12년 동안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면서 아시안게임 4차례(82년, 86, 90, 94), 올림픽에 3차례(84, 88, 96) 출전하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3개를 따내기도 했다.

그런 이 감독이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던 안산시청 감독으로 지난 1월 부임, 새로운 신화창조를 꿈꾸고 있다. 다름 아닌 새내기 감독이지만 자타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를 길러내고자 하는 욕심이다. 여기에 그의 한국신기록도 안산시청 제자 중에 누군가가 깨주길 바라는 맘이 간절하다.

“안산하고는 인연이 길어요. 선수생활을 안산시청 소속으로 했고 그 후 코치생활 3년과 올 초 감독을 맡기까지 벌써 20여 년 세월이네요.”

이 감독은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울산시청 육상부에서 3년간 코치 생활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안산에서 생활해 오고 있다.

안산에서의 좋은 추억도 있고 그렇지 못한 기억도 있지만 그가 안산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선수로서 대한민국 여자육상의 1인자를 만들어 준 안산에서 최고의 감독이 되기 위해서이다.

“전 오로지 운동만 했어요. 하지만 제자들에겐 저처럼 운동만 하길 강요하지는 않아요. 선수 그 이후의 삶도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죠. 그래야 지금 최고의 기록을 위해 뛸 수 있으니까요.”

선수들이 ‘여유를 갖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선수가 되는 길이라고 이 감독은 믿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자율 방식의 훈련으로 선수들을 지도 한다.

남보다 더 노력해야 앞설 수 있는 경쟁의 시대에 그것도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단거리 육상경기에서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곧 기록과 연결되지만 선수들 개개인이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비로소 스승을 넘어 최고의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강한 선수들로 자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육상과 결혼 했다고 했다. 아직 미혼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육상선수로서 트랙을 누비겠다는 것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는 그다. 그만큼 육상을 사랑했고 이제 그 사랑을 여자 육상의 새로운 신기록 달성을 위해 지도자로서의 제2의 인생을 불태우고 있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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