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경찰이 강제 퇴원조치 시키고 출입국관리소로 인계했다며 관련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23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에 따르면 네팔인 구릉(38)씨는 지난 12일 오전 7시40분경 반월공단에 소재한 공장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중 승용차와 부딪쳐 오른쪽 복사뼈가 부러지는 등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었다는 것.

그러나 구릉씨는 수술을 받은지 4인만인 16일 퇴원해 인천출입국관리소로 인계됐다.

이에 대해 외노협 관계자는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구릉씨를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경찰이 강제 퇴원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불법체류자라도 재난이나 위험에 빠졌으면 먼저 도와주는 ‘선구제 후통보’ 방침이 무시됐다”며 반발했다.

외노협 관계자는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치료로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강제 출국 조치하는 행위는 반인권적이다”며 ‘피도 눈물도 없는 단속’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인천 출입국사무소측은 구릉씨를 일단 풀어주는 ‘일시 보호 해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보석금으로 1천만 원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발견하면 출입국관리소에 즉시 통보해야 하는 관련 법을 따랐을 뿐”이라고 밝히고 “퇴원 과정에서 어떠한 강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필규 변호사는 “G-20 정상회의가 다가올수록 단속의 강도는 강화되면서 비인도적이고 비인권적인 단속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격을 높이려는 정부 의도가 이 같은 일로 오히려 국제사회의 지탄이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관계기관에 무차별적 단속을 개선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단속된 미등록체류자는 6,370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치다.

김형욱 기자  hyung@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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