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1주일여 앞둔 지난 14일, 사할린 영구 귀국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상록구 이동 고향마을 관리사무소 1층 10㎡(3평) 남짓 될 공간이 십 수명의 사람들로 꽉 차 더욱 비좁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날 이 곳을 찾은 미용봉사 동아리 ‘머리 매무새(회장 임민숙)’ 회원들의 따뜻한 사랑 나눔으로 인해 협소한 장소에서의 분위기는 추석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넉넉하고 풍요로운 공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미용 봉사 동아리 '머리 매무새' 회원들이 14일 고향마을 어르신들을 찾아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서 있는 사람만 왼쪽부터 안미영, 임민숙 회장, 심상희, 손서영 회원).

회원 모두 미용사 자격 취득한 전문 미용인

‘머리 매무새’ 회원들은 여성회관 전문강좌 프로그램을 통해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 미용사들이다.

회원들은 이미 지난 2005년부터 복지시설을 찾아 개인적으로 어르신들의 머리 손질을 해왔는데 임민숙 씨를 비롯해 30~40대 7명의 아줌마들이 본격적인 미용 봉사를 해보자는 뜻을 모아 올 2월 '머리 매무새'란 동아리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봉사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머리 매무새'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 고향마을 어르신들의 미용 봉사뿐 아니라 1주일에 3~4차례 여러 복지시설을 찾아 미용 실력에 ‘사랑’이라는 따뜻한 마음을 더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자르고 볶고 염색하는 솜씨가 그야말로 미용 전문가 그 이상이다.

돈 버는 일보단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한 아줌마들

“미용실이야 맘만 먹으면 언제든 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처럼 많지는 않겠죠.”

머리 매무새의 막내 심상희 씨가 미용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배경에는 나중에 미용실을 열어 보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지 벌써 4년이 지났지만 상희 씨는 헤어숍을 여는 것이 자꾸 망설여진다고 한다. 미용실을 운영하게 되면 아무래도 영업에 비중을 두게 돼 지금처럼 언제든지 편하게 나와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만지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런 마음은 회원들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래서 머리 매무새 회원들은 미용실을 열고 돈을 버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가진 기술과 솜씨를 함께 나누는 것을 통해 얻게 되는 행복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더 많이 봉사 하고픈 욕심쟁이 머리 매무새 회원들

“회원들이 한 번 봉사활동을 나오면 한 사람당 보통 5~6명의 어르신들의 머리를 만지게 됩니다. 회원 전부가 나와서 바쁘게 일을 하게 되더라도 40여명 어르신들만이 저희를 통해 컷트며 파마, 그리고 염색을 받게 되지요. 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아쉽네요.”

'머리 매무새' 임민숙 회장은 한 번에 많은 어르신들의 머리 손질을 해 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고 했다.

회원 모두가 주부들이다 보니 하루 종일 봉사에만 매달릴 수 없어 봉사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정해 놓고는 있지만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순번까지 정해놓고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을 남겨두고 돌아서기에는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심도 거른 채 일을 하고 한 분의 어르신들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정해진 시간을 넘길 때도 많지만 왠지 마음 한켠이 무겁기만 하다.

기자가 14일 '머리 매무새'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고향마을을 찾았을 때도 회원들은 기자의 물음에 대한 답보다는 한 분의 어르신의 머리를 더 다듬어 드리기 위해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에 욕심내고픈 일들이 참으로 많은데 '머리 매무새' 7총사의 아줌마들은 미용 봉사를 통해 느끼는 행복과 보람이면 더 이상 갖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 바보(?)같은 천사 아줌마들이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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