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들이 농장 안철환 대표.

최악의 야채 값 파동에 벌써부터 김장 걱정이 태산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채소 가격에 ‘차라리 내가 농사 지어 먹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요즘 이왕이면 철저한 유기농으로 먹거리도 해결하고 자연과 함께 순환하는 삶의 변화를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에 낙엽과 자신의 배설물을 섞어 거름을 만들고 그 거름으로 곡식을 길러먹는 농장. 제초제와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땅을 오염시키는 비닐도 거부하고 오로지 전통 농법으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장이 바로 안산 부곡동에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 위원장 안철환씨가 운영하는 ‘바람들이 농장’이 바로 그곳이다. 그가 부곡동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부터였다. 자연친화적 생태농법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실습지로 제공했다. 그러나 차츰 귀농보다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지금은 100여 도시농민의 텃밭이 되었다.

바람들이 농장에는 세 가지가 없다. 우선 제초제와 농약이 없고, 생장을 돕는 화학비료가 없고 비닐이 없다. 이 것은 농장을 세운 안철환씨의 원칙이며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 모두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남을 수 없다.

△ 바람들이 농장 뒷간이다. 회원들의 배설물이 톱밥과 섞여 퇴비가 된다.

농사는 화학비료 대신 안철환씨가 개발한 거름을 만들어 사용한다. 거름은 음식물 쓰레기와 톱밥 낙엽 오줌을 섞어 직접 만든다. 먹고 남은 것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와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는 그야말로 자연순환이 이뤄지는 과정이다.

안철환씨는 “단지 야채나 길러 먹겠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농사의 과정을 통해 자연 속에서 순환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를 깨달아야 불편함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가을 김장 배추 농사와 마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농사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가 된다고 장담한다.

이곳에서 함께 농사짓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안산 도시텃밭 시민모임을 꾸렸다. 도시텃밭시민모임은 콘크리트로 죽어가는 흙을 다시 살려내어 이웃과 함께 하는 텃밭을 일구어 가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 도시텃밭시민모임이 만든 옥상 텃밭.

텃밭 시민모임은 도시에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한 가정이 자신이 먹을 야채거리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래서 요양병원의 옥상에 석수골 동네 골목에도 유치원에서도 텃밭을 만들었다.

매년 도시농부 학교를 열어 유기농 농법과 퇴비 만드는 방법 등을 가르친다. 올 가을에도 도시 농부 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도시에서 땅이 살아난다면 오르는 배추 값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바람들이 농장 겨울 배추 농사도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한 창 싹 틔울 무렵에 내린 비로 배추 싹이 녹아 버렸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성장이 더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환씨와 텃밭 농민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적게 열리면 적게 거둔다는 이 사람들. 도시에 살지만 영락없는 농부의 마음이다. 바람들이 농장은 땅과 사람이 함께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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