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서관에서 낯익은 풍경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런 문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져 어릴 때 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있다.

특히 구도시와 바다를 매립해 만든 신도시가 있고 동경까지 연결하는 지하철 노선이 2개. 나지막한 산이 바닷가 항구를 둘러싸고 있는 풍광까지 낯익다.

디즈니랜드로 유명한 이 곳에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어떻게 도시의 명물일 수 있었을까? 일본인들에게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을 꼽으라면 곧바로 우라야스 도서관을 손꼽는다.

우라야스시는 1983년 중앙도서관을 건립하면서 전문 사서직 관장을 영입했고 ‘이런 도서관을 바라는 모임’이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사항을 받아 들여 민관협력을 통해 도서관 운영계획을 세웠다.

시민들의 요구는 지역단위 도서관 서비스망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현재 우라야스시의 중앙도서관과 7개 분관은 타관대출서비스로 이어져 있다. 시내 어느 도서관에서든지 자료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우라야스 시의 도서관 건립과정은 신임 도서관장 다케우치 노리요시씨의 도서관 만들기 경험담을 기록한 ‘우라야스의 도서관 이야기’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국내 도서관 운동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다.

■ 할아버지에게 배우는 책 읽는 습관

일본을 방문했던 지난 8월은 유난히 더웠다. 도서관에는 더위를 피해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와 주부 노인층까지 평일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1층은 일반 열람실과 어린이 열람실이 날개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고 두 열람실 모두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지어져 도서관 설계부터 이용자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가 이뤄졌음을 짐작케 했다.

도서관 이용 연령대는 노년층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60대 이상 노인들은 대부분 가가까운 도서관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보며 오전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만난 이가라시 아키라씨(62세)는 손자 다카다 유우토(7세)와 도서관을 찾았다. 아키라 씨는 2주에 한번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다.

아키라씨의 무릎에는 손자가 빌린 책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돌보는 것이 힘들지 않는냐는 말에 그는 “특별히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다. 책이 손자를 돌보는 거지.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자라는 것이니가 내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서관에 자주 온다. 읽을 책이 없으면 힘들어 지기 때문에”라며 껄껄 웃는다.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하는 것을 몸에 베도록 가르치는 것이야 말로 책 읽는 사회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 모든 직원 사서자격 갖춘 도서관 운영 전문가

우라야스 중앙도서관과 7개 분관에는 126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그중 정규직 36명은 전원 사서자격증을 갖춘 공무원이다. 나머지는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도 사서 자격증을 소지 했느냐에 따라 인건비가 차등 적용된다.

사서를 도서관 운영의 전문가로 대우해 주고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원칙이다. 가령 도서관에서 주 2회 진행하는 ‘동화 읽어주기 모임’에 사서가 직접 동화책을 선정해 이용자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지역 내 학교로 사서를 파견해 학교에서 책 읽어 주기 사업도 진행한다.

각 분관에는 정규직 사서1명과 비정규직 2명이 근무하고 나머지는 모두 중앙도서관에서 근무한다. 7개 분관 중 4개가 공민관 내에 설치되어 있고 규모도 200㎡~300㎡ 정도로 안산의 작은 도서관과 비슷하거나 조금 큰 정도다. 각 도서관에는 동화 읽는 모임과 인형극 독서모임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 년간 도서구입비 1억엔

△ 매년 1억엔씩 자료구입비를 사용하는 우라야스시. 일주일 단위로 신간서적을 구입한다.

도서대출량이 타 도시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에 대해 모리따 마사미 관장은 매년 1억엔씩 도서구입비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억엔은 도서관 운영 예산의 14%이며 도서구입비로 시민 1인당 600엔 이상을 지출하는 도시는 일본에서도 많지 않다. 이 금액은 1983년 우리야스가 시로 승격하면서 지속되고 있으니 자료 축척양도 방대하다.

8개 도서관에서 소장한 자료는 110만권 인구 1인당 6.7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라야스 시는 매년 82,000권을 구입하고 있다. 매달 5천여권씩. 도서관 직원들로 구성된 ‘장서구입 검토위원회’는 매주 일본에서 발간된 서적 700권 중에서 구입할 서적을 고른다.

우라야스시는 도서 구입을 위해 지출하는 돈을 시민들에게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라야스 인구는 16만3,000명. 시민 1인이 대출하는 책을 각자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년간 27억엔을 사용해야 한다. 이 금액에서 도서관 운영예산으로 사용되는 세금 7억엔을 빼면 해마다 20억엔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우라야스 시는 매년 1억엔 이상 씩 도서 구입비로 사용하는 것을 전혀 아까워 하지 않는다.

■지하철역 도서서비스 코너 마련

△ 신우라야스역에 위치한 우라야스 도서관 서비스센터. 가까운 지하철에서 언제든지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도서대출 서비스 코너는 우라야스시 내 지하철 역 상가에 있다. 49.8㎡의 자그마한 서비스 코너는 정확히 도서관은 아니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인터넷을 신청한 후 책을 찾아가고 반납을 맡기는 곳이다. 서비스 센터 운영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출퇴근길에 시민들이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 쉽도록 일반 도서관 보다 운영시간을 연장했다.

신우라야스역 도서서비스 코너에서 근무하는 무라사와 케이코씨(63세)는 “하루 이용객이 250명에서 300명이다. 책을 좋아해서 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일하다 보니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 코너는 60세 이상 실버 인력이 2명씩 3교대로 일하고 있다.

시민들은 인터넷으로 우라야스 도서관에 접속해 책을 골라 원하는 장소로 배달을 신청한다. 만약 원하는 책이 대출 중이면 예약을 신청하면 된다. 한 사람 당 20권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서비스가 오면 들려 책을 찾으면 된다. 반드시 빌린 곳에서 반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집 가까운 곳에 들려 반납하면 된다. 우라야스시의 8개 도서관과 2개의 도서서비스 코너가 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사람 중심' 철저한 원칙 지켜 

일본 도서관의 이용이 활발한 이유가 어떤 특별한 프로그램 진행에 있지 않을까? 궁금했던 기자는 오히려 쉬운 곳에 해답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민들이 원하는 책을 구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도서관 운영자들의 철저한 프로정신이다.

우라야스 중앙도서관 모리따 마사미 관장은 “사회가 점점 발달 할수록 도서관 만큼은 인간의 정신으로 채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같은 단어가 들어간 책을 검색할 수는 있지만 사고의 확장과 연관 분야까지 알기 위해서는 도서관에 들려야 한다. 도서관은 인간이 만든 정보를 퍼뜨리고 활용하기에 가장 중요한 가장 인간적인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라야스 도서관의 이런 생각은 열람실 한 켠에 마련된 유아용 침대가 말없이 대변해 주고 있었다.  

  일본 도서관 새로운 길을 찾다
-동경 치요다구 도서관

△ 치요다구 도서관에 마련된 전시공간. 연간 6차례 씩 치요다구 출신 인물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동경 치요다 구립 도서관은 일본 도서관 변신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이다. 치요다 구의 인구는 5만여명 그러나 재근 혹은 재학하는 인구는 85만명이다. 동경의 중심이다 보니 주택가 보다는 사무실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치요다 도서관은 1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007년 구청사가 건립되면서 청사빌딩 9층으로 자리를 옮겨 민간위탁 회사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치요다 도서관은 ‘제2의 서재’관과 ‘제2의 사무실’공간으로 나뉘었다. 제2의 서재관은 일반 교양서적 중심으로 구성되어있고 ‘제2의 사무실’공간은 경제 전문 서적으로 구성되어있다.

이용하는 인구도 저녁 7시를 기준으로 확 바뀐다. 낮에는 노년층이나 학생, 주부들이 대부분이지만 7시가 지나면 인근 사무실 직장인이 도서관을 찾는다. 저녁시간 도서관은 인터넷 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기획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도서관은 밤 10시까지 개방한다.

도서관 중심에는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치요다구에 살았던 역사적인 인물과 관련된 서적 사진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는 년간 6차례 기획되었다. 뿐만 아니라 치요다 구에서 유명한 고서적 거리의 상인들과 협약을 맺고 이들이 소장한 고문서를 전시하며 지역과 소통하는 도서관으로 변신하고 있다.

오코하마에서 30년간 도서관 운영일을 맡아온 관장 미찌코 신타니씨는 “일본 도서관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받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를 보존 전시하고 더 나아가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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