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안산시 의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책 읽는 도시 안산 만들기'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는 안산중앙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네트워크, 안산의제 21, 안산시 의회, 안산 교육청이 참석해 도서관 인프라 구축과 ‘1도시 1책 운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 놓는 자리가 되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장기준 안산신문 사장은 “지식 정보화 시대에 독서의 중요성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번 기획은 작은 도서관 네트워크와 함께 안산을 책 읽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각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합의점을 만들어 협력해 가기위해 준비한 기획이었다”고 토론회 준비 과정을 설명한 후 “이 토론회를 계기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서 안산에서 책 읽는 문화가 퍼져가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도서관 건립 계획부터 차근히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서관 인프라 구축은 필수적인 요소다. 토론회에서 쏟아진 도서관 인프라 구축은 김철민 시장이 공약으로 제시한 ‘1개동 1개 도서관 건립’으로 모아졌다. 토론자들은 도서관 확충 기본 방향에는 동의 하면서도 계획없는 추진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박은희 꿈을키우는 도서관 관장은 “김해시의 경우 책의 도시 선포 후 야심차게 도서관에 관한 투자가 이뤄졌는데 민간정부 교체 후 지원이 줄어들어 작은 도서관이 문을 닫게 생긴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안산시도 철저한 분석과 조사없이 1개동 1개 도서관을 짓겠다고 나서면 예산 낭비가 우려 된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건립 계획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도서관 운영 목표를 설정하는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산시 의회 김철진 의원은 기조 발제에서 “안산에는 54개 초등학교에 도서관이 잘 구축되어 있다. 이는 한 개 동 마다 2개 이상 학교 도서관이 있는 셈이다. 이 학교 도서관을 지역사회에 개방해 도서관으로 활용한다면 시민들의 도서관 욕구를 일정부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1개동 1개 도서관 건립과 함께 학교 도서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개방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타관대출 빠른시일내 도입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단연 ‘타관대출’이었다.

윤명숙 작은도서관 네트워크 회장은 “부천, 김해, 우라야스시에서 보여 지듯이 원활한 ‘타관대출’서비스는 도서관 이용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자료의 활용도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시민의 입장에서 언제 어디에서나 책을 빌리고 반납 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안산에서 꼭 필요한 제도이다”며 빠른 시일에 도입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중앙도서관 류현선 계장은 “현재 안산시에서도 타관대출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상록구와 단원구로 나뉘어서 작은 도서관은 가장 가까운 공공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 뚜렷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윤명숙 회장은 “현재 안산시가 시행하는 타관대출은 유아용 도서 대출이 제한되어 있고 전체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빌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서를 빌리기 위해 작은도서관 직원이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제도다. 이러다 보니 책 한권을 빌리는데 일주일 이상 시간이 걸려 이용자들이 이용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김해나 부천 일본처럼 모든 도서관 자료를 공유하고 대출과 반납이 자유로운 타관대출 서비스를 시행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1도시 1책 읽기’운동 아침독서 10분운동 제안

토론회를 주관한 작은 도서관 네트워크는 ‘책 읽는 도시 안산 만들기’를 위해 ▲ 타관대출 서비스 시행  ▲ 1도시 1책읽기 운동 ▲ 도서관 장기계획 수립 ▲ 아침독서 10분 운동 전개 등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강남대 김정환 교수는 “2003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원시티 원북 운동은 현재 전국의 14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 중 몇 개 지자체는 중간에 포기한 곳도 더러 있지만 시민들의 책 읽는 욕구를 깨우고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성공적인 운동으로 평가받는 운동”이라고 평했다. 특히 그는 “이 운동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민간단체와 지방정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오늘이 자리처럼 서로 논의하고 준비해 간다면 안산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관 협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를 전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안산 의제21 도서관 특별분과 장성래위원장(한양대학교 학술정보관 과학기술 과장)은 “특별분과에서 첫 사업으로 추진한 북스타트 운동이 얼마 전 안산에서 시행되었다. 그런데 그 선포식에 저는 초대조차 받지 못했고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도 신문을 통해 알았다. 민관이 협력해서 사업을 준비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아쉬웠다”고 지적하고 “지방 정부가 민간단체를 사업의 파트너와 인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도 함께해야지 진정한 민·관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사안별 협력을 약속하며 마무리 되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처음으로 교육청 학교 도서관 담당이 참석해 책 읽는 도시 문화 확산을 위해 교육청도 제 역할을 할 것을 약속하는 등 성과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도서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도서관 봉사 학부모들도 참석해 논의를 풍성하게 했다.

정책 실행보다 '신뢰'가 우선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까운 거리의 도서관, 읽고 싶은 책, 언제 어디서든 대출할 수 있는 타관대출 서비스, 1도시 1책 읽기 운동 등 무수히 많다.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와 정책들이 만들어 질 수 있고 또 시행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앞서서 필요한 것은 ‘신뢰’다.

정책이란 누군가의 머릿속에 든 그림을 현실로 풀어내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에서 그 정책의 주체는 지방 정부일 수도 있고 민간단체 일 수도 있다. 책 읽는 도시 안산을 만들기 위해 제안하는 것 중에서도 어떤 것은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하고 어떤 정책은 민간단체에서 주도해야 하지만 상호 보완 관계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책 읽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 혹은 시민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혹은 정책은 사회 문화 운동이며 동시에 지방정부의 목적의식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산에서의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의 상호 신뢰는 어느 정도 일까? 안산에는 자생적으로 생긴 도서관 운동 조직인 작은도서관 네트워크와 안산중앙도서관이 민관 협력 파트너다. 여기에 한양대학교 도서관과 동화읽는 어른 모임이 참가하는 안산의제 도서관 특별분과가 민관협의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민관 협의체 내의 상호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토론회에서도 불거진 ‘북스타트 운동 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점과 부곡 도서관 건립 시 잡음 등이 이를 말해 준다.

북스타트 운동은 안산의제 도서관 특별분과가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며 민관이 협의해 추진키로 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추경에 예산이 편성되고 북스타트가 본격적으로 준비되는 과정에서 도서관 특별분과는 소외되고 안산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안산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6.2 지방 선거 때문에 예산 집행이 늦어져 급하게 추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상호 협의과정이 소홀했던 것 같다”며 사후 수습에 나섰지만 한 번 금이 간 신뢰는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7월 개관한 부곡도서관도 위치 선정을 하면서 인근에 위치한 작은도서관과 한 차례 상의도 없이 건물을 지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도서관 특별분과 장성래위원장은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대화와 소통만 있었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력해 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민간단체는 지방 정부가 바른 정책을 펼쳐나가는데 팬의 역할이다. 특히 북 스타트는 우리 모두 간절히 원했던 사업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고 우리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고 했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어떻게 하면 책 읽는 도시 안산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같은 고민을 갖고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아직도 민과 관의 입장은 삐거덕 거린다. 중앙도서관은 이제껏 토론회에서 집중 포화를 맞아서인지 자신 공적을 열거하며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타관대출 제안에 대해서도 중앙도서관은 마지못해 “적극 검토하겠다”라는 말만 남겼다. 이왕이면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고 이런 점이 부족하니 도움을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더라면 토론회와 상호 신뢰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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