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그을린 팔뚝 온 몸을 휘감는 따스한 햇볕 건강한 여름이 다가옴을 실감케하는 6월이다. 6월 초여름의 상큼한 향내가 감도는 시기이건만 우리에게는 분단이라는 뼈저린 아픔을 일깨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맘때면 각종 매체의 6·25 특집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오십여년간 분단의 고통을 처절히 호소하고 있는 3·8선과 민족의 영지 백두산까지 어서 빨리 「달리고 싶다」고 울부짖는 철마의 애처로운 모습을 목격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들도 반백이란 세월의 격차속에 있었던 나에게는 시기적인 슬픔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 나의 인식에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사무치는 그리움에 목이 메인 이산가족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2000년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밀물처럼 가슴속에 밀려들어온 감동! 1985년 이후 약 15년간 혈육간의 상봉조차 철저히 차단당했던 그리움의 파도는 반백이란 세월의 벽에 갇혀 있던 소녀의 인식을 단숨에 허물어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전 4월말에 있었던 또 한번의 이산가족 상봉은 평화통일의 가슴벅찬 예감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준 소중한 자리였다. 혈육에 대한 그리움에 세월의 벽을 넘어 북받쳐 흐르던 그들의 뜨거운 눈물 그것은 나의 뜨거운 눈물로 곧바로 전이되어 왔다. 텔레비젼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 어떤 사람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부짖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오랜 세월의 한을 통곡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그 뜨거운 감동의 드라마 속에서 그들은 이제 더이상 「그들」이 아닌 「우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왜 또 헤어져야만 하는가! 감동의 순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왜 또 「우리」와 「그들」로 갈라서야만 하는 것인가!
나에게는 큰아버지가 다섯분이 계신다. 그런데 둘째 큰아버지는 6·25때 의용군으로 끌려 나가셨다가 끝내 소식이 없으시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의 얼굴마저도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사실만큼이나 가슴 아픈 것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우리들이 만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통일이 되면 이런것이 좋고 저런것이 좋다는 통일의 외적 효과를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현실을 해소할 수 있는 통일 그것이면 되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북쪽으로 기수를 돌리는 비행기를 묵묵히 바라보고 계신 아버지의 등 뒤에서 나는 조용히 소매를 훔쳤다.
앞으로도 이러한 6·25가 몇번이나 더 찾아와야만 하는 것일까? 그 끝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대에서는 환호에 찬 철마가 3·8선의 환한 배웅을 받으며 우리의 북쪽으로 달려가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이런 바램으로 나는 간절히 불러본다. 「통일아 어서오렴」이라고.
<경안고1/박이슬>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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