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라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다


△ 난타 연습에 한창인 '난타인안산' 회원들. 손에 물집이 생길 때까지 두드리다 보면 일상 쌓인 스트레스는 어느듯 사라진단다.

명절이 다가오면 이유 없는 두통과 어지럼증, 손발 통증 등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늘어난다. 바로 명절 증후군이다. 올해 유래없는 구제역 여파로 설날 고향을 찾는 인파가 줄어들고 덕분에 주부들의 명절 증후군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부들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쌓아 두는 것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된다.

자기개발, 취미활동 등 주부들이 삶을 활기차게 가꾸는 활동은 다양하다. 그 중 일주일에 한번 신나게 북을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난타’공연은 어떨까?

중앙역 인근 한 연습실에서는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난타강습이 열린다.

성포동에 사는 김명희씨는 “난타 배운지 1년 정도 됐는데 이곳에서 실컷 북을 두드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고 자신감이 생긴다”며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최고란다. 월요일 낮시간에 모여 난타를 배우는 이들은 대부분 주부들.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 뿐만 아니라 소리를 모아가는 것도 역시 대한민국 아줌마답게 에너지가 넘친다.

난타 공연에서 시작된 ‘난타’ 장르는 아프리카 북마냥 길게 생긴 북을 세워놓고 짧은 스틱 두 개로 두드리는 것이다. 흔히 이 북을 난타북이라고 한다. 난타는 대사없이 몸짓으로만 표현되는 비언어 공연으로 뉴욕 브로드 웨이까지 진출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 공연은 우리 가락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타악 리듬을 북, 장구등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냄비, 도마, 장독 등 다양한 사물들을 두드리고 긁으며 연주한다. 난타공연은 사물놀이 가락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연주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듣는 사람들도 저절로 흥이 나는 작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열심히 북을 두들긴 ‘난타인안산’ 회원들은 지난 연말엔 정기공연도 올릴 만큼 실력이 늘었다.

공연에 참가했던 문정희씨는 “사람들 앞에 서는 건 너무 떨리고 색다른 경험이다. 지금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많이 긴장했다”며 그 당시를 회상한 후 “다행히 응원 온 식구들 앞에서 멋진 엄마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다”고 한다. 공연 덕분에 소심했던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해 난타를 배운 것이 정말 잘한 일 이었다는 문정희씨.

때로는 북을 남편인양 두드리며 자신을 옭아 맨 ‘일상’을 난타질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그녀들.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신입회원도 모집하고 있다며 동아리 홍보를 잊지 않았다. (난타인 안산 031-411-6150)

난타에 취한 외국인 '브라이언'

난타 강습이 이뤄지는 월요일 저녁시간이면 한국의 리듬에 흠뻑 빠진 외국인 교사 ‘브라이언’을 만날 수 있다. 중앙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인 브라이언씨(캐나다 출신 사진)는 지난해 6월부터 난타를 배우고 있다.

한국을 처음 방문 했던 2005년 광화문에서 처음 본 난타 공연은 그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7~8명의 사람들이 난타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브라이언씨. 우연히 ‘난타 인 안산’을 알고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럼을 치는 것은 보기와는 달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기에는 쉬워 보였는데 직접 치려고 하면 정말 어렵다. 처음엔 북 하나만 쳤는데 요즘은 세 개를 치다보니 더 어려워 졌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한국 가락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마음과 몸이 따로 논다는 것이다.

한국 음악이 좋아 매년 가을 서울 드럼페스티벌엔 빠지지 않고 찾는다는 브라이언씨. 그의 열정에 난타를 가르치는 김대권씨도 깜짝 놀란다.

“브라이언은 밤 10시가 넘어도 배운 가락이 기억나지 않을 때는 강습실을 찾아와 묻는다. 외국인이지만 누구보다 빨리 가락을 익히고 있다”고 칭찬한다.

한국음식도 무척 좋아한다는 그는 난타를 통해 한국인의 혈관에 흐르는 리듬을 배워가는 중이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트윗하기

하혜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