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금연으로 절약한 담뱃값을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고 있는 박노현씨.

많은 이들이 새해 가장 큰 결심 중 하나로 ‘금연’을 꼽는다. 새해 금연을 다짐한 사람들이 모두 성공했더라면 지금쯤 세상에 담배가 없어졌겠지만 안타깝게도 금연은 짧은 단어처럼 쉽지 않다. 올해 금연을 새롭게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고잔동 박노현씨처럼 금연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씨는 10년째 담뱃값을 아껴 매년 불우이웃성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별일도 아닌데 소문을 내는 것이 부끄럽다”는 그를 설득해 만났다. 건설업을 하는 박씨는 89년부터 20년 넘게 안산에 살고 있는 반 토박이다. 고잔1동 11통 통장도 18년째 맡아오고 있다.

“2001년도 당시 손경식 동장과 담배를 끊고 그 담배값으로 불우이웃 성금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박노현씨. 정작 불우이웃 성금을 낼 때는 손 동장이 없었지만 약속을 지켰다. 한 해, 한 해 금연이 이어질 때도 처음 한 약속은 변하지 않았다.

“당시 내가 하루에 담배 한 갑 정도 피웠다. 일년 담배 값을 계산했더니 한 50만원이길래 매년 50만원씩 동사무소에 내게 됐다”는 박노현씨.

2004년 즈음. 일도 없고 돈도 없어서 박씨는 속으로 ‘올해는 건너 뛰어야지’ 마음 먹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참 희안하지 안 낼려고 맘을 먹으니 더 불안한거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죄지은 것도 없는데 죄지은 것 마냥 불안하더라고. 그래서 생활비 뚝 떼서 성금으로 냈더니 그렇게 맘이 편하고 좋을 수가 없어. 이래서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십일조를 하는 구나 싶더라니까”라며 껄껄 웃는다.

순전히 마음 때문이긴 하지만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내면 없던 일감도 생기는 것 같고, 일이 안 풀려도 언젠가 곧 풀리겠지하고 맘이 편해진다는 박씨는 덕분에 남을 돕는 재미를 알게 됐다.

박씨는 “이런 재미 때문에 담배를 피울 수가 없다”며 덕분에 건강은 덤으로 좋아졌다며 너스레를 떤다.

불우이웃돕기를 통해 남 돕는 재미를 알았다는 박씨는 매년 복날이면 적금 노인정에 토종닭과 보신탕을 대접하고 고생하는 고잔1동 기동대가 필요한 물품도 아낌없이 지원한다.

올해 환갑이 그가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버는 돈은 많지 않다. 더구나 요즘엔 안산에서는 일감이 없어 수원과 인천을 오가며 일하느라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이웃돕기는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담배값이 오른 만큼 더 많이 해야겠다고 말한다.

특히 올해는 불우이웃돕기 성금 50만원과는 별도로 어린이 일곱을 키우는 젊은 목사부부를 찾아가 직접 성금을 전달했다. “이제껏 동사무소에다 성금만 전달했는데 정말 어려운 곳에서 좋은 일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렇게 정부 지원도 못 받고 좋은 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넉넉한 풍채만큼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은 얼굴엔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전북 정읍이 고향이지만 안산은 그의 제2의 고향이다. ‘없는 사람들끼리 의지하며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사는 곳’ 박노현씨가 꿈꾸는 안산이다. 물론 담배연기가 없어지는 것은 덤이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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