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구쟁이 영화단이 촬영에 한창이다. 영화단은 시나리오 작업부터 촬영까지 스스로 진행한다. 영화만들기를 통해 자립심과 협력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레디~ 액션!’

감독 겸 주연을 맡은 혜진이(12살)가 배우의 동선을 확인하고 카메라 위치와 구도를 확인 한 후 시작 신호를 힘차게 외친다.

또랑 또랑한 혜진이의 목소리와 달리 카메라 앞에 선 아이들에게선 진지함이란 찾아 볼 수가 없다. 웃느라 대사도 까먹고 연기도 아직은 어설프다. 그럴수록 혜진이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한 장면씩 겨우 완성되어 간다.

매주 수요일 여성인력개발센터 4층에서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처음인 개구쟁이들의 영화촬영 작업에 한창이다.

이들이 만드는 영화 제목은 ‘토끼와 고양이의 사랑의 오해’다. 광덕공원에서 만나 첫 눈에 반한 고양이와 토끼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이뤄간다는 내용이다. 영화 주제와 소재, 시나리오 대본도 모두 아이들이 만들었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본다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고개를 갸웃거릴 내용이지만 영화단 어린이들은 ‘스스로 만들어 뿌듯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구쟁이 영화단 어린이들 중 대부분은 극장에서 본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이며 영화를 단 한편도 본 적이 없는 친구도 있다. 이런 그들의 영화 만들기에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들은 걱정이 없다.

“우리들이 힘을 합쳐서 만드니까 점점 더 실력이 느는 것 같다”는 호연이는 “정말 재밌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개구쟁이 영화단은 영화 시나리오 작업과 대본 연습에 이어 이날은 본격적인 촬영 연습이 진행됐다. 개구쟁이 영화단의 영화작업은 미디어 공동체 ‘미디코’ 소속 교사들이 지도하고 있지만 큰 줄기만 그려나갈 뿐 아이들의 작업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미디코 김종천 대표는 “오히려 어른들이 간섭을 하고 끌어가려고 하면 아이들이 재미없어 하고 참여하지 않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도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하다가 정말 도움이 필요했을 때에만 관여한다”고 말한다.

△ 시나리오를 보며 어떻게 촬영할지 고민 중인 '개구쟁이 영화단'.

아이들은 영화 만들기 작업을 통해 자립심을 키우고 친구와 협력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개구쟁이 영화단’은 저소득층 미래희망돌봄 사업 중 하나로 KT&G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 사업이다. 이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은 조손가정, 장애부모, 다문화가정, 한부모 가정을 방문해 기본생활 습관을 잡아주고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사회성을 키우도록 돕는다. 2009년에 시작돼 지난해 9월 2기 어린이들을 모집해 운영 중이며 현재 20가구 어린이 24명이 참가하고 있다.

최은영 팀장은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가정에 방치된 아이들에게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 이 사업의 큰 목적”이라며 “난타, 풍물, 춤 테라피, 미술치료 등을 통해 변해가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구쟁이 영화단은 영화를 만들며 자신도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서인지 "레디 액션!"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