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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이 전부 일 것이라는 내지는 보이는 것에 안도하고 싶은 우리에게, 당장 고통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이상 지구환경은 외면하고 싶은 문제다. 과연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지구가 기다려주기나 할까? 지구와 인간에 대한 상상력을 작동시킬 때다.
지금 우리가 어떤 지구에 서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을 제외한 다른 살아있는 지구 생명체들의 삶의 처지를 돌아보는 것이다. 굉장한 안내자와 함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작가이자 환경운동가 더글라스 애덤스와 동물학자인 마크 카워디인의 멸종위기 동물 탐사기인 ‘마지막 기회라니?’가 바로 그 책이다.
뿔이 두 개라는 희귀성에 마구잡이 포획되어 20마리밖에 남지 않은 북부흰코뿔소,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시커먼 물로 인해 반 쯤 장님이 되어 예민한 청각 기능으로 근근히 살다 멸종된 양쯔강 돌고래 바이지, 충치나 유발하는 환금작물 사탕수수를 키우기 위해 새들의 터전인 숲이 뭉텅뭉텅 베어져 나가는 모리셔스 섬. 모리셔스는 이미 도도새의 멸종으로 슬픔을 겪은 섬 아닌가.
자연의 생명들은 그동안 환경의 변화에 서서히 적응하며 생존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 환경의 변화는 동물입장에서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으니 적응기간을 가져보지도 못한 채 종 자체가 없어진다. 탐욕스럽게 숲을 삼키고 있는 인간과 한편에서는 마지막 기회만 남은 멸종위기종을 구하기 위한 적은 수의 인간이 허둥지둥하고 있다.
마크 카워디인은 동물학자들과 식물학자들이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며 멸종되기 전에 얼마 남지 않은 종의 존재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건 불타는 도서관으로 허겁지겁 뛰어 들어가 다시는 읽지 못 할 책의 제목을 적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 한다.
더글라스 애덤스는 이제 세상의 모든 금을 모아도 살 수 있는 것은 고작 지구상에 남아있는 12/1만의 멸종위기 동물뿐.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너무나도 유쾌한 더글라스와 함께 멸종위기 탐사를 다녀온 듯하다. 그 속에서 우린 멸종위기종인 이들과 지구를 나뉘 쓰는 한 생명공동체임을 가슴 뻐근하게 느낀다. 카카포에 대한 더글라스의 연민과 사랑은 카카포를 꼭 살리고 싶은 의지를 갖게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다. 인간의 환경파괴는 국지적 문제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왕 도마뱀의 생존이 우리의 생존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의 한 학자는 방사능 대비에 한마디로 일축한다. 원전을 폐쇄하자. 전기를 아껴 쓰자. 우리 생활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만이 멸종위기종들과 인간을 살리는 길인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이야기가 사라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지구의 아픔을 은근히 고백했던 더글라스 애덤스.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길 바란다.
임은아 석수골 작은도서관 관장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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