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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상근자가 없는 마을도서관은 주민들의 순수한 자원 활동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어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요소인데 나와 함께 열심히 도서관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우연찮게 아니 불행하게도 한 두달 사이 모두 이사를 가게 되었다.
청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그동안 살맛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자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굳건히 다진 신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 저 깊은 나락으로 처박히는 듯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내게 불현듯 스치는 책제목이 있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
글이 좀 많은 그림책이었다. 이 글은 실제이야기를 문학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감동이 더욱 컸다. 알프스 산맥이 프로방스 지방으로 뻗어 내린 아주 오래된 산악지대이며 몇 채의 폐허 같은 집들만이 있는 황폐한 지역이었다. 그 곳을 여행 중이던 ‘나’는 가족도 없이 홀로 살고 있는 양치기를 만난다.
그는 3년 전부터 이 황무지에 홀로 나무를 심고 도토리를 10만개 씩 심고 있었다. 그리고 30년 후까지 자신이 살아 있다면 나무를 아주 많이 심을 것이라 했다. 5년이 지난 후 ‘나’는 다시 황무지 여행을 하며 ‘그’를 만난다.
10여년이 되어 키가 높이 자란 떡깔나무와 자작나무 숲을 보며 놀라운 한사람의 고귀한 영혼과 자연의 변화를 실감하였다.
한 번도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의심을 품는 일이 없었던 그는 일흔다섯의 나이가 되어서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너도밤나무를 심으러 다녔으며 30여년이 지난 후 그 폐허의 땅은 몰라보게 바뀌어 있었다. 맑은 공기와 향긋한 냄새, 숲 속에서 부어오는 바람 소리, 그리고 물이 넘쳐흐르는 샘까지...
한 보잘 것 없는 양치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안락하게 살아가고 있었으며 건강한 남자와 여자들, 밝은 웃음의 아이들이 시골축제를 즐기며 살아가는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묵묵히 나무를 심은 한 늙은 양치기의 외롭고 끝없는 노력으로 황무지가 거대한 숲으로, 비옥한 땅으로 바뀐 이 기적 같은 이야기의 책을 보고 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수 십 년 동안 황무지에 묵묵히 나무를 심은 이 사람에 비하면 나의 좌절은 너무 보잘 것 없는 엄살에 불과 했다.
내가 도서관을 만들 때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누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았으며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 다만 나의 신념에 맞는 일이었고 내가 즐거워서 시작한, 순전히 나의 의지로 선택한 일이었을 뿐이다. 거기에 생각이 당도하자 나는 나의 좌절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었다.
다시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잡고 함께 할 사람을 찾고 도서관과 마을을 얘기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었다. 지금도 자원활동가 교육이 있을 때면 항상 ‘나무를 심은 사람’을 소개한다. 절절히 체험했던 나의 좌절기(?)를 덧붙이며..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이 묵묵히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면 우리사회는 머지않아 비옥한 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어린이나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훌륭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평화주의자 장 지오노(1895~1970)의 작품으로 그림책과 글 책으로 모두 나와 있다.
윤명숙 샛별작은도서관 관장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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