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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류학 교수인 린다 화이트포드와 보건정책 경영과 내과 교수인 로렌스 브렌치는 시종 쿠바의 사례가 만능은 아니며,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건강형평성’을 추구하고 실현해냈다는 점, 여러 사회적 요인(주거환경, 교육, 고용, 소득 등)과 결합된 보건의료 정책과 실제에 경탄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나라들, 많은 사람들이 쿠바의 사례를 주목하고 연구하고 실정에 맞게 적용해 보기를 권한다.
모든 사람에게 무상의료인 쿠바에는 동네마다 동네에 거주하며 환자 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생활하는 환경과 습관까지 살피는 주치의가 있다. 임산부들은 임신 중 12차례의 의무 진찰을 받고, 아기가 태어나면 12살까지 141번의 진료를 받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어린이들에게 12개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을 제공한다. 선진국 수준의 모성 및 영아 사망률을 유지하게 된 비결 아닌 비결이다.
미국에선 수술비용을 제외한 하루 입원비가 1,400$이란다. 쿠바 사람들 1년 치 소득의 2/3다. 그러니 이런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는 쿠바에선 가능하지 않다. 쿠바의 주치의들은 만성질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는 대신 운동과 생활습관을 처방한다.
쿠바의 보건의료체계 정착의 핵심에는 ‘지역사회의 참여’가 있다. 주민들이 일방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입안과 실행의 주체다. 의사도 말한다. “대학에서는 의학을 배웠지만 지역에서는 ‘공동체’를 배웠고 공동체는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쿠바에는 아직 과제도 많다. 모성과 영아사망률이 감소하고 감염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된 덕분에 기대수명이 늘어났고, 따라서 만성질환도 크게 늘었다. 잘 정립된 일차의료 체계는 만성질환에도 효과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지만, 암과 같은 분야는 앞으로 한참동안 투자가 필요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예방과 생활습관 중심의 처방은 매우 효과적이고 저렴한 의료체계이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에서 제약회사와 병원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느라, 국민 대부분의 이익을 저버리고 치료 중심의 의료체계를 택하고 있다. 사회 불평등이 건강 수준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와 맞물려 보면,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책과 현실, 국민 개개인의 건강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감이 온다.
얼마 전 중상자들 중 1/3이 치료받을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해 제대로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숨지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이 TV에 방영됐다. 의료 장비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치료는 어렵고 적자보기 십상인 중상자를 병원이 기피하기 때문이란다.
책 중의 한 구절은 인용하며 마친다.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적 폭력’이 사람들의 건강도 결정합니다”
홍연아 안산열린교실 대표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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