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편과 사별한 A씨. 자녀들이 있지만 사이가 나빠 혼자 산다. 그녀의 생활비는 국가에서 매달 나오는 노령연금 20만원이 전부다. 반찬이며 약값에 매일 매일 허덕인다. 겨울엔 난방비를 감당 못해 차디찬 냉방에서 전기담요로 버텼다. 더구나 요즘 들어 몸조차 말을 듣지 않아 폐지를 줍는 일도 고되다. “세상을 아등바등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그녀는 이제 그만 힘든 삶을 끝내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치민다.(상담 사례 재구성)

■ 노인자살율 심각 하루 14명 목숨 끊어
2009년 20명, 2010년 22명 2011년 5월까지 13명의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산단원 경찰서 도움을 받아 단원구 자살 사고 중 60세 이상을 파악한 것이다.

우리나라 2009년 자살자 수는 1만5413명 이 중 60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3분의 1을 차지하는 5천51명이다. 이는 하루 평균 14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연령별 자살자 수를 헤아려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인구 10만명 당 10대 자살율이 6.6명, 20대 25.4명, 30대 31.4명 40대 32.8명 50대 41.1명인데 비해 60대 51.8명, 70대 79명, 80세이상 127.7명으로 연령이 높아질 수록 자살자 수도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인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가족간의 불화, 배우자의 사망, 건강악화가 꼽힌다. 특히 가족간의 불화 자녀와의 관계 악화는 노인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

안산 노인자살예방센터 최명숙 상담실장은 “자살원인 중 가족 불화가 30%를 차지한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저하되고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자녀와 관계가 안 좋은 어르신들은 외로움도 많이 타고, 삶의 회의를 심각하게 느낀다. 여기에 건강악화나 배우자의 사별이라는 큰 스트레스가 닥치면 스스로 해결하기 힘들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율 곡선은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그린다. 이는 급격한 사회변화와 경쟁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실장은 “예전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시 됐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 갈수록 자살율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안산시 노인자살예방센터 개소
안산시는 올해 초 노인자살 예방센터를 설립 적극적인 상담과 예방활동을 진행 중이다. 노인자살 예방센터는 상록구 노인복지관 안에 둥지를 틀고 전화상담과 심리검사, 교육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각 동별 노인정을 돌며 불안우울 검사를 진행 자살위험이 높은 어르신들을 파악해 집중 관리한다.

심리검사는 불안 우울, 우울검사, 자살위험성 등급 척도 등이 이뤄져 심각도에 따라 상담이 진행된다.

다른 연령대의 자살이 충동적으로 이뤄지는데 비해 노인자살은 치밀히 준비한 후 시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죽고싶다’라는 말을 한다던지, 위험한 물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거나,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의미 있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 연금이나 보험금 수령인 변경, 장례 계획 세우기 등 삶을 정리하는 행동을 통해 자살을 예고한다.

안산시는 2년 전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생명사랑교육단’을 조직 노인자살 위험자들을 발굴 상담을 진행 중이다.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생명사랑교육단’은 단원구와 상록구 각 5명씩 활동하며 자살위험이 높은 노인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며 자살예방에 힘쓰고 있다.

최실장은 “자살에 대해 잘못된 상식 중하나가 ‘죽는다 죽는다’하는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들은 그 말을 통해 관심을 끌고 싶어 하고 그런 말에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 때 심각한 결정을 내린다”며 "이들이 비슷한 연령대의 교육단과 대화는 효과가 높다. 심각하게 자살을 고민하던 사람들도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마음을 돌리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노인자살 예방법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과 좋은 관계 맺기가 가장 중요하다. 배우자와 자녀 며느리 손자 등 평소 많은 대화를 통해 가족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이 노후생활의 가장 큰 힘이다.

또 전문가들은 노후생활을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도 행복한 노년생활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산대학 임희규 교수는(사회복지과)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자긍심을 높여야 한다. 혼자 집에서 지내는 노인들에 대해 재가서비스를 확대하고 이들이 인간의 존엄함을 잃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노인 스스로도 집안에 갇혀있기 보다 하루 한번의 선행과 열 사람 만나기, 100개 단어 쓰기, 1000개 단어 읽기, 10000 걸음 걷기 등 하루의 목표를 정해 규칙적인 생활"을 제안했다. 또 노인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나치게 많은 일 대신 적당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일을 줄이는 것도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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