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잔 신도시에 위치한 가마솥 동태탕 물텀벙.

동네 큰 잔치가 열릴 땐 마을회관 한 켠엔 동태탕을 끓일 큰 가마솥이 걸렸다. 잔치가 무르익을 때쯤 구수한 동태탕 냄새가 온 동네를 감쌌고 잔치가 끝난 뒤 부른 배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옛날 잔칫집에서 먹던 그 푸짐한 가마솥 동태탕이 생각날 땐 고잔동 신도시 '가마솥 동태탕 물텀벙'(대표 원동원)을 찾아가면 된다. 이곳에서는 추억 속의 국물 진한 동태탕이 뚝배기에 담겨 제공된다. 동태탕은 직장인들의 단골 점심 메뉴.

북태평양에서 서식하는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다른 생선보다 지방 함량이 적고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하고 있어 담백한 맛을 내다. 특히 명태 속의 메티오닌은 간의 해독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에 과음한 뒷날 시원한 동탕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특히 '가마솥 동태탕'의 국물은 북어,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를 넣고 끊이기 때문에 국물이 진해 속풀이용으로 제격이다. 가격도 1인분에 6500원으로 저렴한 편이라 점심시간엔 발 디딜틈 없이 붐빈다.

이 집의 또 하나 별미는 '물텀벙찜. 물텀벙은 '아귀'의 인천 사투리다.

△ 원동원 대표

어부들에게 아귀는 맛도 없고 귀챦은 생선이었다. 살이 무르니 횟감으로 썰 수 없고 매운탕을 끓여도 무른 살이 다 부스러져 볼품이 없다. 그래서 아귀가 그물에 걸리면 다시 바다에 빠뜨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물에 던지면 나는 소리를 본따 이름이 물텀벙이다.

그렇게 푸대접 받던 아귀가 요즘은 국내 생산량까지 모자라 수입까지 하는 귀한신 몸이 됐다. 아귀찜의 원조인 마산은 아귀를 적당히 말려 고춧가루와 콩나물을 넣고 매콤한 찜을 만들었다. 그러나 중부지방인 서울과 인천은 생 아귀를 사용한다. 신선한 아귀를 먹기좋은 크기로 손질한 후 콩나물과 양념으로 맛을 낸다.

아귀찜의 생명은 아삭한 콩나물 맛. 최고의 맛을 위해 재료만큼은 가장 비싼 최상품을 사용한다는 주방장 김갑순씨. 그녀는 해물요리 경력이 15년인 베테랑이다.

“콩나물은 덜 익히면 비린맛이 나고 너무 익히면 아삭한 맛이 없어진다. 오래 하다 보니 재료 양에 따라 얼마나 익혀야 하는지 감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고잔 신도시 지역에서 5년째 음식점을 운영중인 원동원 사장은 “변화가 심한 고잔 신도시 상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맛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고잔 신도시가 들어서고 10년이 지났지만 특색있는 상권이 만들어 지지 않은 상황이 안타깝다. “아무래도 상주인구 대비 상업지역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상권형성이 되지 않은 곳에서 요식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히 들린 인천의 한 동태탕집에서 어릴때 잔치집에서 먹던 그 동태탕을 맛 본 원사장은 “이 맛이야”라며 무릎을 쳤다. 시원한 속 풀이 뿐만 아니라 추억까지 떠올리게 하는 얼큰한 동태탕 맛에 반해 업종을 변경했다. 원사장은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몸과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 줄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가마솥 동태탕 물텀벙’ 전화번호 413-5343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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