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이 뜨거워진다
4월에 내리는 눈, 유난히 긴 장마, 한 겨울에 피는 봄 꽃 등 기상 이변의 징후들이 점점 자주 또 점점 심각하게 발생한다. 환경학자들은 이런 원인이 지구 온난화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화석연료의 사용에 따라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늘어난 이산화탄소가 복사열의 배출을 막아 지구의 온도가 점차 올라간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안산시 기후변화종합대응을 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8년까지 20년간 안산시의 기온 변화도 심각하다.

20년 전 안산의 일년 평균기온 10℃였다. 그러나 20년 동안 경제개발과 도시 확대 오염가스 배출로 인해 2008년 안산의 일년 평균기온은 13℃까지 올라갔다. 월평균 최저기온과 최고기온도 각각 3℃가 올랐다.
이는 전체 지구의 평균보다 높고 우리나라 평균기온 상승보다 높은 수치다.

△ 지난해 불을 끄고 별을 켜다 행사 모습. 안산시내 4개동 아파트 1만6천여세대가 소등행사에 참가했다.

안산녹색소비자연대 유미화사무처장은 “각 지역별 평균기온 상승은 도시의 개발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아무래도 안산시는 지난 20년간 급격한 경제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에 탄소배출 중심도시라는 오명을 얻지 않으려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과 시가 체계적인 탄소관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부터 안산시의 온실가스 배출현황 추이를 보면 년 평균 4.1%씨 증가해 기온상승의 원인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분야 온실가스 93%차지

안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분야별로 분석해 보면 대부분의 온실가스가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한다. 온실가스의 93%가 도시가스, 전력, 석유, 석탄을 에너지로 사용할 때 만들어 지며, 2002년 이후 석탄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전력과 도시가스에 의한 온실가스 발생량이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가 사용되는 분야를 나눠 보면 안산은 산업분야에서 에너지 사용이 가장 높은 64.9%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송(12.9%) 가정(11.1%) 상업(9.3%) 공공(1.8%) 순이다.(2007년 기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는 국제적인 해결과제로 떠올랐으며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BAU대비 30%감축이라는 자체목표를 설정했다.

안산시도 이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체노력을 진행 중이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 절약 시민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YMCA 류홍번 총장은 “에너지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것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산업분야와 수송분야는 체계적이고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지만 가정과 상업분야 에너지 절약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 에너지 절약 운동

안산지역에서의 에너지 절약 시민운동은 여느 도시보다 일찍 시작됐다. 2006년 개별 아파트를 중심으로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이라는 에너지 절약 동아리를 만들어 에너지 20%줄이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각 아파트별 에너지 절약 동아리 활동과 8월 중순 에너지의 날을 맞아 ‘불을 끄고 별을 켜다’라는 소등행사를 통해 에너지 절약활동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2008년 성포동 4개 아파트 6천여세대가 참여한데 이어 지난해 소등행사에는 성포동, 신길동, 호수동, 초지동 16개 아파트 1만6천여 세대가 참가했다. 해마다 에너지 절약운동에 참가하는 시민들과 아파트 단체들은 점점 늘어나며 확산 중이다.

올해는 시민단체와 함께 안산시가 에너지 절약마을 만들기 협약을 체결하고 행사를 준비 중이다. 17일 25시 광장에서 열리는 올해 소등행사에는 아파트 2만 세대와 25인 광장 인근 상가가 참가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상가가 간판소등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유미희 사무총장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 5분간 불을 끈다는 것도 중요한 행사지만 참가한 아파트는 행사 몇 개월 전부터 에너지 교실과 다양한 환경보호 교육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생활 속에서 플러그를 뽑는 작은 변화가 곧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운동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전기요금을 10%이상 절약한 가정을 ‘에너지 절약 가정’으로 선정하고 친환경제품과 상품권을 선물로 나눠주는 행사도 가졌다.

에너지절약 시민운동측은 “안산시 전체 가구가 에너지 절약운동에 동참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크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약운동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 과소비로 인한 반등효과로 실제적인 에너지 절약 효과는 없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절약 운동을 지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각 가정 별 요금 절약 운동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별 전기요금 줄이는 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류홍번 총장은 “각 아파트 단지별 전기요금을 일정 %이상 줄인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는 대체에너지 시설 설치라든지 혜택을 준다면 에너지 절약운동이 더욱 확산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산시가 녹색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시민의식이 탄탄히 자리잡아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인터뷰-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 조정애씨

 

△ 세탁기를 사용 후 매번 콘센트의 스위치를 꺼서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조정애씨. 그녀는 대기전력 차단으로 17%의 전기사용량을 줄였다.

고잔동 푸르지오 3차에 살고 있는 조정애씨. 정애씨는 올해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 활동을 통해 17%의 전기를 절약했다. 지난해 7월 3만8천여원 이던 전기요금이 올해는 3만3천원으로 줄었다. 한 달 요금으로 따지면 큰 금액은 아니지만 1년으로 계산하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우리집은 전기제품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별로 기대는 안 했어요. ‘어디 얼마나 줄어드나’하는 생각으로 전원이 차단되는 멀티탭으로 갈아 끼우고 귀챦더라도 사용한 후에는 스위치를 끄는 습관을 들였죠. 특별히 전기를 아껴서 사용한 것도 아닌데 17%나 줄어든 거에요. 줄일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속으로 깜짝 놀랐다”라는 정애씨.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전기제품을 사용할 때 코드는 뽑지 않고 스위치만 눌러 끄던 그녀의 습관이 바뀐 것은 대기전력 진단을 받고 난 후였다고 한다.

“코드를 뽑지 않으면 TV, 세탁기, 전자렌지가 계속 전력을 사용하는 거에요. 사실 세탁기며 전자렌지는 일주일에 몇 번 사용하지도 않는데 대기전력 사용은 많더라구요. 그래서 스위치가 달린 콘센트로 교체하고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콘센트 스위치를 껐어요”

정애씨는 현재 대우3차 아파트 에너지 절약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어린이 에너지 학교를 운영하고 에너지의 날 소등행사 참가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면 에너지 절약에 관해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 정도가 제각각이라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적극적으로 절약운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몇 푼이나 절약한다고 매번 귀챦게 코드를 뽑아야 하느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정애씨는 “같은 말이지만 반복해서 얘기할 수 밖에 없어요. 전기를 많이 안 쓰는 우리집도 이렇게 줄었는데 한 번 실천해 보면 아실거라고 말씀드린다. 그리고 전기를 아끼는 것이 단순히 돈을 절약하는 차원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줄이고 온난화를 방지하는 첫 걸음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구를 살리는 것은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라며 귀챦아도 코드를 뽑고, 스위치를 끄고, 냉장고를 비우고, 가까운 거리를 걸어다니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정애씨. 그녀의 작은 행동이 안산의 미래 지구의 미래를 바꾸길 바란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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