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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인 자기가 죽기라도 하면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워 통장에 관 값 2백만원을 유지하며 오늘도 “가세횻!” “오지 마세횻”으로 줄줄이 찾아오는 여성들의 마음을 내치는 노총각 ‘버들치 시인’.
단돈 50만원만 쥐고 지리산 자락으로 거취를 옮긴 ‘낙장불입’ 시인과 낙시인의 아내이자 동네밴드의 보컬 ‘고알피엠(高rpm)여사, 긴머리 휘날리며 주차요원으로 일해서 번 년봉 200만원으로 가끔씩 자장면을 즐길 줄 아는 내비도 교주 ’최도사‘. 그리고 카페 ’소풍‘주인, 강병규 사진가, 섬진강변 옷가게 여사장님. 쌍계사 앞 음식점 미녀 사장님. 낙장불입 시인이 키우는 개 세 마리 얼씨구. 지화자. 좋다 등등등
인생의 막장을 지리산에 의탁한 사람부터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까지. 소박하고 소탈하고 자연스럽고 어떨 땐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네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오롯이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길을 잃었다고 뭐가 그리 대수일까, 잃어버렸다고 헤매는 그 길도 길인것을…”
“아니 11시 아니면 2시가 어때서? 밥 안먹으면 11시고 밥 먹고 오면 2시지.... 그런다고 지리산이 떠내려가냐 섬진강이 증발하냐? 다 기다리면 오는 법이야. 그렇게 살려면 서울서 열심히 돈 벌지 여기 뭐하러 와 있겠냐?”
"이곳에 온지 10년 무엇이 변했는지 한번 돌아보았죠. 시간,시간이었어요 서울에서는 시간은 내것이 아니었는데, 이곳에서는 시간이 내것이예요 이게 제일 큰 변화더라구요.”
도회의 삶은 경쟁의 연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누가 짜 놓았는지 모를 계획 속에서 쳇바퀴도는 삶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마음 한 켠에 도시를 벗어나서 나의 의지대로 살고 싶은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이 책은 우리가 꿈꾸는 행복을 지리산 등지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하루하루의 생활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네들의 일상을 통해 사람을 품어주는 지리산의 너른 품이 한가득 느껴졌고, 내내 모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놀 뿐 선생도 가르침도 없는데 많은 것을 배운 듯 마음이 커졌다, 책을 읽는 동안 그네들이 전하는 행복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도 우리는 쉽사리 도시를 떠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지리산 행복학교 사람들의 삶을 엿보며 그들이 전하는 평화를, 생명을, 놀이를 보면서 우리에게 다가올 행복을 꿈꾸었으면 한다.
“형제봉 주막집에 누군가가 써놓은 시구절처럼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거기서 정직하게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혹여 잠시의 미소와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서문중에서)
정연주 안산의제21 부장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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