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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3살쯤 됐을까? 갑자기 아빠에게 가기를 거부하고 아빠를 잘 따르지 않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아이들이 낯을 가리는 현상인지 아빠의 귀가가 자주 늦어지면서 아빠와 유대감이 떨어진 것인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아빠에게 가지 않으니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딸아이와 함께 서점을 갔던 어느 날, 눈에 띄는 그림책이 있었다.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라는 제목의 예쁜 그림책이었다.
아기 토끼가 아빠가 자기마음을 얼마나 잘 아는지 궁금해서 “아빠,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라고 물었는데 “글쎄, 잘 모르겠는데” 라고 아빠토끼가 대답하자 아기토끼가 한껏 팔을 벌리며 “이만큼요.” 라고 말한다.
그런데 훨씬 더 긴 팔을 가진 아빠토끼는“아빠는 너를 이만- 큼 사랑한단다.”라고 하자 놀란 아기토끼가 까치발을 하고 팔을 쭉 뻗어 “나는 아빠를 이만큼 높이 사랑해요.” 하지만 키가 훨씬 크고 팔이 훨씬 긴 아빠의 높이를 따라갈 수가 없다.
물구나무를 서고 높이뛰기도 하고 강까지 가는 저 먼 길에 비유하면서 서로 더 많이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다 졸린 아기 토끼가 마지막 히든카드로 “나는 아빠를 달까지 가는 길만큼 사랑해요.” 하며 눈을 감자 “ 야! 그거 정말 멀구나.” 하고 아빠토끼가 인정해준다.
그리고 잠든 아기 토끼 옆에서 아빠토끼는 미소지으며 속삭인다. “아가야, 아빠는 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만큼 널 사랑한단다.”
이 감동적인 그림책 한권을 들고 집으로 돌아 온 나는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사랑해’ 놀이를 시작했다. 책 속의 토끼처럼 팔을 벌리고 물구나무를 서고 침대에 올라가며 “엄마는 정빈이를 이만큼 사랑한단다.”라고 하자 어리둥절 쳐다보던 딸아이가 어설프게 엄마의 흉내를 내며 “나는 이만큼” 하며 금세 좋아하였다.
한 참 신나던 우리의 놀이는 ‘엄마’가 ‘아빠’로 바뀌고 딸아이는 “아빠를 이만큼 사랑한다.”고 작은 팔을 벌리며 귀여운 몸짓을 하게 되었다. 재미있게 ‘사랑해’ 놀이를 하고 난 후 정말로 아이는 다시 아빠에게 안기기 시작했다.
생일이 빨라서인지 같은 또래보다 조금 빠른 편이이었던 딸아이와 책을 읽고 함께 교감하던 것이 많았던 그 즈음, 우리가족은 톡톡히 이 책의 덕을 본 셈이다.
파스텔색의 초록 들판에서 ‘내가 더 사랑해’를 외치는 아기토끼와 아빠토끼의 모습을 그린 이 책은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예쁘다. 그리고 내용은 짧지만 순간 뭉쿨 해지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더욱 공감할 만한 감동도 준다.
어느 날 불쑥 “내가 ○○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이만-큼 사랑해.”하며 팔도 벌리고 물구나무를 서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어서 따라하겠지만 “내가 더 사랑해”를 외치다 보면 어느새 정말로 내가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특히 표현이 서툰 아빠가 사랑한다는 말이 어려울 때, 아이와 사랑에 대해 공감이 필요할 때 함께 이 책을 읽고 조용히 속삭여 주면 어떨까? “아빠는 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만큼 널 사랑한단다”
윤명숙 샛별작은도서관 관장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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