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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한 세기의 세월을 불과 15컷의 그림과 4행의 짧은 글로 표현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이미 전작 <마지막 휴양지>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섬세하면서 사실적인 그림과 존 패트릭 루이스의 간결하고 상징적인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이다.
때로는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음을 보여주며, 또한 그림이 못다 보여준 이야기를 한 편의 시와 같은 글로 꼼꼼하게 채워주고 있다.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 중의 하나로 출간되었지만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왼쪽 면 중앙에 작은 그림이 있고, 그 오른쪽 면에는 짧은 글이 적혀 있다. 그 다음 장을 펼치면 양면 가득 그림이 여백 없이 펼쳐진다. 이렇게 열다섯 번 반복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그림을 통해서 그 해에 벌어진 중요한 사건을 대략적으로 암시하고, 글을 통해서는 사건의 전후를 들려준다. 큰 그림은 마치 그 시대의 풍속화를 보여주는 듯 새로운 시작과 결혼, 탄생, 죽음, 전쟁, 이별 등의 주제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렇게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그 집의 모습은 때론 무서워 보이기도, 외로워 보이기도 행복해 보이기도 하다.
정작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여백 없이 꽉 들어차 있는 그림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림은 마치 고정된 카메라 앵글을 통해 관찰하는 무언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바라보는 듯하다. 집은 시대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변화 하지만 늘 같은 위치에서 이야기를 전한다.
각 그림들이 계절과 시대의 미묘한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기에, 그 속에 담긴 변화의 비밀과 역사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야깃거리이다.
“나는 인류 역사의 슬프고 두려운 장면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싶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이러한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내 작품이 통로가 되어 주길 바란다.”
묵직한 주제와 진지한 성찰로도 유명한 그림을 그린 로베르트 인노첸티의 말처럼, 이 책을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집’은 이렇게 끝맺음을 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나를 찾는 햇살과 빗물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집의 이야기는 결국 그 속에서 살다간 사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집은 사람과 다르게 다시 태어나고 새로운 주인을 맞아 변화하고 새로운 주인의 인생을 살아간다.
집은 세월의 흔적으로 한 켜 한 켜 쌓아올린 기억의 탑이다. 다시금 수만 가지의 이야기를 꽃피울 것이다. 현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하고 또 미래의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광대무변한 역사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그 집이 여전히 당당하게 서 있기를 바란다.
김은희 근로자종합복지관 어린이도서실 사서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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