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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대학입학시험을 치룬 3학년 학생 258명(복수합격자 포함)이 1차 수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통과해 지역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입학을 점 찍은 대학들도 서울대학교와 경인교대, 서울교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서강대, 경희대 등 서울시내 내놓으라는 대학교 뿐만 아니라 충북대학교와 경상대학교 등 지방 명문대학교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지난 3년간 신길고등학교에서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신길고등학교의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을 들여다 봤다.
학생이 만든 규율 자치법정에서 판결
비평준화인 안산지역에서 하위권 고등학교의 고민은 단지 ‘학생들의 성적이 낮은 것’만은 아니다. 성적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생활습관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규율을 지키고 예절을 지키는 것이 몸에 익은 이후에나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이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안병섭 교장의 철저한 교육관이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후 신길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참가해 생활규정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2011년 한 학기 동안 토론회와 공청회 강의 등을 통해 학교 규정과 각 조항의 문구를 완성했다. 예를 들어 ‘셔츠를 바지나 스커트 밖으로 뺀 경우’ 벌점 2점이 부과되고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벌점 5점이 부과되는 등 각 세부 사항마다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벌점을 정했다.
벌점이 30점이 넘은 학생은 교사들로 구성된 선도위원회의 처벌을 받거나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자치법정에서 판결을 받게된다. 선택은 처벌을 받을 학생이 정한다.
신길고등학교가 교과부로부터 학교문화개선 지정학교로 선정된 후 추진 중인 학생자치법정은 교사가 판사역할을 학생부 학생이 검사역할, 벌점학생의 친구가 변호사역할을 맡고 각학년부 추천을 통해 선발된 배심원이 벌점학생의 징벌을 결정하는 제도다. 자치법정의 모든 판결과정은 교내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올해 5월 처음 열린 학생자치 법정의 효과는 컸다. 자치법정에 규칙위반 대상자로 참가한 한 학생은 “선생님들의 강제적인 판결이 아니라 검사 변호사 배심원들인 학생이 생각과 동기 계획 등을 물어보는데 여러 사람과 약속을 맺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5월 열린 첫 재판에서 약 70명의 학생 중 절반정도의 학생이 자치법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선도위원회에서 판결받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2학기 다시 자치법정이 열렸을 때 자치법정에 섰던 학생들은 벌점대상자가 되지 않은 반면 선도위원회 판결받은 학생들은 2학기에도 벌점을 어겨 자치법정에 서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학생부 교사는 “스스로 만든 규율을 지키면서 자존감이 낮았던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며 “한 회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과 학교가 함께 해 자치법정의 무게를 실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사교육없는 학교’ 교사가 과외 선생님
학생자치법정으로 생활 질서를 잡아간 신길고등학교는 본격적인 학습 지도로 학생들의 실력을 끌어올렸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사교육없는 학교로 선정 된 후 신길고등학교만의 독자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학생 개인간 실력 차이가 크고 기본기가 약한 학생들이 많은 신길고등학교는 학생 개별상황에 맞는 수준별 학습이 가능한 소그룹 튜터링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튜터링 활동이란 국어 영어 수학 과탐 사탐 등 각 과목에 따라 5~10명이 소그룹을 구성해 원하는 교사를 지정해 수업을 받는 것이다.
실력이 비슷한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그룹과외를 받는 셈이다. 현재 신길고등학교에는 각 학년별로 10여개의 튜터링반이 활동 중이다. 특히 강좌의 수강료 일부는 사교육없는 학교 예산에서 지원을 받아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에 과외까지 가능한 1석2조의 성과를 얻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학생 3명과 교사 1인을 서로 멘토-멘티 관계로 맺어 공부방법 전수, 인성교육, 진로상담 등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활동도 진행한다. 특히 멘토제도는 교사와 학생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끌어내고 목표를 실현하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지속적인 도움을 준다.
1:1 면접지도 입학사정관제 넘어
생활습관을 고치고 학업 성적이 올랐다 하더라도 신길고등학교 학생들이 수학능력평가 시험을 통해 정시모집에서 승부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신길고등학교 최선희 3학년부 부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수시모집을 위한 학생별 맞춤형 면접지도에 일년간 열성을 쏟았다.
최선희 부장은 “처음 학생들에게 면접을 지도하는데 인사하는 법부터 가르쳤다. 한사람 한사람 인터뷰하는 장면을 녹화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 깨닫도록 했다”고 한다.
학생과 상담을 통해 원하는 학과를 정하고 예상 질문과 답변을 정리하는 것을 도우면서 아이들이 차츰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신길고등학교는 3학년 학생들은 세상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아침마다 신문 사설을 읽었다. 사설을 읽은 후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사설을 요약하는 활동이 면접지도의 큰 바탕이 됐다.
충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지원한 한 학생은 자신 소개글은 작성한 후 구글 번역기로 독어로 번역한 후 면접관 앞에서 독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이 독어를 공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면접관들은 학생의 용기와 적극적인 태도에 박수를 보냈고 합격증을 받았다. 학생과 교사가 면접을 위해 함께 준비한 작품이었다.
최교사는 “교사생활 10년이 넘었지만 지난해가 가장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아이들에게 한마디에 상처도 받고 또 힘도 얻는 한해였다”며 “거친 세상 속으로 나갈 제자들에게 선생님들의 노력이 힘이 되었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교사는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교사의 사명 뿐만 아니라 학교 첫 졸업생을 키운다는 사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아이들이 신길고등학교 첫 졸업생이쟎아요 역사와 전통을 세우는 선배들을 본받고 후배들은 그 바탕위에서 공부할 것”이라며 머지 않아 신길고등학교가 명문고등학교로 통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 인터뷰 안병섭 신길고 교장
“학교 설립 후 첫 교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요. 학교를 반석위에 올려놓느냐 마느냐는 첫 3년이 좌우한다”고 강조하는 안병섭 신길고등학교 교장.
그는 3년 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신길고등학교 교장에 자원했다. 평교사 시절 광명북고등학교 초창기 멤버였던 그는 신설 학교로 부임해 지역 최고의 명문학교를 만들고 싶은 목표를 안고 신길고등학교에 부임했다. 안교장은 광명북고의 경험을 통해 지역사회에 학교가 남긴 첫인상이 명문이 되느냐 못되느냐를 판가름 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안교장이 부임 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복장 단정이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고 이마에 써 놓지 않는다. 하지만 깔끔하고 복장이 단정한 학생은 어디에서나 눈에 띈다. 사람들이 단정한 학생을 보면 바로 ‘아 신길고등학교 학생이구나’라는 인식이 퍼지면 자연스럽게 학교와 학생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며 단정한 머리모양새와 교복 착용을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안교장의 학교운영에 만족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거셌다. 2년 간 3개 학급이 줄어들며 중간에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될 줄 알았으면 좀 살살할 걸”이라며 안교장은 그때 학교를 떠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리학교가 신설학교인데다가 성적도 낮고 만약 복장까지 불량한 학교로 찍히면 그야말로 학교 이미지는 되살아 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교육자로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안교장의 확고한 지도아래 신길고등학교는 지역사회에 내실있는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아갔다. 첫해와 이듬해는 지원학생수가 미달이었지만 올해 신입생 선발에서는 안산시내에서 모집자 대비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아직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 것은 아니지만 평준화를 앞두고 신길중학교 등 인근 학교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로 인정하고 상위권 학생들도 진학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려 보람이 크다”며 “특히 올해 첫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 결과가 좋아서 평준화가 되면 다른 학교에 뒤지지 않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이란 ‘영혼과 영혼의 만남을 통한 교화’라고 강조하는 안병섭 교장. 무뚝뚝한 인상 너머 제자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전해졌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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