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망마을과 별망성

별망성(別望城)은 ‘언제’, ‘왜’ 만들었을까?

안산의 별망마을은 1978년 신석기시대 해안의 대표적 유적인 패총이 발굴되어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왔음이 확인되었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안산지역의 제일 서남쪽 끝에 위치한 섬이었기 때문에 서해안을 통과하는 선박의 동태를 잘 살필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삼국시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고려말기에는 계속되는 왜구의 침입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일본은 남북조(南北朝)의 전란기에 처하여 사회불안이 컸으며 중앙통제력을 상실하여 연안 일대의 왜인들이 해적이 되고, 그들이 고려를 침입하였던 것이다. 왜구는 우왕 때 가장 극성을 부렸는데, 단순한 해적이 아니라 수십 척에서 많게는 4백여 척에 달하는 선박으로 떼를 지어 다니면서 약탈과 살인 등을 일삼았다. 그리고 남해안뿐만 아니라 위로는 압록강 하구인 의주까지 이르렀으며, 내륙지방도 무사하지 못하여 1377년(우왕 3)에는 수도를 개경에서 내륙 깊숙이 철원으로 옮기려 한 적도 있었다.
왜구가 안산지역에 침입한 기록을 살펴보면 1378년(우왕 4)과 그 이듬해 두 차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그에 앞서 1351년(충정왕 3) 남양부(南陽府: 화성)와 쌍부현(雙阜縣: 화성 우정면)에 침입하고 1360년(공민왕 9)에는 남양부 서쪽의 화지량(花之梁: 화성 송산면)을 불태웠으며 또 평택?용성(龍城: 평택 오성면)?강화도에 침입하였다. 그리고 이후에도 수안(守安: 김포 대곶면)?통진?김포 등지에 침입하여 노략질을 한 기록들이 있는 것을 볼 때, 안산지역이 침탈당한 것은 그 두 차례 뿐만 아니라 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수전(水戰)에 능숙한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 중의 하나가 수군(水軍)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1371년(공민왕 20) 이후에 수전이 왜구 방어의 중요한 수단이 되어 그때까지 구분이 애매하던 육군과 수군의 분리가 이루어졌다.

고려 말의 수군편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왜구 방어책으로 연안지역의 산성들을 수축하고 읍성을 축조하여 1377년(우왕 3)에 전국적으로 사신을 파견하여 산성을 수축하게 하였다. 안산지역은 남양만의 해로를 지키는 데 중요한 요충지였기 때문에 목내동에 있었던 안산군 관아가 수암동으로 옮겨간 것도 이 시기로 추정된다.

 

별망을 기록한 옛지도

‘별망’은 척후(斥候) 및 주변농민의 보호역할을 하는 부대

 

조선 초기에는 왜구 격퇴를 위한 대마도정벌이 이루어졌고 거북선을 만들게 되었다. 또한 “초지량은 본래 왜구가 먼저 들어오는 땅이기 때문에 수어(守禦)를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여, 안산에 초지량(草芝梁) 수군만호부를 배치하였으며, 군영을 두었다.
이때 조선의 수군은 왜구를 격퇴하기 위한 편제를 갖추고 훈련되었다. 따라서 남해안은 물론 서해안 요소에 수군을 주둔시켰다. 이때 안산에 주둔한 수군은 ‘초지량영’이다.
‘별망’이란 고유의 지명이나 용어는 보이지 않는다. ‘별망’이란 용어가 일반명사로 쓰인 경우는 조선왕조실록에 보인다. 우선 군대의 주둔으로 인근 농민에게 불편함이 발생하자 1431년(세종 13)에는 ‘별망’을 두어 바다를 지키는 동시에 농민을 수호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경상도 감사가 아뢰기를, “……… 1. 미륵산 북편 바깥쪽 해평(海平)의 전토는 ‘별망(別望)’을 두어 수호하게 하고, 농민들에게 내왕하면서 경작하게 하고 상주(常住)는 못하게 하옵소서. 1. 흥선도(興善島) 동편 바깥쪽 걸망포 바깥쪽 장곶(長串)에는 백성들의 거주 및 경작을 금하고, 걸망포 안쪽의 전토는 인민들을 내면으로 옮겨 살도록 하여, 적량(赤梁) 근처에 ‘별망’을 두어 수호하고 내왕하면서 경작하게 하옵소서. ………”하므로, 의정부와 제조에서 같이 의논하기를 명하니, 모두 옳다고 말하므로 그대로 따랐다.

또한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면 1597년 13척의 전선을 수습하여 일본 수군 200여척과 대결한 명량대첩 때 기록에서 ‘별망’이 보인다.

이른 아침에 ‘별망군’이 다가와 보고하기를 수효를 알 수 없도록 많은 적선이 명량으로 들어와 곧장 우리가 진치고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고 하였다. 즉각 여러 배에 명령하여 닻을 올려 바다로 나가니 적선 130여 척이 우리 배를 에워쌌다.

이러한 기록에서 볼 때 ‘별망’은 전시에는 척후(斥候)역할을 하고 평상시에는 척후 및 주변 농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부대를 일컬었던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안산의 ‘별망’은 조선 초기에 바다 길을 잘 살필 수 있는 섬이었던 곳에 세워진 망대(望臺)였다.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믄 것으로 안산지역이 전략상 주요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는 도쿠가와 막부가 성립되고 조선과의 통교를 원하며 왜구의 발호(跋扈)를 억제하자 수군의 필요성이 적어졌다. 한편 청나라의 세력이 확대되며 이의 위협을 느낀 조선정부는 유사시 파천(播遷)의 대비책으로 강화도의 수비를 강화시키는 과정에서 서해안의 수군을 강화도로 집중시켰다.
1618년(광해군 10) 실록을 보면 “초지량영은 경기 지방의 지극히 잔폐된 포구”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1656년(효종 7)에는 안산에서 철수하여 강화도 초지진으로 옮겼다.

 

1970년대 별망지역 항공사진. 작은 별망과 큰 별망을 잇는 둑은 조선후기에 인공적으로 쌓은 것으로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후 안산의 ‘별망성’지역은 사람이 주거하지 않는 공지(空地)로 남아 있다가 18세기 서해안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간척공사[堰田의 개발]에 따라 연륙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새로운 간척지는 면세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에 무전(無田)농민들은 앞 다투어 언전(堰田)개발에 나섰으며 이는 1910년에 제작된 1:50,000지형도나 1970년대 항공사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별망’지역 주민들은 초지량영이 주둔하였던 조선 전기에는 군인들의 수호 하에 농업에 종사하다가 조선 후기 군사시설이 폐쇄되며 주민들이 상주하게되었고 언전개발과 함께 반농반어의 생활을 영위하며 살아왔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이때 초지량영이 있었던 곳은 ‘원당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별망군이 주둔하였던 곳에는 ‘별망’이란 이름이 고유의 마을 명으로 굳어진 것이다. 현재 전국의 지명에 남아있는 ‘별망’은 많지 않고 확인된 곳은 안산의 별망과 전남 목포의 별망평이다. 이곳의 공통점은 임진왜란 때까지는 군사적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하던 곳으로 조선후기 군사적 필요성이 감소하면서 간척사업을 통해 농토가 되었다가 현재에는 모두 도심지 안에 편입된 곳이다. 따라서 ‘별망’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마을은 조선후기 이래 300년 이상 마을을 이루어 살았던 곳이다.

‘별망성’의 역사

 

조선 초기부터 안산 서남쪽의 바닷가에서 안산으로 들어오거나 서해안을 오가는 선박의 동태를 살피던 별망성은 조그마한 섬이었다. ‘큰별망’과 ‘작은별망’으로 불리던 두 개의 섬은 조선후기에 와서 중국의 강남농법이 일반화되고 언전기술이 향상되면서 육지가 되었다. 그러나 역사적 고증 없이 쓴 “꼭두별초”라는 작품에서는 고려시대에 몽고군을 무찌른 대몽항전이 별망성에서 있었던 것처럼 그렸다. 또한 25년이나 계속되어온 안산의 ‘별망성예술제’는 ‘선열들의 혼을 기리는 호국예술제’라는 깃발을 걸고 있으나 정작 별망성은 멀리하고, 역사적 의미도 살려내지 못하고 예술제의 이름으로만 빌려쓰고 있다.
고려시대 안산에는 ‘별망성’이 존재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안산 앞바다에 있던 조그마한 섬이었기 때문에 수전(水戰)에 약한 몽고군과의 전투에서는 전략적 가치가 없는 섬이었다. ‘별망’의 기초적인 역사적 가치를 밝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이용한 결과 2002년 안산에 ‘구(區)’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별망성구’라는 명칭을 제정하였으나 시민들로부터 철저한 버림을 받기도 하였다.

1910년대 1:50,000 지형도. 검정 실선은 조선전기 추정 해안선. 별망 두 개의 섬이 간척지임을 알리는 표시가 있다

『고려사』에는 1256년(고려 고종 43) “몽고군이 강화 대안의 착량에 진출하자 이들을 격퇴하기 위해 대부도의 별초군이 출동하여 인주 땅 소래산에서 몽고병 1백여 명을 격퇴하였다.”라는 기사가 나온다. 당시 대부도에는 안산 및 남양 지역 주민들이 대거 입보(入保)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항전 출륙은 지역방위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소래산에서 몽고군을 격파한 대부별초군의 진격로는 확실치 않으나 남쪽인 남양이나 안산지역으로 상륙했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강화 대안을 방어하던 몽고군을 피하기 위해 인천(인주) 지역으로 상륙했을 가능성도 적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군자염전과 조선 후기 영조 때 축조된 호조방죽 사이인 안산의 하중리(현 시흥시 포동 학미산과 하중동 사이)를 거슬러 올라가 소래산 근처로 상륙하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이들은 고려시대에는 바닷물이 드나들던 현재 시흥시 은행동지역을 통해 상륙하여 정세를 관망하다가 소래산 밑에서 야간 기습으로 격퇴한 것으로 추정된다.


별망 마을의 역사

100여년 전의 안산 포구의 역사를 잘 알려주는 자료로는 일제가 조선을 강제병합하기 직전 통감부에서 우리나라 전역의 어촌을 조사하여 보고서로 작성한 『한국수산지』가 있다. 여기에는 안산지역의 포구와 어민에 관한 사항이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

“성포(聲浦)는 해구(海口)로서 선박의 출입이 많고 와리면에 속하는 초지(草芝)는 옛날 수군만호부가 있던 곳으로 현재는 다소의 민가가 있다”
“원당포(元堂浦)는 와리면과 인화면 사이에 만이 들어간 곳으로, 76호의 가옥으로 276명이 살고 있다. 그 마을은 바다에 면하고 있으며 조기잡이 중선(中船)이 있는 자 즉 망주라고 칭하는 3호가 살고 있다. 봄과 여름에 주로 조기를 잡기 위하여 충청, 전라 혹은 황해도로 출어하고, 여름에는 근해에서 민어(?) 혹은 새우를 잡았다. 그 어획물은 경성 부근의 마포 또는 군내 성포리에서 판매하였다.”
“초지(草芝)는 원당포의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예전에 진(鎭)이 놓여 있는 곳으로 그 성터는 아직도 남아 있다. 이곳은 바다에 면해 있지만 어로에 종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원당포의 사람들이 소유하는 중선(中船)에 승선해서 종업자로 출어하는 사람은 있다.”

이 『한국수산지』의 기록으로 보아 1910년 당시 제일 큰 포구는 성포(조구나리)로 보여지며 그 다음이 원당포였다. 그러나 원당포는 간척사업으로 폐쇄되자 어민들은 초지(별망)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별망은 초지량영이 강화도로 옮겨간 뒤 18세기부터 마을이 형성되어, 처음에는 해변의 어패류를 채취하는 어업이었지만 1910년대 이후에는 점차 어선을 소유하는 마을로 변화되었다.

6.25전쟁과 별망

안산의 어촌은 6.25전쟁과 함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1950년대 동부의 사리와 서부의 별망을 잇는 새로운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성포는 포구로서의 기능을 잃고 동부 사리에 포구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바다 물길이 얕아 물고랑을 헤치면서고 돌아야 하므로 풍선(風船)으로 드나들기 힘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길이 크고 깊은 서부의 별망포구가 번창하게 되었다. 여기에 6.25때 피난 온 황해도 지역의 어민들이 별망에 정착하면서 포구는 더욱 커졌다.

 

1970년대 말쯤에 어업활동은 주 어업이 낭장망이었다. 바다에 말뚝이나 닻을 박고 그물을 쳐서 새우, 꽃게, 민어, 농어, 등을 고정하여 잡았던 어촌어업이다. 당시 별망어촌에는 낭장망이 30여척 있었고 사리는 10여척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반월공단의 건설과 더불어 별망어촌은 공단조성에 따른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어업피해에 대한 선박 보상이나 어업보상은 없었고, 주먹구구식 이주보상 만을 한 채 집들이 헐리게 되었다. ‘별망’이 어선어업을 중심으로 안산 앞바다의 주인역할을 하였지만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별망’이 없어지자 흩어진 별망 사람들이 사리포구에 모여들면서 사리포구가 번창하기 시작하였다.
별망포구는 초기 반월공단조성을 위한 물량장으로 활용되면서 최대 피해를 받은 지역으로 보인다. 주민의 말로는 당시 반월출장소에 가서 보상을 요구했다가 삼청교육대를 보낸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시화호 주변의 어민들이 어업보상 받는 것을 보고 우리도 늦었지만 뭔가 보상을 받아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황금어장을 잃어버린 ‘별망’어촌계 주민들은 30여 년 전의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역사 속에서 자기 진정한 역할마저 밝히지 못하고 외롭게 서있는 ‘별망성’의 처지와 똑같아 보인다. 

정진각 안산시사 편찬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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