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립합창단 세계 최정상 하모니

안산시립합창단은 문화에 메말라 있는 안산시민들의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 지난 95년 창단됐다. 창단과 함께 지휘를 맡은 박신화 상임지휘자와 단원들은 그간 꾸준한 노력 끝에 안산시립합창단이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전문합창단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시립합창단은 창단 초기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합창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민들로부터 외면 당하면서 극기야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합창단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수모까지 겪기도 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시립합창단은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르네상스 음악에서 바로크 고전 그리고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와 독특한 챔버스타일을 구사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쏟아왔다. 이후 안산시립합창단은 안산시민에게 사랑받는 합창단으로 자리매김했고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초청하는 등 전국에서 제일가는 합창단으로 성장했고 재정수익에도 기여했다.

시립합창단은 지금까지 17차례에 걸쳐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특히 미국의 유명한 합창지휘자인 로렌스 캡테인(Lawrence Kaptain) 교수를 초청 세계 각국의 다양한 합창곡을 훌륭히 연주해 극찬을 받은바 있다. 또 미국 웨스터민스터 합창단(Westminster Choir)의 내한공연에 찬조출연 했으며 96년과 98에는 세계합창제와 한국합창제에 나란히 출연해 찬사를 받았다. 99년과 2001년에도 한국합창대전 등에 출연했으며 이로 인해 KBS FM CBS FM 등 방송매체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면서 많은 청취자들로부터 지대한 찬사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특히 인천시가 2002년 월드컵 기념사업으로 주최하는 세계합창제에 국내 최정상급의 인천시립합창단과 함께 공연을 가질 계획에 있어 안산시립합창단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립합창단은 지금까지 11장의 CD를 출반하면서 국내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올라섰으며 이번 세계합창제 참가 이후 그 위상은 엄청나리 만큼 폭발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미네아폴리스에서 개최된 제6회 세계합창심포지움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합창대회다. 축구인들의 축제가 『월드컵』이라면 지휘자들의 축제는 바로 『세계합창심포지움』이라 할 수 있다. 1986년에 발족된 세계합창연맹은 86년을 시작으로 3년마다 세계합창심포지움을 개최해 주옥같은 연주를 접하며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심포지움에는 전 세계 합창지휘자 3000명 이상이 참가해 세계합창의 진수를 맛보며 세계적인 지휘자나 학자들이 여는 심포지움 및 세미나를 통해 많은 것을 얻는다. 한국에서도 4-50명의 합창지휘자가 참석해 세계연맹이 선정한 합창단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세계합창제에는 22개국이 참가했다.

제1회 심포지움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되었는데 당시 우리나라 대우합창단이 아시아를 대표해 참가해 세계에 한국합창을 알린바 있다. 96년 시드니에서는 수원시립합창단이 99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는 인천시립합창단이 참가한 적이 있다. 안산시립합창단은 한국에서 네 번째로 세계 대회에 초청 받았다.

세계합창제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합창제인 만큼 안산시립합창단은 참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했다. 세계합창제 참가는 안산시립이 그만큼 합창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22개국의 내노라하는 합창단과 공연을 펼쳐 극찬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전 세계 지휘자들에게 인상깊게 남긴 큰 사건이다. 또 안산을 모르는 외국인과 교민들에게 안산시를 알리는 계기가 된 동시에 우리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효과까지 얻었다.

세계합창제에 참가하기 전 콜로라도 대학에서 가진 리허설은 안산시립합창단의 성공을 예감하는 서곡이었다. 특히 97년 안산시립합창단의 객원지휘를 맡은 적이 있는 로렌스 캡테인 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극찬을 받아 더욱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8월8일 오후2시. 안산시립합창단이 그토록 서보고 싶은 무대인 세계합창제 공식공연이 시작됐다. 2400석을 꽉 메운 관객들은 첫 곡이 끝나자 『우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술렁이기 시작했다. 단원들은 관객들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관객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정통클래식이 끝난 후 한국 창작곡인 이건용의 『메밀묵 사려』는 이 연주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박신화 지휘자의 간단한 내용소개에 이어 숨죽여 노래를 경청한 청중들은 노래가 끝나자 일제히 일어나 탄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2000명이 넘는 외국의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찬을 받는 이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 순간만큼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우리 곁에 안산시립합창단이 함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웠다. 공연이 끝난 후의 반응은 더욱 놀라웠다. 지휘자와 함께 거리를 지날 때면 외국인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리고 각국에서 온 지휘자들이 안산시립합창단의 연주가 단연 최고였다는 찬사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한국에서 온 지휘자들도 안산시립합창단이 한국의 국위를 선양시켰다며 즉석에서 각자 100불씩 모금해 단원들을 격려하려고까지 했다.

아쉽게도 3000불이 넘는 장소 대여 어려움으로 회식은 못했지만 그들의 정성은 마음으로 영원히 남겨 두었다. 이처럼 합창단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공연시작 한 시간 전에 공연장소에 도착한 그들은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고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단원들의 연주를 극찬했다.

반면 일부 우리 교민들은 마음속으로 좋으면서도 속내를 내보이지 않은 우리 국민 속성 때문인지 인색한 면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연주가 끝날 때면 교민들도 주옥같은 연주에 매료돼 힘찬 박수를 보내며 앵콜을 외쳐댔다. 그리고 합창단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고국에 돌아가면 안산 안산시립합창단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미네아폴리스에서 공연이 끝난 후 필라델피아 시카고 뉴욕 샌프란시스코 공연에서도 교민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공연을 자주 관람하지 못한 교민들로서는 이번 공연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는 말로 공연소감을 대신했다.

이번 공연에서 안산시립합창단은 『전 세계에 한국을 빛낸 시립합창단』이란 명성을 얻었다. 이 내면에는 그간 이번 연주를 위해 땀흘려 온 단원들의 노고와 보람이 담겨져 있다. 빠듯한 일정으로 미국내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은 『안산시립합창단원』이라는 직함 하나로 잘 이겨냈다. 그 결과 세계 속의 안산시립합창단이 됐다.

◈안산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박신화

안산시립합창단이 전국 무대는 물론 세계에까지 그 명성을 알리는데는 창단 초기부터 합창단을 이끌어 온 박신화(朴信和 44) 상임지휘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합창지휘자 박사학위를 받은 박지휘자는 국립 대우 성남 대전 광주시립합창단 국내 유명합창단에서 객원지휘를 했다. 현재 영락교회 지휘자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직을 맡으면서 안산시립합창단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박신화 지휘자와 일문일답

▲세계합창제에 초청 받게 된 동기는.

- 세계합창연맹이 주관하는 세계합창제는 심사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3년간 공연한 내용이 담긴 음반을 제출해야하고 한국의 원로지휘자 2명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아무개 합창단은 세계합창제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합창연맹 부총재까지 불러 객원지휘를 시킬 정도로 참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한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출전하는 것은 아니다. 안산시립합창단은 그간의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초청받게 됐다.

▲이번 공연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 2400석의 오케스트라홀에서 한곡 한곡 할 때마다 박수가 이어졌다. 특히 창작곡인 『메밀꽃 사려』가 끝났을 때는 2천여 관람객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며 앵콜을 외쳤다. 그만큼 우리 합창단의 주옥같은 연주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줬다. 그리고 미네아폴리스에 모인 사람들은 거의가 지휘자다. 이 가운데 일부는 미국시민과 우리나라 교민이 공연하는 장소까지 찾아와 우리 공연을 관람했다. 일부 지휘자는 4번의 공연 전부를 따라 다닐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 미네아폴리스의 한 장로교회에서 공연할 때의 일이다. 이날 공연을 보러온 관람객은 우리 교민이 20%밖에 안되고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가고파』를 부를 때였다. 이 곡을 부르기 전에 이 노래가 어떤 노래라는 것을 영어로 설명했다. 노래가 시작되자 객석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우리 여성 단원들도 울기 시작했다. 나 역시 눈물이 났다.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그들이지만 고향을 그리는 것은 미국인이나 한국사람이나 모두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 감동적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를 보내줬다.

▲합창제에서 부른 곡은.

- 이번 공연에서는 정통클래식과 창작곡 민요를 3분의 1로 안배했다. 나는 창작곡이나 민요가 아닌 정통클래식에 승부를 걸었다. 외국인들 앞에서 우리 민요나 창작곡은 아무리 잘 불러봐도 실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래서 정통클래식을 가장 먼저 불렀다. 그런데 첫 번째 곡을 부르고 나자 객석에서 『와』하는 감탄의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이들이 우리의 실력을 인정해 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부터 더 잘 부를 수 있었다. 우리 민요나 창작곡에 대해 그들이 찬사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준 것도 정통클래식을 잘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 이번 공연이 끝난 후 여론은 『빅 히트했다』와 『한국이 최고였다』 그리고 『최고의 히트를 했다』였다. 안산시립합창단이 안산에서만 알아주는 것 보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것이 안산에도 도움이 된다. 이제 시작이다. 안산시립합창단이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뿌리깊게 남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그리고 한국의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안산시립이 한 단계 상승했지만 자만하지 말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겠다.

<장기준 기자 gijun@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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