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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일 열린 '들꽃피는 학교' 입학식.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입학식에 참여하고 있다. | ||
범가박이 할 수 있는 한국말은 ‘안녕하세요’라는 인삿말 정도지만 모처럼 만난 중국인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입학식에 참석했다.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한국에 오면서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던 범가박에게 ‘들꽃피는 학교’는 놀이공간이며 한국을 배울 수 있는 진짜 학교다.
‘들꽃피는 학교’의 입학식은 여느 입학식과 달리 자유롭게 진행됐다.
‘들꽃피는 학교’를 만든 김현수 목사의 축하인사에 이어 입학생과 축하손님들이 조별 나눠 앉아 자기소개와 명찰만들기, 조별 사진찍기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이날 입학식의 주요행사였다.
김현수 목사는 축사를 통해“들꽃피는 학교에서 생활이 재밌고 즐겁게 생활하기 바란다”며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준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들꽃피는 학교’는 김현수 목사가 17년 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해 만든 대안학교다. 지금은 부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중도입국 학생들을 위한 예비학교과정인 ‘마중물 학교’ 과정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중 한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1:1이 될 정도로 중도입국한 청소년들의 지원이 늘어났다.
2010년 시작된 마중물 학교는 중도 입국한 외국인 자녀들 중 14세부터 19세까지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언어와 한국생활을 배운 후 사회로 진출하는 디딤돌인 셈이다.
현재 안산시에는 280여명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중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불과 40여명.
일부 학생들은 외국인 학교나 홈스쿨 교육을 받는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마땅히 교육받을 공간이 없는 실정이다.
박경혜 외국인주민센터 아동담당자는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그 연령기의 학생들은 학교에 진학해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특수학급이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학생들이 적응하기 어려워 대부분 진학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특히 안산은 현재 고교 비평준화 지역으로 학교장의 허가 없이는 고교진학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서울의 다문화학교로 진학해야만 한다. 올해 마중물 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은 모두 7명. 서울 ‘다솜학교’로 진학했다.
들꽃피는 학교 허성준 교사는 “중도입국 학생들이 배움을 계속할 수 있어서 무척 다행이지만 우리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받아도 아직 학력 인정이 되지 않아 고교 진학을 원하는 친구들은 외지로 나가야 하는 현실은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들꽃피는 학교 교육과정은 학습보다는 다양한 체험학습 위주로 구성된다. 정규 교원자격증을 갖춘 교사 5명이 학습을 맡아 진행하고 외부기관에서 파견된 강사들이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대부분 오전에는 정규학습과정 오후에는 예체능 등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올해 첫 프로젝트는 한 영화사에서 영화제작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들꽃피는 학교 한 교사는 “지난해 아이들과 관악산을 등산한 적이 있어요. 체험과정의 하나였는데 등산을 처음하는 친구도 있을만큼 우리와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서 한국을 알고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 사회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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