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가 '경기도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학교군 설정 고시'에 포함됨에 따라 내년도 고등학교 평준화 시행이 확정됐다. 이로서 안산시 학생과 학부모들이 10여년동안 염원해오던 고등학교 평준화가 2013년에는 시행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30일 발표한 학교군 설정고시안에 안산시와 광명시 의정부시를 경기도교육감 입학전형 지역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대부도에 위치한 대부고등학교를 제외한 일반고등학교(특성화고 자사고 제외)가 평준화 절차를 거쳐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평준화 추진 배경과 과정
안산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2002년부터 시민들을 중심으로 ‘안산고교평준화시민연대’를 구성해 꾸준히 고등학교 평준화를 요구해왔다.

비평준화 제도에서 각 학교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다 보니 고등학교별 서열이 발생하고 학생들은 좋은 고등하교 진학하기 위해  중학생부터 과도한 입시경쟁에 시달려야만 했다.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학생들의 과도한 사교육비는 물론 고교 서열화로 발생한 위화감을 참다못한 학부모들이 평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평준화시민연대 김명희 대표는 “엄마들 사이에 절대 묻지 말아야 할 질문 중 하나가 아이가 어디 고등학교에 들어갔냐는 것이다. 아이들 사회에서는 교복으로 서열을 만들어지고 성적이 낮은 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열패감을 느껴야 했다”며 “비평준화로 중학교 교육과정이 왜곡되었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의 평준화 요구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취임 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2009년 5월 전문기관의 타당성 연구와 최종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2012년 평준화제도를 적용한다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교과부 반대로 1년 연기
2010년 타당성 연구 결과 안산지역 평준화 찬성의견이 반대의견보다 2배 가량 높게 나타났으며 여론조사에서도 77.1%의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평준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평준화가 시민들의 요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안산지역 고교 평준화 과정은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부령개정을 거부하며 한 차례 시련을 맞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평준화 추진 준비미흡을 이유로 관련 법률 개정을 거부한 대신 고교전형에 관한 권한을 지방자치조례로 규정하도록 제도를 바꿔 예초 계획된 2012년 고교평준화 시행이 무산됐다.

지난해 경기도 교육청은 관련 조례개정 절차를 거쳐 평준화 추진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또 하나의 시련이 등장해 학생들과 학부모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평준화 시행을 앞두고 학교군 설정을 고시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의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교육청과의 마찰을 빌미로 동의안 처리를 수 차례 거부한 것이다.

다행히 처리 시일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동의안을 처리해 10년간에 걸친 고교평준화 노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평준화 앞으로 남은 과제
평준화를 앞두고 안산이 풀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안산지역은 단일학군으로 지정하되 통학여건을 고려해 동구역과 서구역으로 나눠서 고교전형이 이뤄질 전망이다. 학교 정원의 50%는 학군내에서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나머지 50%는 구역 내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이 제도라면 학생이 그 학군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한 학교에 배정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기피학교에 배정된 학부모들의 집단 민원과 먼 거리로 배정된 학생들의 불만도 예상된다. 더구나 안산시의 시내 버스는 배차시간이 길고 우회하는 노선이 많아 학생들의 통학 수요를 충족 시킬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김명희 대표는 “지원한 학교를 힘들게 다니는 것은 아무리 멀어도 탓할 수가 없지만 교통이 불편한 학교로 배정받는 학부모들의 민원은 거셀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산시가 학생 통학수요를 고려해 적정 노선들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기피학교에 대한 지원도 과제다. 학교간 시설 격차를 해소하고 평준화로 보편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학교에 대한 지원이 우선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부구역으로 고등학교가 치중되어 있어 동부지역의 고등학교 신설도 시급한 문제다. (가칭)상록고등학교가 내년도 개교를 위해 건립 중에 있지만 이로서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 현재 안산시내 고등학교의 경우 학교당 평균 학급수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거대학교가 대부분이다.

거대학교와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는 2~3곳의 고등학교가 추가로 지어져야 한다.

평준화 시행을 위해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과열된 입시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점에 대해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김명희 대표는 “오랫동안 시민들이 노력해서 아이들이 입시 없는 곳에서 살게 된 점이 가장 기쁘다. 그 시간동안 새로운 세계를 찾아보는 기회를 갖고 우리나라 교육이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