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전시장 부동산투기 사건 경위

박성규 前안산시장이 자신이 경영하는 레미콘 회사의 비자금을 조성해 부동산 투기를 하고 아파트건축사업계획을 변경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 검찰에 구속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민선 자치단체장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재직중에 부동산투기를 한 최초의 사례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또 각종 인·허가권을 미끼로 관련 기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해 개인기업을 확장하고 부를 축적한 전형적인 정경유착 비리로 밝혀졌으며 부당하게 취득한 영업상의 이익도 뇌물로 평가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임춘택 부장검사는 『박전시장 등의 투기계획이 성공했을 경우 최소 3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민선자치단체장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달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고 말했다.

한편 검찰과 시민단체는 지치단체장의 영리활동에 대한 제도적인 견제장치와 친·인척 중용을 제한하는 등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는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무상 직위이용 부동산투기

박전시장은 지난 2001년 12월13일 안산시가 경기도에 광역도시계획수립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개발제한구역 조정가능지역 후보지를 결재하면서 사사동 일대 약25만5천평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해제될 것이라는 기밀사항(대외비)을 알게 됐다. 이후 박전시장은 자신의 조카이자 비서를 지낸 박모씨와 안산지역 지역주간신문 대표이자 모건설업체 회장인 박모씨에게 그린벨트 해제예정지역을 알려주고 현금 59억원을 현찰로 전달 사사동 210번지 45필지 6만평을 매입토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박전시장은 자신의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주간지 대표인 박모씨의 동생 명의로 지난 4월1일 소유권 이전을 시키는 등 지능적인 투기수법도 사용했다. 또 이 부지를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6월20일 모건설업체에 240억원에 전매해 180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남겼으며 이때 계약금 40억원으로 또다시 사사동 산113번지 12필지를 추가 구입 더 큰 시세차익을 남기려다 검찰에 적발됐다.

당시 본보가 최초 보도(지난 5월29일 591호)한 이 지역은 이들이 부지를 매입한 시점에서부터 투기바람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특히 박전시장은 부동산 홍보위원 위촉장 수여식과 동 순시 등에서 이 지역을 노골적으로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본지가 사실 확인을 위해 부지를 매입한 지역주간신문 대표 박모씨에게 확인한 결과 『장애인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일본인과 함께 공동 매입했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사실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용도변경 대가 뇌물수수

안산시는 지난 99년 7월22일 D주택이 건축하는 아파트 승인과 관련 『용적률 140% 층수는 15층 이하 평수는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임대아파트를 조건으로 23블록 654세대 39블록 1천440세대 등 모두 2천94세대를 공급』하기로 허가했다. 그러나 D주택은 이러한 조건으로는 이해타산이 맞지 않자 『용적률 199.32% 층수를 19-25층 이하로 임대아파트 일부를 대형 평수로 일반 분양하도록 사업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시청에 로비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박전시장은 2000년 9월 D주택 대표 김모씨에게 사업계획변경을 승인해주는 조건으로 전체 레미콘 공급량의 50%를 자신이 운영하는 W산업의 레미콘으로 사용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순수익 약 2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

박전시장은 특히 준공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이용해 D주택 대표 김씨에게 직접 돈을 요구 지난 2001년 9월부터 2002년 5월말까지 4회에 걸쳐 현금 3억원을 챙겼다. 또 자신의 W산업과 자회사들과의 거래내역을 조작해 비자금 30억원을 만들어 그중 21억여원을 부동산투기에 소비 업무상횡령 혐의까지 추가됐다. 결국 박전시장이 용도변경을 승인해주는 바람에 서민들은 내집 마련기회를 송두리째 날리게 됐고 D주택은 200억원대의 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기게 됐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가 대형평형으로 바뀌면서 세입자 1천100가구 가운데 아파트 분양권을 받은 경우는 520가구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수자원공사로부터 500만원의 이주대책비를 받고 다른 지역을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분양권을 받은 영세세입자들도 중도금을 못내 대부분 프리미엄을 받고 전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용도변경 과정에서 담당공무원들이 뇌물을 챙기거나 부당한 행정처리를 했을 것으로 보고 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등 각계 반응

박성규 전시장이 재임중에 부동산 투기 혐의로 구속됐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자 시민들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박전시장이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특정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또 시장 재임 당시부터 갖가지 소문이 나돌았던 자신의 조카이자 비서였던 박모씨와 지역언론 대표 등과 함께 부동산 투기를 일삼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민은 『안산시민의 수장이 직위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고 특정업체를 비호하면서까지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전시장이 부동산투기로 시세차익을 얻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치단체장의 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을지구당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전시장이 구속 된데 대해 시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사전에 미리 막지 못한데 대해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구당은 또 이번 일을 거울삼아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준 기자 gijun@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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