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동 다문화거리의 밤. 상점들의 불빛이 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방경호 방범대원.

방경호씨의 회상이다. 지난 7일 오후 9시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 원곡특별순찰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평범한 인상의 원곡동 주민이었다. 기자는 그와의 야간 동행취재를 통해 원곡동 다문화거리의 밤 문화를 탐방하고 치안 상태를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2000년도에 입국한 중국인 방경호씨는 경찰과 검찰분야에서 통역 일을 하다가 지난 2008년 시청에 채용공고가 난 외국인순찰대에 지원하여 5년째 활동하고 있다. 벌써 13년째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이제 한국인수준의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원곡동 곳곳의 사정을 내 집처럼 잘 아는 명실상부한 원곡동 토박이 외국인순찰대 방범대원이다.

외국인순찰대는 총 3개 팀 9명으로 이루어져있는데 1,2팀은 격일제 야간 순찰을 맡고 3팀은 격일제 주간 순찰을 맡아 365일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방경호 방범대원이 속한 순찰 1팀의 순찰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거리에는 어둠이 내려앉고 취객들과 유흥가의 불빛만이 남아있는 시간이다. 

“순찰을 돌면서 순찰대의 계도활동에 응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은 대부분 계도에 따라주고 원활하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원곡동 내의 한국 주민들이 계도에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분들은 저희가 별도의 사법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어떤 사항에 대해 권고를 드렸을 때 그분들이 따르지 않으시면 저희도 더 이상 강압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부분이 안타깝죠..”

실제로 외국인순찰대는 현행범 외의 일반시민들에 대한 사법권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원곡동 거주 한국인들이 외국인순찰대의 계도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대부분이 한동네 사는 이웃주민들이기에 말로써 상황을 풀어나간다고 한다. 

오후 10시, 순찰용 차량에 몸을 싣고 원곡동 파출소로 향한다. 순찰에 앞서 이전 순찰팀과의 근무 인수인계를 하고 파출소에 근무일지를 기록하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원곡동을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특이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

“주민들이 외국인순찰대로 따로 신고할 신고번호는 없습니다. 저희가 직접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또 주말에는 사건사고가 많이 몰리다보니 사소한 다툼이나 민원은 원곡동 파출소에서 지원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현재 원곡동 파출소도 인력이 많이 부족해서 주말에는 사건사고들을 해결하기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기이 때문입니다.”

원곡동 다문화거리의 밤 풍경.

“일부 언론 보도에서 원곡동을 범죄의 온상지로 보도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나빠졌습니다. 심한 사람들은 원곡동에는 외국인 범죄자들만 숨어 사는 줄 알아요. 밤에 다문화거리를 돌아다니면 칼침을 맞는다는 말들도 있던데,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제가 6년 가까이 이곳의 밤거리를 순찰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심각한 사건사고는 딱 두 번 봤습니다. 그 정도는 안산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도시를 가도 발생하는 사고들 아닙니까?”

방경호 방범대원은 원곡동 내의 외국인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술 문화’도 원곡동 이미지에 한몫을 한다고 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든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인데 이것이 과하다보면 술기운을 빌어 잦은 다툼이 발생한다는 것. 그러나 이런 사건들도 외국인순찰대의 선에서 해결될 정도의 경미한 다툼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순찰 도중 두 대의 소방차와 구급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원곡동 골목으로 들어간다. 급히 순찰차를 돌려 따라 들어가 보니 4층 다세대주택에서 희멀건 연기가 올라온다. 인근 소방대원들이 화재의심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 방경호 방범대원과 그의 동료가 차에서 내려 사이렌 소리를 듣고 몰려나온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 같아요. 지금 확인중인데, 불은 나지 않은 것 같은데 건물 내에 탄내가 진동을 하네요. 일단 집에 사람이 없는 곳은 소방대원들이 창문을 통해 진입해서 확인하고, 사람이 있으면 문을 두드려서 안전여부를 확인합니다.”

다행히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외국인순찰대원들의 신속한 상황조치가 없었다면 소방차의 골목 진입과 현장정리가 많이 늦춰졌을 상황이었기에 그들의 활동이 더욱 빛이 났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방금과 같이 사건사고들을 미리 발견해서 방지할 수 있게 되었을 때입니다. 자칫 수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고를 막아냈으니까요.”

한 시간 가량의 1차 순찰을 마치고 순찰대 사무실로 돌아와 잠깐의 휴식과 교대시간을 갖는다. 

“외국인순찰대를 외국인들만을 위한 방범대로 여기시고 시비를 걸어오시거나 불평불만을 하시는 한국인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사건으로 인한 민원을 줄이고 한국인들에게 항상 보호받고 있다는 안전감을 심어주기 위해 저희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특히 저희의 계도활동이 원곡동 내의 외국인과 한국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어울릴 수 있는 원곡동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주민들이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원곡동 다문화거리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많다. 한국어로 된 간판보다 외국어 간판이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이 오해하듯 범죄의 온상이거나 무법천지인 곳은 아니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원곡동 다문화거리 특구 정화사업으로 인해 현재까지 수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였고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방범대원 및 경찰병력들이 원곡동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 다양한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곳, 원곡동은 이제 다문화 중심지이자 관광지로의 도약을 꿈꾼다.

곽정민 기자  kjm8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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