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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행복 나눔센터'의 김영수 원장.

국내에는 현재 150만여 명의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 땅을 밟은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의료, 임금체불, 산업재해, 언어소통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식으로 근로비자 혹은 유학용 비자를 받아 입국한 사람들도 있지만 불법으로 입국하여 체류 중인 사람들도 제법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경기도 안산시, 특히 지난 2009년 다문화 특구로 지정된 원곡동 ‘국경 없는 거리’는 내국인인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훨씬 많이 거주하는 기현상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마을이다. 

이러한 특징 탓에 과거에는 ‘범죄의 온상’,‘한국인들이 들어가서는 안 될 곳’,‘외국인 노동자들의 마을’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지만 정부차원의 꾸준한 정화사업과 전략적인 정책 추진으로 인해 현재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다문화의 터전이 되었다. 

본지에서는 원곡동 ‘국경 없는 거리’ 취재의 일환으로 과거에 비해 상황이 많이 나아졌음에도 여전히 고통받는 소수의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문화가족 행복 나눔센터”의 김영수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다문화가족 행복 나눔센터의 세 가지 원칙

1. 어느 나라에서 온 어떤 사람이든 수평적 관계를 맺는다. 
2. 사회와 국가정책에서 배제된 약자들을 위한 센터, 더 많은 도움을 통해 감동을 선사한다.
3. 어떤 사람이든 한국인의 도덕적 가치로 판단하지 않는다. 
 

다문화 가족 행복 나눔 센터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한국사회는 오래 전부터 단일민족 국가임을 자랑으로 여기고 전통처럼 생각해 왔습니다. 오늘날 세계적인 흐름인 다문화·다민족의 시대가 도래 했음에도 여전히 과거와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아무런 준비 없이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긴 격이지요.

그래서 선주민과 이주민 간의 갈등이 사회 전반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특히 소수자 입장인 이주민들의 애로사항과 고통이 큰데, 이를 감싸주고 문제를 해결해 줄 기관이나 단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외국인 지원사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사실 이전에는 외국인 관련 사업들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산하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문제들을 단체 내의 자본과 경영으로 해결해야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것이 작년 3월부터 여성 가족부를 통해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이주민 정착 지원비용으로 2300여만 원을 추가로 받게 되었고 현재는 봉사자들의 인건비를 포함해 전체적 사업비 및 운영비가 5~6억 원 가량입니다. 

비영리민간단체로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문제입니다. 비영리단체이다보니 기관이나 개인들의 후원금들을 기반으로 센터를 운영해야 하는데 자금이 제한적이다 보니 운영할 수 있는 사업들의 종류도 많아질 수가 없었습니다. 또 센터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후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번 센터에 의탁한 외국인들을 몇 달간 책임지고 지원하다보니 서비스해야 할 일은 늘어나고 이를 수행할 인력을 고용할 자금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원곡동 내의 선주민들과의 마찰은 없었습니까?

원곡동 내에서 생활과 관련되어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들이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센터에 처음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성향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크고 작은 소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외국인들의 쓰레기 무단투기 또한 비슷한 성격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합니다. 다만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쓰레기 분리수거 및 종량제 봉투 사용’이라는 문화를 인지시키는 일과 선주민들의 이해와 관용의 자세에서 비롯되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원곡동 주민의 70%가 외국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들이 쓰레기 투기를 비롯한 크고 작은 문제의 원인일수도 있지만, 원곡동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일을 해서 임금을 받고 그것을 다시 환원함으로써 원곡동,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준다면 선주민들과 이주민들 간의 마찰과 갈등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다문화 가족 행복 나눔센터 전경.

시·도 차원에서 지원해줬으면 하는 정책의 방향 혹은 구체적 사항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여러 가지 지원 사업은 센터의 욕심과 희망사항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그에 따른 지출을 국가에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센터의 규모가 크다보니 매달 지출되는 전기, 가스, 수도세 등의 공과금이 어마어마한 실정입니다. 이곳은 민간비영리단체이기에 적용이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타 복지시설들은 공과금의 30%를 할인받는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과금 할인혜택이 조금 더 확대되어 운영되었으면 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현재 러시아 이주민들의 아이들을 맡길 곳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그 아이들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아이들을 우리가 맡아 교육까지 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에 필요한 인력 고용에 따른 인건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사항들이라도 조금씩 개선되어 나간다면 센터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불거진 ‘외국인 보험금’의 환급 문제와 관련된 움직임이 있었나요?

지난 6월 26일에 법제처장님이 센터에 방문하셔서 ‘외국인 보험금 환급 문제’와 관련된 설명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용보험과 만기귀국보험 두 가지의 보험금이 있으며 규모는 총 130여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 보험금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외국인들이 이에 대해 무지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한민국에 최초 입국 시 받는 교육에서 ‘외국인 보험금’에 대한 내용 및 대한민국에 대한 전반적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들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책자로 배포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체의 고용주들과 보험회사들이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미 환급금 130여억 원은 국가가 환수하여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금액을 비교적 많은 지원과 후원 속에 있는 다문화 가정 관련 사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순수 이주민 노동자들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130여억 원이라는 돈은 순수하게 이주민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여 벌어놓고 간 돈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가족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우리 센터에서 외국인들에게 아무 조건 없는 전적인 지원을 해주다 보니 열심히 돈을 벌어 자립하고 발전하려는 노력과 의지를 상실해버리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한 달 일해서 번 돈을 놀고먹고 다 써버리고는 병원비·생활비가 없어 센터로 돌아와 도움을 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한분 한분은 각 나라의 외교관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문화가족 행복 나눔센터는 여러분들이 맡은바 소양을 다하고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형제의 나라처럼 따듯하고 가깝게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소통이고 양방향 교류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의 한국에서의 생활이 많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여러분들의 국가에 대해 판단하는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시고, 반드시 저축예금을 만들어 돈을 모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 미래를 대비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께 드리는 제 유일한 부탁이자 당부입니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온 여러분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는 한국의 좋은 친구가 되어 꿈을 이루고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곽정민 기자  kjm8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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