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ANSAN SUMMIT 한국·유럽·일본 다문화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2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과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안전행정부와 경기도, 주한EU 대표부, 일본지자체 국제화협회의 후원 아래 전국 다문화도시 협의회가 주최하였으며 전 세계적 흐름인 다가치, 다문화 시대를 맞아 해외 선진도시들과의 우수사례 공유와 성숙한 다문화사회 구현이 주요 목적으로, 한국과 일본·유럽 5개국 9개 도시 대표자 및 유럽평의회(COE)·일본국제교류기금(JF)이 참가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23일 미리 입국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국민속촌에서의 한국문화 체험, 외국인주민센터 글로벌다문화센터 현장방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한 학술행사에서 벗어나 다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느껴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의미를 더했다.

 

한국·유럽·일본 전문가(실무) 세미나는 25일 오전 9시 30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으며 유럽과 일본, 한국 지자체 순으로 다문화정책을 소개한 뒤에 이유진 숙명여대 교수의 사회아래 실무자 세션이 이어졌다. 

먼저 유럽지자체에서는 클라우디아 루치아니 유럽평의회 이사가 나와 유럽의 다문화정책에 대해 연설했다. 

그는 다문화, 즉 문화적 다양성과 이민의 관계에 대해 다루면서 이에 대해 어떤 도시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그에 따르면 현재 유럽평의회는 문화적 다양성을 향해 인권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출발하여 문화적 다양성의 장점을 살린 인터컬츄럴 방식의 이민통합과 접근법을 이용하고 있으며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사회기구와 정치적 상징과 거버넌스,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디자인 활성화 등이 전제되었을 때 비로소 제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야마와키 게이조 메이지대학 교수는 일본이 처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며 “일본의 향후 50년 뒤 인구가 현재 1억2800만여 명에서 8700만여 명으로 삼분의 일 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생산연령인구가 거의 반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며 이에 따라 일본의 다문화정책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이며 정부 또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은 많은 지자체들이 과거 글로벌화에 대한 느릿느릿한 대응에서 탈피해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로의 변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일본정부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전략이 전무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대표로 나온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한국 지자체의 다문화정책’을 주제로 국내 다문화 현황과 중앙정부의 다문화정책을 소개하고 그간 발생한 문제들과 이에 대한 점진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순으로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최근 10년간 외국인 등록자 숫자가 5배로 급증하여 2012년에는 14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히며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 또한 1천만 명 이상이라고 했다. 

또 현재 중앙정부의 다문화정책이 법무부, 여성가족부, 안전행정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각 부처별로 별개 시행되어 부처별 프로그램 중복으로 인한 예상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문화 관련 단일 부처 개설에 대해서는 “성급한 통합 운영보다는 현재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적 다양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당분간은 중앙부처별로 각각의 이민통합과 지원정책을 안정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점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그는 “다문화정책의 체계를 재구성하고 지차제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동시에 중앙정부는 다문화정책을 정치쟁점화 하여 제도로 실현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이를 주도·실시하는 것은 각 지자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유럽일본한국 대표자들의 정책연설이 끝난 뒤 이어진 실무자 세션에는 ‘유럽ICC프로그램:다문화교육’을 주제로 세르비아 수보티차의 라리사 이니크 과장이, ‘한국 다문화도시 프로그램:노동이민자’를 주제로 경기 안산시 전복희 외국인주민센터소장이 발표했으며 일본 신주쿠구 오타고이치 다문화공생과장이 “일본 다문화공생 프로그램:로컬 거버넌스”를 주제로 발표했다.

가장 먼저 발표한 라리사 이니크 과장에 의하면 인구 14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보티차는 20개의 국적으로 이뤄져 있으며 압도적인 다수민족이 없다. 공식언어는 세르비아어, 크로아티아어, 헝가리어의 3개 언어를 사용하며 지난 100년간 인구 수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발표에서 “공용어를 학습함으로써 이웃의 문화에 대해 알아갈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지고 의사소통도 용이해지며, 관용과 다문화성이 강조된다.”며 “이상적인 다문화 사회는 높은 수준의 통합을 가능케 하는 2개 언어 병용학교가 갖추어져 있으며,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 존재하는 사회이다.”고 하며 미래 다문화 사회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안산시외국인주민센터의 전복희 소장은 안산시의 외국인 인구는 총 5만9천여 명으로 그중 근로자가 47%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적별로는 74개국 중 중국이 73%로 가장 많다고 밝히며 발표를 시작했다.

안산시는 현제 외국인근로자 맞춤형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교육, 의료, 축제, 통합의 분류로 교육 방면에서는 한국어교육 및 다양한 직업능력개발교육을 실시하고 의료 방면에서는 외국인무료진료센터 운영과 외국인 응급 지원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또 축제는 네 가지 테마의 다문화축제를 육성하여 안산이 내·외국인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되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목적을 지닌 통합 방면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여름방학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복희 소장은 발표에서 “민간단체들이 사업의 탄력성과 풍부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면, 관은 투명성, 재정능력, 네트워크 등으로 함께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통합적인 다문화 지원 정책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며 관과 민간단체의 조화를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일본의 오타 고이치 신주쿠구 지역문화부 다문화공생추진과장은 신주쿠는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구이며 인구 32만 명 중 10%가량이 외국적 주민이라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일본 지자체들이 시행중인 다양한 다문화정책들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많으며 그 이유로는 언어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신주쿠구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상담, 일본어 교육, 유학생 지원 세미나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 세미나에 이어 당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달맞이 극장에서 열린 한국·유럽·일본 도시 대표자 서미트는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와 유럽평의회 간 다문화 정책 교류에 관한 협정(MOU)을 체결한 후에 제1세션: 문화적 다양성과 교육의 역할, 제2세션: 외국인노동자와 도시활력, 제3세션: 문화적 다양성과 로컬 거버넌스의 3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1세션 발표자로는 세르비아 밀로스 니콜릭 수보티차 시장, 일본 마쓰바라 타다요시 오타구청장, 한국 민형배 광산구청장이 나섰으며 밀로스 니콜릭 시장은 ‘수보티차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교육의 역할’을 주제로 다문화 사회에서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민들 사이의 2개국어, 다언어주의 확산을 촉진하고 인권과 소수민족의 권리를 신장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쓰바라 타다요시 구청장은 ‘다양한 사회에 있어서의 교육의 역할: 오타구의 국제도시정책을 통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일본의 다문화공생 추진계획을 바탕으로 외국적 주민과 학생 대상 일본어 무상교육, 오타구 내 구민과 학생 대상 글로벌 시야 및 이문화 이해 교육 등 오타구 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러 정책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역사회에서 세계시민교육의 방향과 가능성: 광산구 다문화교육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한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과 교육들이 선주민중심주의로 펼쳐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주민들에게만 우리나라의 문화를 주입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타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고 하며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여러 경험을 통한 성과를 이끌어냈으나 중앙부처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 단계 발전한 다문화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2세션은 마이클 설리번 유럽 아일랜드 더블린 부시장의 ‘도시들의 노동력 이동과 다양성의 이점: 도전과 기회’에 대한 발표로 시작됐다. 

발표에 따르면 아일랜드 더블린은 작지만 크기에 비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도시로서 미국 자본 투자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세계 각국 우량기업들의 투자와 유입이 지속되는 명실상부한 세계화 도시이다. 

이는 자유로운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이 가져다준 혜택이며 현재 더블린에 체류 중인 국제학생들과 그들이 가진 언어능력이 더블린의 지속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타 도시들도 이러한 ‘다양성의 이점’을 인지하여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두 번째 발표는 ‘이주노동자와 도시: 과제와 기회’를 주제로 일본의 후지이 유지 나가하마시장이 맡았다. 

그는 발표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도시의 활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두 가지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외국인 주민이 어떻게 하면 일본 사회에서 자립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하는가’와 ‘외국인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라 교육을 받고 학력을 높여 직업의 폭을 넓힐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배진고 남동구청장은 ‘외국인노동자를 통한 도시활력’을 주제로 한국사회에 어느정도 적응한 외국인노동자들의 기술과 능력을 활용할 방법에 대해 모색했다 .

그는 이에 대한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강소기업의 대외 무역인력으로 활용하는 안과 결혼이민자들의 능력을 살려 늘어나는 해외바이어들의 서치인력으로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문화적 다양성과 로컬 거버넌스를 주제로 진행된 제 3세션은 스페인의 오이헤인 아기레고티아 빌바오 부시장이 ‘문화적 다양성과 지자체 전략’을 주제로 첫 발표를 시작했다. 

발표에서 그는 비스케주의 경제, 사회,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해내고 있는 빌바오의 근황과 다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전략들을 소개했다.

또 다문화를 비롯한 사회 내의 다양한 영역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개입하여 이를 지역과 국가,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는 일본의 스즈키 야스토모 하마마쓰시장이 맡았으며 ‘하마마쓰시의 다문화공생 활동’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에 따르면 현재 일본 하마마쓰시는 다언어 생활상담 등 외국인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다문화공생센터」와 외국인에 대한 학습지원을 실시하는 「외국인학습지원센터」를 거점으로 다문화공생시책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문화공생추진협의회, 외국인시민공생심의회 등을 결성하여 지자체와 중앙부처의 연계와 외국인의 행정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3섹션의 마지막 발표자로는 한국의 김철민 안산시장이 나와 ‘문화적 다양성과 로컬 거버넌스’를 주제로 다문화중심도시 안산의 거버넌스 운영사례를 토대로 주제를 이끌었다.

안산시는 지방자치단체 연합 거버넌스로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를 결성하고 민관 파트너십 거버넌스로는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민관 협의체를 결성하여 운영중이다. 

또 세계태권도아카데미, 외국인주민 모니터단 등의 운영으로 외국인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마련하였으며 다양한 기업들이 다문화와 관련된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거버넌스 사업 또한 진행 중이다.

김철민 시장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외국인주민,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만 다문화가 공존하는 열린 국제도시 안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각 거버넌스의 단계별 적용 시스템 구축을 통해 다양화·다문화로 가는 길의 이질감을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진행된 한국·유럽·일본 전문가 세미나와 도시 대표자 서미트는 단순 발표가 아닌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어 정책에 관련된 의견의 일방적 수렴이 아닌 열띤 토론을 통한 상호 소통의 장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 

도시대표자 서미트 토론이 끝난 뒤에는 ‘문화적 다양성에 공감, 다양한 주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의 실천, 문화적 배경이 다른 주민이 함께하는 미래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긴 ‘안산선언문’을 채택하고 심포지엄의 막을 내렸다. 

 

한편 심포지엄과 함께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중앙광장과 달맞이극장 로비에서 진행된 부대행사들은 세미나와 서미트에 참가하지 못한 일반 시민들과 아이들의 큰 호응 속에 펼쳐졌다. 

중앙광장에 마련된 다문화 체험관에서는 한국의 다도체험을 비롯해 중국, 일본, 아프리카, 인도·네팔·우즈벡,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 문화관이 개설되어 관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다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다문화가정 전통혼례식, 다문화 이해 사진전, 안산시 홍보 전시전이 열려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체험행사장을 찾은 한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평소 유치원에서도 글이나 그림으로밖에 알려주지 못했던 내용들을 직접 체험하고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어 아이들의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며 체험행사장의 구조와 알찬 내용에 대해 칭찬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성공적 개최로 인해 앞으로 안산시를 중심으로 한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와 유럽평의회 간 다문화 정책 교류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