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선화물열차 도심통과반대 시민궐기대회

철도청이 수원~인천간 복선전철화 사업 중 안산구간을 지상화하고 이 구간에 화물열차를 운행키로 한데 대해 지역내 반발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6일 관내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종교계 정당 시민 등 1천여명이 이를 규탄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화물열차 도심통과 저지를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수인선 사업에 대한 대응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시민들이 철도청의 수인선 안산구간 건설공사 계획과 화물열차 운행시 예상되는 폐해에 대해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철도청은 수도권 광역전철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까지 수원~안산간 52.8km 구간을 여객화물겸용으로 복선화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안산구간은 사동본오아파트~한대역앞까지 3.5km에 달하는데 옛 협궤열차가 달리던 이 구간은 지상화로 복선화하고 한대역부터 안산역까지는 기존 4호선 노선을 활용하게 된다. 이미 기본설계를 끝마치고 99년 8월 이에대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사업설명회 당시에도 안산구간을 지상화하고 화물열차가 동시에 운행되는 여객화물혼용구간으로 건설하면 도시의 양분화와 함께 소음공해 등 역기능 피해가 심각할 것이란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즉 기존 지하철 4호선에 의해 도심이 남북간 양분화된 상황에서 안산구간마저 지상화로 건설되면 기존도시와 고잔지구 신도시간에 동서 양분화까지 불러 안산지역 도시기능과 교통축이 무너지는 도시발전의 기형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또 수인선이 도심을 가로지르게 되면 2만5천볼트의 고압선이 지나가게 되고 3~4미터 높이의 방음벽이 생겨 도시기형화에 따른 지역공동체와 도시미관 자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철도청은 수인선복선전철사업이 여객과 화물혼용이라고 하지만 향후 대중국 교역확대 등에 따라 여객열차 보다는 화물운송열차로 운행될 가능성이 더 크다. 철도청은 1년 화물운송량이 171만 2천톤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5톤트럭 34만2천대분에 해당한다. 특히 1일 편도 최대운행횟수가 216회나 달해 1일 최대 432회까지 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청은 최근 이같은 반발을 의식해 1일 최대운행 횟수를 10회 이내로 줄이겠다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본질적인 폐해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인선으로 운송되는 화물 가운데 무연탄이 132만톤으로 전체 171만여톤의 77% 이상을 차지한다는데 있다. 이밖에 곡물이나 시멘트 등 오염발생 화물도 운송될 예정인데 이런 화물들은 덮개도 없는 벌크화물로 말 그대로 엄청난 양의 먼지와 분진을 휘날리며 안산 도심 한복판을 내달리는 것과 다를바 없다. 어린이 호흡기 질환이나 심한 소음에 따른 수면방해 등 심각한 시민건강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95년 수인선 협궤열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그 옛날 협궤열차가 다니던 본오·사동 협궤변은 현재 안산 최대의 자연생태 보고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정기적으로 협궤변 자연공원 가꾸기 프로그램들이 주민 손으로 열리고 있는데 가족단위와 주민들의 산책·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 협궤변에서 오보에 연주공연 플롯합주단 공연 사진콘테스트 영화제 가족캠프 등 다양한 환경프로그램을 열면서 이 일대를 생태공원화하는 지역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오고 있다.

하지만 화물열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내달리는 여객화물혼용구간으로 복선화되면 어린이와 시민들이 자연생태체험을 하며 자연친화적인 놀이공간이었던 협궤변은 더 이상 생태공원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철도청 사업계획을 잘 알지 못하는 일부 시민들은 수인선 사업을 옛 협궤열차의 복원사업으로 판단 재산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화물열차가 내달리는 환경에서 수인선 복선전철사업의 본질을 잘못 인식한 결과다.

안산시는 전구간을 지하화하거나 화물열차 노선을 도시외곽인 반월공단쪽을 우회통과하는 쪽으로 이전해줄 것을 철도청에 요구하고 있다. 철도청은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와 연약지반 등을 이유로 이같은 요구를 거부하고 98년말 기본설계에 이어 수원~한대역구간 실시설계를 올해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화물열차 노선에 대해선 도심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지역사회내 반발이 거세다. 지난해말 본오동과 사동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수인선 지상통과저지 주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올들어 관내 22개 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개인택시조합 등 62개 시민사회단체 23개 클럽 정당 등이 총망라된 「수인선 화물열차 도심통과 반대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범시민적으로 구성됐다. 안산시의회도 자체 수인선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철도청 계획을 정면 거부하고 있다.

안산시 역사이래 범시민적으로 단일사안에 대한 저항운동이 전례없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은 시화호와 반월공단 등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숨죽이듯 감내해 왔지만 이제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게 환경파괴의 재앙을 더 이상 참고 지낼순 없다는 범생존권 싸움의 응집력으로 받아들여 진다.

◈수인선에 관한 짧은 이야기◈

지난 1935년 착공에 들어가 2년여만인 1937년 8월6일 개통됐다. 수원과 인천항을 잇는 수인선은 총구간 길이 52km의 폭좁은 협궤노선. 철도의 폭이 76.2cm로 늘상 타고 다니는 일반 철도의 폭 143.5cm의 표준궤에 폭이 절반밖에 안돼 「꼬마열차」로도 불린다.

수원을 출발한 꼬마열차는 고색 어천을 거쳐 지금의 안산구간인 사리 일리 고잔 원곡 군자를 거쳐 남인천까지 열네곳의 정거장을 경유했다. 1979년 인천시 도시계획에 따라 송도~남인천간이 폐쇄됐고 1992년에는 소래~송도구간이 뒤이어 폐쇄됐다. 안산구간은 1994년 안산전철 개통을 계기로 한양대앞에서 소래구간이 폐쇄됐으며 1995년 12월31일 완전히 숨을 멈춘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 협궤열차는 당시 수원에서 인천까지 해안가를 따라 생산되던 소금과 어패류 농산물을 운송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수인선 폐쇄로 지금은 열차가 달리지 않지만 사리에서 한대역앞에 이르는 수인선 협궤변은 현재 안산최대의 녹지공간으로 평일과 주말 많은 시민들이 즐겨찾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