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지역 시민운동가로 활동해온 류홍번(37).유미화(40) 부부가 10여년간의 시민단체 생활을 접고 오는 10월 '인도'로 떠난다.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인생의 새 좌표를 세우기 위해 '사상과 사색의 나라' 인도로 함께 떠난다는 류부부. 각자 안산YMCA와 안산YWCA에서 일하며 부부가 시민운동가의 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도 그렇지만 어렵게 얻은 휴식기를 남은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쏟고 싶다는 부부의 이야기는 여전히 잔잔한 감동을 던져준다.



-날카로운 세상보기 지닌 논객

류홍번 안산YMCA 시민사업부장은 평소 그의 수수하고 헐렁한 옷차림을 비켜나는 날카로운 '세상보기'로 지역내에선 '논객'으로 통한다. 깐깐한 인상과는 거리가 있지만 세상흐름의 본질을 파악하고 문제를 꼬집는데엔 그만한 '재주'도 없다는게 지역내 시민운동가들의 한목소리다.



이른바 386세대로 서강대(경영학과 86학번) 재학시절 학생통일운동에 나섰다가 졸업후 수배생활에 쫓기고 공장 노동자로 숨어살기도 했지만 시민활동가로서의 삶은 '뿌린대로 거두고 이의 열매를 확인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후 그에겐 평생의 인생길이 됐다.



지난 94년 9월 안산YMCA에서 시민활동가로 첫 발을 디딘 후 당시 지하철 안산선 철도역사 지붕설치와 어린이 교통안전대책 확보 시화호 환경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성과물을 차곡차곡 쌓아갈땐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선 추상적인 이상보다 구체적인 실천이 더 필요하다는 삶의 좌표가 더욱 굳건해졌다.



-올곧게 지켜낸 원칙이 삶을 빛내

유미화 안산YWCA 사무총장 '타협'보다는 '원칙'을 지켜가는 모습에서 그의 삶이 더욱 빛난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심 탓에 성신여대(법학과 84학번) 졸업후 서울YMCA에서 법률상담 자원봉사자에 나선게 이후 시민활동가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지난 94년 4월 안산YMCA에서 시민중계실 실장직으로 안산과의 인연을 맺은 뒤 96년부터 안산YWCA에 몸담으며 지금껏 '운동성'을 잃지 않는 시민여성단체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YWCA가 시민운동보다는 공익적이고 서비스기관적인 단체로 그 기능과 성격이 전환되는 전국적 추세에도 안산에서 만큼은 여성정치학교 쓰레기문제해결 성상담소 등이 꾸준히 맥을 이으며 여성시민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있는것은 시민운동가로서의 '원칙'을 지켜온 그의 노력의 결과다. 대안학교 만들기와 새교육공동체 창립 2000년 총선 후보자 낙선운동 등을 맨 앞에서 이끈 것 역시 시민운동가는 그의 삶에서 결코 '원칙을 저버려선 안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자녀와 함께 5개월간 인도서 생활

새로운 인생의 출발지로 굳이 '인도'를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엉뚱한 상상은 뭔가 되돌아 볼 여유와 자세를 갖게 하는 땅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우선 10여년의 단체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시민활동가의 삶을 서로가 정리해보고 이후의 삶에 대한 목표도 세우기 위한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어학공부와 문화기행도 틈틈이 하고 싶고



94년 안산YMCA에서 함께 일한 게 인연이 돼 이듬해 9월 평생의 반려자가 된 류부부의 이번 인도방문길엔 두 자녀 명기(8)ㆍ민경(6) 남매도 함께 한다. 자녀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의 애틋함과 교실밖 배움을 중시하는 남다른 교육관 때문일까. 유럽을 돌아보고 싶지만 '돈'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며 짓는 너털 웃음이 되레 정겹다.



-지방자치 성공의 열쇠는 '열린마음'

지방자치가 올바로 뿌리내리는데 있어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의 정착이 우선과제라고 이들 부부는 입을 모은다. 지방자치의 투명화와 민주화를 위해선 주요정책의 결과 못지않게 그 추진과정에서의 상호간 열린마음 열린 귀가 있어야 올곧은 민-관 파트너쉽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 행정의 투명성이 부족했던 민선2기가 '비리'의 오점을 남겼다면 행정의 민주성이 약한 민선3기는 '독선'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비판도 스스럼없이 던진다.



지금까지는 행정의 잘잘못에 대해 단지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의 시민운동은 이에 강력한 저항운동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며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의 축이 '실천적 가치추구'에 있어야 함을 내내 강조했다.



그래서 일까. 5개월간의 인도생활을 접고 내년 봄 다시 안산의 시민운동가로 되돌아올 이들 부부가 앞으로 어떤 실천적 삶의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강형민 기자 khm@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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