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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책 이야기<12>자연사에 눈뜨기 시작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06.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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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사진집이지만 한국의 자연에 관한 관심과 보전 의식을 일깨운 책은 아직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 이후에 자연보전과 자연 기록에 관한 책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한 사람의 자연 연구가를 만들어내는 데는 어떤 결정적인 시기에 일정한 체계적 지식보다는 직접 경험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학명이니 해부학적인 지식을 아는 것보다 그런대로 누구한테도 가르침을 받는 적이 없는 야만인이 되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그저 찾아다니고 꿈을 꾸는 시간을 갖는 것은 더더욱 좋다.』 -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의 자서전 ‘자연주의자(Naturalist) (이병훈&#61600;김희백 옮김)’에서 인용 -

자연사에 눈뜨기 시작하다.

   여전히 청계천은 필자의 성지였다. 그리고 인사동과 동네 책방까지 보폭을 넓히긴 하였지만 청계천이었다. 1979년과 1980년 1981년은 시집을 모으고 수필을 읽고 그러면서도 물속을 줄기차게 찾아다녔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있었지만, 생물학과에 복학하였다는 점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앞선 글에서 해양생물학으로 진로를 정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해보려 했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웠으니 다른 무엇을 하나 정도 더 배워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 만난 한 사진작가가 있었는데 나이론 몇 살 아래였다. 필자가 보기엔 벌써 새 사진의 일가를 이루었고, 여러 조류학자와 활발하게 교류까지 하고 있었다(필자가 대학 1학녀 2학기에 복학하였다는 점을 감안). 그러면서 이 작가로부터 소개받은 한 사람은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 근무하며 박제를 만드는 탁월한 재주를 가진 동갑내기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더 있었다. 알고 보니 같은 학과 한 해 선배이고 박제 기술을 물론이고 새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생물학 분야의 내공도 보통이 아니고 새에 대한 지식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이 세 사람은 벌써 일종의 연대 같은 것을 맺어서 교분을 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부러웠고 그사이에 끼어들고 싶었다.
   “그래 박제도 배워야 할 기술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일본 책의 복사본)을 빌려보기도 하고 학원도 찾아가 보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손에 익지 않고 무엇보다 그 대상이 조류와 포유류 중심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중생물을 박제하는 일은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도전으로 보였다. 이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몰랐던 세계와 길이 열렸고, 생물학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도 갖게 되었다. 새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숲과 험한 절벽에 붙어서 피사체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수천 종류의 생물들 속에서 생물들을 분류하고 관리하며 그리고 동물의 한 그룹에 속한 생물에 대해서 엄청난 지식을 쌓아가고 있는 세 사람은 자연 롤모델이 되었다. 이들이 가진 각각의 재능을 다 가져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해양생물 분야에 적용하고 싶어졌다. 그러다 보니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을 자주 들락거리게 되고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대해서도 관심이 늘어났다. 다 자연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깊이 있는 실험과 과학적 기법을 동원한 일과는 구분된다는 것을 조금 지나 알게 되었다.
   이런 필자의 관심은 자연사(natural history)에 대한 추구인데 그때는 알지 못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이 분야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자연사는 자연환경에서 동물, 곰팡이, 식물을 포함한 유기체를 포괄하는 탐구 영역이며, 실험적 연구 방법보다 관찰이나 관측에 더 가깝다. 자연사를 연구하는 사람을 자연주의자 또는 자연사학자라고 한다.” 자연사를 박물학이라고도 하고 박물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박물학자라 부르기도 한다. 고대에 생물들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진 이들은 생물들을 채집하고 생김새를 보고 차이점을 찾아내어 구분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사는 서식지에 대한 기록도 남겼으리라. 무엇보다 생물들을 잘 관찰하여야 하고 특징을 그림으로 만들고, 생물의 사체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일에 대해 여러 가지 기법들을 찾아내었을 것이다.

‘생명의 신비’는 데이비드 아텐보로의 책 Life on Earth와 이 책을 가다듬어 청소년을 위해 쉽게 만든 ‘Discovering Life on Earth’를 참조로 재편집한 것이다(1985년에 출판).

이런 일들은 현재에도 분류학이나 생태학 또는 보전생물학 분야에서 하는 기본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체계적인 기록을 남긴 어쩌면 최초의 자연사학자이자 생물학자로 볼 수 있다. 기원전 4세기에 이 분야의 최고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의 역사(History of Animals)’을 저술하였다. 그리고 ‘말레이제도(The Malay Archipelago)’를 집필하여 유명해진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나 진화학의 태두라고 하는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의 저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자연사학자라고 할 수 있다. 다윈의 이 엄청난 책은 1859년에 출판되었는데 출간 즉시 당시의 종교적인 믿음과 모순된다는 이유로 큰 논쟁을 일으켰다. 그래서인지 초판 1,500권은 단 하루 만에 다 팔렸다. 윌리스 책의 부제로 ‘진화론의 숨은 창시자 윌리스의 항해탐사기’라고 되어있으니 1859년 이전에 나왔을 것이다. 이 두 권의 명저는 번역본이 국내에 나왔으니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1979년은 한국 현대사에 기록될 엄청난 일들이 있었던 해였다 나왔다. 격동의 시기에 대학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복학 후에 몇 주를 다니지도 못하고 휴학하던 일이 다반사였으며 어떤 날 학교를 가보니 군인들이 학교 정문을 막고 있었다. 휴학이 잦아 공부는 못했지만, 자연을 찾아갈 기회가 많아졌다. 대성리나 팔당, 간현 등을 찾아가 물속을 다니는 일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러다 시간이 나면 책방을 찾아다녔다. 이때 한 동네에 잇는 서점에서 ‘살아있는 자연’이라는 일종의 자연 사진집을 보고 처음 비싼 새 책을 샀다. 가격인 6,000원이었는데도 선뜻 샀고 지금에 와서 보면 흔한 사진들이지만 그때는 필자가 한참 애지중지하며, 책장의 중요 위치에 꽂아놓고 눈에 잘 뜨이도록 하였다. 이 책과 함께 몇 권의 헌책을 두었는데 역시 사진이 많은 도감류였고 일본에서 시리즈물 발간된 해조류에 관한 몇 권이었다. 한동안 필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책들이었고, 훗날 이런 생물들과 함께 하는 자연주의자로서의 꿈을 꾸게 만든 책들이었다.    
   1982년 어느 날 ‘종로서적’에서 데이비드 아텐보러(David Attenborough)의 책 ‘Life on Earth’가 ‘지구 위의 생물’로 번역서를 발견하였다. 이 저자는 영국의 국영방송 BBC에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방송인이었다. 1979년에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것을 책으로 만든 것이라 사진도 많고 글자도 크게 되어있어 가독성을 높였다. 그때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설레며 읽었으며, 여러 번 반복해서 본 책이고 지금도 가장 아끼는 책 중에 하나다. 한 글에서 그를 “영국의 자연주의자로 지구상의 삶을 기록하고, TV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자신의 경력을 바쳤다. 그는 다큐멘터리 세계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간주한다.”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필자에게 롤모델이 하나 더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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